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요약:K팝 보고서
2. 시작부터 세계에서 논다, 한국 데뷔가 곧 세계 데뷔
3. K팝의 신대륙 개척…이 팀은 러시아에서 왜 인기?
4. K팝 본산의 본심: BTS 제친 임영웅은 2위, 대망의 1위는?
천하의 방탄소년단(BTS)이 K팝 본진에선 동메달.
말하자면 이건 태권도 국가대표 선발전 같은 것이다. 2022년 1월 7일~2023년 1월 7일까지 K팝의 고향, 즉 한국에서 유튜브 조회 1억 회 이상 기록한 아티스트는 누구인지 조사해 ‘K팝 네이티브’의 본심을 파악해 보았다.
K팝 보고서 <끝>

아이유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조회되는 가수다. 사진은 지난해 9월 17~18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진행된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 오렌지 태양 아래’. 한국 여성 가수 최초로 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이틀간 관객 8만8000여 명을 모았다. 사진 EDAM엔터테인먼트
이 기간 한국에서 1억 회 이상 조회된 가수는 총 22팀(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공식 뮤직비디오와 가사동영상, 유튜브 사용자가 편집한 각종 동영상 조회 수를 합산했다.
BTS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조회되는 K팝 그룹이지만, 한국의 첫 선택은 아이유였다. 지난해 한국에선 아이유의 음악 관련 콘텐트가 4억4900만 번 소비됐다. 국민(2021년 기준 5174만 명) 1인당 연간 8~9번은 아이유의 음악을 들은 셈이다.
이 기간 아이유의 글로벌 조회 수는 9억9000만 회로 1000만 회 차이로 ‘10억 클럽’엔 들지 못했다. 시점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2021년 4월~2022년 3월 말까지의 유튜브 뮤직 차트를 분석한 중앙일보 조사에선 한국에서만 6억5700만, 세계에선 13억8000만 뷰를 기록했다. 글로벌·한국에서의 조회 수 감소는 아이유가 지난해 새 앨범을 내지 않았고, 영화 촬영에 매진하면서 콘서트를 제외한 음악 관련 활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이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의 주인공이라는 타이틀을 잡을 수 있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이유 음악 소비의 절반 정도(약 48%)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동시에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도 고르게 지지를 얻고 있다. ‘칼군무’ 없는 K팝 솔로 가수가 발라드 음악으로 이 정도 글로벌 지지를 얻는 것은 이례적이다. 아이유가 일찌감치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서 인지도를 높여온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에 이어 아이유를 두 번째로 많이 소비한 인도는 특히 지난 몇 년간 K드라마 등 한국 관련 콘텐트 소비가 급증한 지역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은 “팬데믹 때 인도에서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의 성과가 엄청 좋았다. K팝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지금 우리 학교는’과 같은 드라마와 시너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인도 북부 지역에선 K팝과 드라마, 패션, 뷰티, 음식이 동시에 뜨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트로트 영웅’ 임영웅은 ‘글로벌 스타’ BTS를 제치고 2위를 기록했다. 임영웅 팬덤은 한국에 집중돼 있다. 세계 합산 조회 수는 4억1900만인데, 이 중 90% 이상이 국내에서 발생한다.
임영웅은 국내 음원 소비 성적표인 써클차트의 2022 ‘연간 차트 톱400’ 점유율에서도 1위(6.3%)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아이브, 르세라핌, 뉴진스 등 신인급 걸그룹이 각종 차트를 장악한 명실상부 ‘걸그룹의 해’였다. 임영웅은 ‘걸그룹 대전’ 속에서 400위 권에 총 22곡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아이유와 BTS의 점유율은 각각 5.2 %(18곡), 2.6%(7곡)다.
음악 스타트업 스페이스오디티 김홍기 대표는 “최근엔 1~2세대 K팝 팬덤의 특징이었던 ‘헌신적인 팬’의 개념을 중·장년층이 이어받아서 따라 하고 있다”며 “임영웅은 해외 아미(BTS 팬덤)가 알 정도로 팬 활동이 활발한 아티스트”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멜론 순위 올리기나 스밍(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위해 반복적으로 음원을 소비하는 행위) 경쟁에서 임영웅 팬덤의 활동이 활발하다. 아미까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임영웅은 이길 수 없다’는 밈(짤)이 생길 정도로 열성적”이라고 말했다.

