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들은 마스크 계속 쓴다더라” 완화 첫날, 사무실 풍경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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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30일 서울 종로구 하나투어 본사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벗고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30일 서울 종로구 하나투어 본사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벗고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30일 오전 7시 40분,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내려 발걸음을 재촉하는 직장인 10명 중 8~9명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오전 8시 10분쯤 여의도 LG트윈타워 입구를 들어서는 직원 대부분은 마스크를 쓴 채였다.

대중교통·의료기관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첫날 출근길 풍경은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중교통은 아직 착용 의무가 남아있고, 시민들도 코로나19로 3년 이상 마스크 착용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아침 최저 기온 영하 6도에 이르는 날씨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출근길에 만난 A(27·여)씨는 “대중교통 탑승 때는 아직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썼다 벗었다 하는 것도 번거로워 사무실에 갈 때까진 그냥 쓰려고 한다”며 “사무실에선 동료들 눈치를 보다가 ‘턱스크’(마스크를 턱까지 내림) 정도를 유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사무실 풍경도 이전과 비슷했다. 대기업 회사원 B(34)씨는 “사무실에 들어설 땐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들어와 자리에 앉아 조용히 벗는 분위기였다”며 “완화 이전에도 자리에선 ‘턱스크’를 쓰거나 부실하게 쓰고 있었는데, 아직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회사원 C(35·여)씨는 “마스크 쓸 때는 화장 신경 안 쓰고 다녀 좋았다. 이미 ‘마스크형 인간’이 됐다”며 “여직원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기 전까진 당분간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전환된 30일 오전 서울 5호선 광화문역 대합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전환된 30일 오전 서울 5호선 광화문역 대합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첫날인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지하 1층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배식을 받고 있다. 고석현 기자

정부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첫날인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지하 1층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배식을 받고 있다. 고석현 기자

이날 기업 구내식당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정오쯤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지하 1층 구내식당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직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CJ그룹도 정부 지침에 따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조정했지만, 직원들은 마스크를 쓰고 배식을 받은 뒤 식탁에 앉아서야 마스크를 벗고 식사를 이어갔다. 식당 내 가림막은 없었지만, 동료들 간 대화도 거의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다만 오후 들어선 건물 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경우가 소폭 늘었다. 각 기업에선 오전 내 사내 분위기를 살피다가 ‘노마스크 족’으로 돌아선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국내·외 출장 허용…대면 행사도 재개

기업들은 사내 방역지침 완화를 구체적으로 공지하고 나섰다. 대부분 개인 좌석에서 마스크 착용은 자율에 맡기되, 엘리베이터·회의실 등 직원 간 접촉이 많은 공간은 마스크 착용을 유지토록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개인 좌석 마스크 착용을 필수→권고로 바꿨다고 공지했다. 대신 사업장 내 이동이나 회의실·통근 버스 등 개인 좌석 외 실내공간에선 마스크 필수 착용을 유지했다.

SK그룹도 계열사별로 사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에서 권고로 변경한다고 안내했다. SK이노베이션은 구성원 간 회식이나 외부식당·카페 이용 시 팀장의 승인을 받도록 했던 절차를 없애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구내식당 가림막 절반가량은 제거하고, 그간 인원·형태를 제한해 실시했던 사내교육도 대면으로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중단했던 가족·지인 초청 행사도 재개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간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있었다. 마스크 착용 시 대면 소통 효율성이 20% 이상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이번 지침 완화를 통해 구성원간 소통과 협업이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제한적으로 허용했던 국내·외 출장을 전면 허용하고, 비대면으로 권고했던 교육·행사·보고 등을 대면으로 허용키로 했다. LG그룹도 사내 마스크 착용을 권고로 완화했으나, 통근 버스 탑승이나 고객 응대 때는 기존처럼 마스크 착용을 유지키로 했다. 향후 2주간 지침을 완화한 뒤 국내 임직원 확진자 추이를 지켜본 뒤 마스크 의무 착용 범위를 조정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사내 거리두기 기준을 한 단계 완화하긴 했지만 당분간 실내 마스크 착용을 유지키로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겨울철 호흡기계 감염병 예방 등을 위해 당분간 실내 마스크 착용을 유지키로 했다”며 “향후 사내 감염 추이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착용 해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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