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창동에서 부대찌개 가게를 운영하는 이금연(71)씨는 30일 직원들에게 ”적어도 음식을 할 때는 마스크를 쓰자“고 당부했다. 이날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바뀌긴 했지만, 마스크를 쓰는 게 더 위생에 좋을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씨는 “꼭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남들에게 감기라도 옮길까 봐 걱정된다. 음식을 할 때도 말하다 보면 침이 튈 수 있으니까 쓰는 게 위생적으로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손님 시선을 의식해 마스크를 쓰는 이들도 있었다. 해장국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63)씨는 “주방에서 쉴 때는 마스크를 벗은 적이 있는데, 손님들이 보곤 ‘왜 벗냐’고 고함을 지르고 난리였다”며 “어느새 습관이 들어서 계속 쓰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27)씨도 “주방에서 물 마시느라 마스크를 내렸다가 리뷰에서 지적 받았다”며 “마스크를 써야 안심하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2020년 10월부터 유지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이날 권고로 전환됐지만, “마스크를 계속 쓰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스타벅스·커피빈 등 대형 프렌차이즈 커피점 일부도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내부 방침을 정했다. 메가스터디·종로학원 등 대형 입시학원도 당분간 마스크 착용 지침을 유지하도록 할 예정이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의무가 사라져도 여러 이유로 마스크를 계속 곁에 두는 ‘마스크 키핑(keeping)족’이 당분간 더 많을 것”이라며 “3년 넘게 착용하다 보니 마치 의복의 하나처럼 됐다. 감염 방지나 얼굴이 가려지는 데서 오는 심리적 안정, 습관 등의 이유로 마스크를 계속 곁에 두고 싶은 의식”이라고 설명했다.
“빌런 된 기분”…‘키핑족’vs‘탈마스크족’ 이질감도
의무 해제와 동시에 마스크를 벗어던진 ‘탈마스크족’과 ‘마스크 키핑족’이 공존하면서 서로 이질감을 느끼는 상황도 빚어졌다. 이날 회사 등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유모(27)씨는 “마스크를 쓰면 누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다같이 벗고 제대로 소통했으면 좋겠는데 아무도 안 벗더라”며 “카페 직원으로부터 ‘마스크 착용해달라’는 말도 들었는데 순간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회사원 조모(25)씨는 “가게에 들어가도 직원들은 쓰고 있으니까 눈치가 보인다. 빌런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가족이 기저질환이 있어 마스크를 피부처럼 챙겨 쓴다는 직장인 정모(35)씨는 “마스크 해제는 다른 나라 상황을 보니 위험한 결정인 것 같다”며 “마스크를 멋은 사람을 보면 나에게서 옮아갈까 무섭고 내가 옮을까봐 무섭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을 감염시키기도 자신이 감염되기도 싫다는 시민적인 가치에 대해서 한국인들은 꽤 많이 신경을 쓰는 편이라 마스크 착용을 유지하는 이들이 상당수 될 것”이라며 “각자의 판단에 마스크 착용이 맡겨질 텐데, 어느 쪽도 규칙을 어긴 건 아니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거나 쓰지 않았다고 손가락질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