임영웅은 국내 트로트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아임 히어로' 앙코르 콘서트. 사진 물고기 뮤직
BTS의 한국 조회 수는 3억5200만 뷰, 3위였다. 글로벌 단위로 보면 K팝 가수 중 압도적인 79억7000만 뷰를 기록했지만, 한국에선 두 발 물러섰다. BTS가 영어 음반을 내고 활발한 활동을 펼친 전년도엔 양상이 달랐다. BTS 음악은 한국에서만 7억5200만 회 소비되면서 아이유의 한국 조회 수(6억5700만)보다 1억 회가량 많아 1위를 기록했다.
이번 순위 변동의 가장 큰 원인은 BTS의 지난 12개월 음악 활동이 전년보다 뜸했기 때문이다. 멤버들의 솔로 활동 시작으로 분산 효과도 있었다. BTS를 가장 많이 조회한 나라는 전년에 이어 2022년에도 일본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를 통해 BTS 음악을 듣고 보는 세계인 중 약 11.5%가 일본에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어 BTS를 많이 소비하는 국가는 인도(9.7%)·멕시코(8.2%)·미국(6.5%)·인도네시아(6.1%)·브라질(4.8%)·필리핀(4.5%) 순이었다. 한국에선 필리핀과 거의 동일한 4.4%를 기록했다. BTS 인기가 특정 지역의 이상 현상이 아닌 글로벌 현상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지난 12개월간 한국에선 아이브의 조회 수(3억4400만·4위)가 블랙핑크(3억2600만·5위)를 앞지른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세계 조회 수를 합산하면 블랙핑크가 아이브를 단연 압도하지만, 국내에선 한 끗 차이로 추월당했다. 데뷔 만 1년을 갓 넘긴 아이브의 상승세가 향후 어떻게 이어질 것인지 관심이 높은 이유다.

블랙핑크의 글로벌 인지도는 K팝 그룹 중 단연 최고다. 사진은 테니스 레전드 로저 페더러(가운데)가 직접 올린 ‘인증샷’. 페더러는 블랙핑크 멤버 4명과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우리 아이(자녀)들이 블랙핑크가 워낙 유명하니 이 사진은 꼭 SNS에 올려야 한다고 하더라”고 적었다. 사진 페더러 인스타그램
블랙핑크의 뒤를 쫓는 (여자)아이들(6위)이나 에스파(7위), 뉴진스(8위)와도 언제든 순위 바꿈이 가능해 보인다. 써클차트의 2022년 연간 차트 톱400 점유율에서도 아이브(3%), (여자)아이들(2.1%), 에스파(2.6%), 뉴진스(2%)는 모두 톱10에 들었지만, 블랙핑크는 제외됐다.
K팝 음반 판매 8000만 장 시대, 올해는?
2022년 K팝 음반은 전 세계적으로 80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음반 수출액 신기록을 달성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 통계에 따르면 이 기간 한국 음반 수출액은 2억3311만3000달러(약 2878억원)다. 2021년의 2억2085만 달러(약 2726억원)를 넘긴 역대 최고 기록이며 전년 대비 5.6% 늘었다. 이 성장 속도가 유지될 경우 올해엔 K팝 음반 1억 장 시대를 기대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BTS)은 K팝의 음반 판매 8000만 장 시대를 견인했다. 데뷔 10년 차가 된 이들은 지난해에만 730만 장 이상을 판매했다. 사진 빅히트뮤직
지난해 한국 음반을 가장 많이 사간 국가는 일본으로 8574만9000달러를 기록했다. 이어 중국(5132만6000달러), 미국(3887만7000달러) 순이었다.
써클차트가 집계한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 월간 톱400 합산 판매량은 8074만4916장이며, 전년 동기 대비 약 2140만 장 증가했다. 여기엔 여전히 7년째 음반 판매 1위를 기록하는 BTS의 공이 크다. BTS는 지난해에만 총 730만2558장(신·구보 및 멤버 솔로 음반 합산)을 팔아치웠다. 올해 데뷔 10년 차가 된 이들의 음반 누적 판매량은 3800만여 장에 달한다.
K팝 음반 판매 실적의 도약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면에선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다. 2021년엔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약 1700만 장 증가하고 수출액은 1억 달러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엔 2140만 장이 더 팔리고도 수출액은 고작 1000만 달러 증가했다. 수출액 증가가 수량 증가에 비례하지 않는 것은 음반 염가 판매, 실적 부풀리기를 위한 음반 판매 인플레이션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 밖에 국내에선 K팝 음원 소비가 감소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음원 시장은 전년 대비 2.2% 감소,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해서도 25.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피지컬(실물) 앨범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나, 팬데믹 이후 2년 연속 이어온 전년 대비 30%대 고성장을 2023년에도 이어갈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3대 수출 대상 국가인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둔화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은 “2021년 대비 지난 한 해 피지컬 앨범 판매 증가분의 약 80%를 걸그룹이 견인한 점도 시장 성장에 어떻게 작용할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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