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빌런 된 기분"…의무제 풀려도 안 벗는 '마스크 키핑족' 심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하루 앞둔 2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서 관계자가 마스크 착용 안내문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하루 앞둔 2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서 관계자가 마스크 착용 안내문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북창동에서 부대찌개 가게를 운영하는 이금연(71)씨는 30일 직원들에게 ”적어도 음식을 할 때는 마스크를 쓰자“고 당부했다. 이날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바뀌긴 했지만, 마스크를 쓰는 게 더 위생에 좋을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씨는 “꼭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남들에게 감기라도 옮길까 봐 걱정된다. 음식을 할 때도 말하다 보면 침이 튈 수 있으니까 쓰는 게 위생적으로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손님 시선을 의식해 마스크를 쓰는 이들도 있었다. 해장국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63)씨는 “주방에서 쉴 때는 마스크를 벗은 적이 있는데, 손님들이 보곤 ‘왜 벗냐’고 고함을 지르고 난리였다”며 “어느새 습관이 들어서 계속 쓰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27)씨도 “주방에서 물 마시느라 마스크를 내렸다가 리뷰에서 지적 받았다”며 “마스크를 써야 안심하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내마스크 해제 첫날인 30일 오전 광주 서구 서석중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 내부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뉴스1

실내마스크 해제 첫날인 30일 오전 광주 서구 서석중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 내부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뉴스1

2020년 10월부터 유지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이날 권고로 전환됐지만, “마스크를 계속 쓰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스타벅스·커피빈 등 대형 프렌차이즈 커피점 일부도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내부 방침을 정했다. 메가스터디·종로학원 등 대형 입시학원도 당분간 마스크 착용 지침을 유지하도록 할 예정이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의무가 사라져도 여러 이유로 마스크를 계속 곁에 두는 ‘마스크 키핑(keeping)족’이 당분간 더 많을 것”이라며 “3년 넘게 착용하다 보니 마치 의복의 하나처럼 됐다. 감염 방지나 얼굴이 가려지는 데서 오는 심리적 안정, 습관 등의 이유로 마스크를 계속 곁에 두고 싶은 의식”이라고 설명했다.

“빌런 된 기분”…‘키핑족’vs‘탈마스크족’ 이질감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가 시행된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내 카페에서 관람객들이 마스크를 벗고 음료를 마시고 있다. 뉴스1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가 시행된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내 카페에서 관람객들이 마스크를 벗고 음료를 마시고 있다. 뉴스1

의무 해제와 동시에 마스크를 벗어던진 ‘탈마스크족’과 ‘마스크 키핑족’이 공존하면서 서로 이질감을 느끼는 상황도 빚어졌다. 이날 회사 등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유모(27)씨는 “마스크를 쓰면 누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다같이 벗고 제대로 소통했으면 좋겠는데 아무도 안 벗더라”며 “카페 직원으로부터 ‘마스크 착용해달라’는 말도 들었는데 순간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회사원 조모(25)씨는 “가게에 들어가도 직원들은 쓰고 있으니까 눈치가 보인다. 빌런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가족이 기저질환이 있어 마스크를 피부처럼 챙겨 쓴다는 직장인 정모(35)씨는 “마스크 해제는 다른 나라 상황을 보니 위험한 결정인 것 같다”며 “마스크를 멋은 사람을 보면 나에게서 옮아갈까 무섭고 내가 옮을까봐 무섭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을 감염시키기도 자신이 감염되기도 싫다는 시민적인 가치에 대해서 한국인들은 꽤 많이 신경을 쓰는 편이라 마스크 착용을 유지하는 이들이 상당수 될 것”이라며 “각자의 판단에 마스크 착용이 맡겨질 텐데, 어느 쪽도 규칙을 어긴 건 아니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거나 쓰지 않았다고 손가락질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