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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2차 출석에 檢 "지지자 의식"…'구속영장' 명분 싸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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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재소환 요구에 응할 뜻을 밝히자 법조계에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확실시된 상황에서 이 대표가 영장 청구의 근거를 없애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서울중앙지검의 1차 조사 직후 “(검찰이) 추가 소환을 하려고 조사 시간을 끌었다”고 주장하며 재소환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겼다.

“법률적 대응보다 지지자에 호소 택한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 "그렇게 간절하게 저를 재차 소환하고 싶어하니 또 가겠다"고 말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 "그렇게 간절하게 저를 재차 소환하고 싶어하니 또 가겠다"고 말했다. 뉴스1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참으로 옳지 않은 일이지만, 결국 제가 부족해서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며 수사 당위성을 폄하한 것이다. 민주당 법률위원회 관계자는 “확실한 물증이 없는데도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다. 조사 불응을 빌미로 영장 청구를 하지 않도록 이 대표가 직접 출석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안팎에선 “이 대표가 ‘안 가도 되지만 출석해주겠다’는 메시지를 내고 싶은 것 같다. ‘방탄 국회’라는 뒷배가 있어 가능할 뿐, 일반 시민은 상상도 못할 일”이란 반응이 나온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중대 사건 피의자가 이런 식이면 당장 구속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피하려면 출석은 하는 게 낫다”는 법률 조언도 있었다고 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가능성은 낮지만, 검찰이 압수수색 카드를 꺼내기 전에 소환조사에 응하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2차 조사 날짜로 검찰은 31일이나 다음달 1일을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가급적 주중에는 일을 할 수 있게 주말을 활용하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에선 “피의자가 스스로 소환조사 날짜를 정하는 건 이례적”이라면서도 이번 주말 또는 다음주 주말로 일정이 조율되고 있다고 한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에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은 것 아니겠느냐”며 “측근들이 구속되며 검찰에 주도권이 있으니, 법률적인 대응보다는 출석 날짜를 바꾸는 등의 방식으로 지지자들에게 호소하려는 의도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이 대표의 정치적 행동과 무관하게 조사에 비협조적인 피의자에 대한 신병 확보는 필수”라며 구속영장 청구 의사를 밝혔다.

2차 조사도 ‘진술 거부’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열린 제402회 국회(임시회)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열린 제402회 국회(임시회)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 대표가 재차 출석하더라도 적극적인 진술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는 앞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소환됐을 때, 그리고 지난 28일 대장동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됐을 때, 미리 준비한 진술서를 제출한 뒤 대면 진술을 사실상 거부했다. 검찰은 이에 대비해 진술서에 해명이 없는 부분을 집중 분석해 새 질문지를 작성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정진상씨와 김용씨가 대장동 일당과 유착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선 설명이 아예 없다”며 “검찰은 한 지방자치단체장의 토착 비리라는 사건의 본질에 맞게 수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과 이 대표 양쪽 모두 구속영장 청구를 기정사실화한 만큼 각자 명분 쌓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이 대표의 ‘진술 거부’ 전략이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 신문 조서에 ‘대답 안 하겠다’,‘진술서로 갈음하겠다’는 답변만 있다면, 판사가 볼 때 답변을 회피한다는 인상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정치 수사’를 하는 검찰에 진술해봤자 의미가 없다. 재판에서 확실하게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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