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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마스크 해제 첫날, 신도림역 4000명 중 '노마스크' 0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썼다 벗는 것도 귀찮고 사람으로 붐비는 역 승강장이라면 감염 위험이 있어서요.”

30일 오전 7시50분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서 만난 직장인 정현식(51)씨의 말이다. 환승 대기 중이던 정씨는 마스크를 코끝까지 덮어 쓰고 있었다. 이날 기자가 지켜본 10여분간 대림·문래 양 방면 지하 승강장(탑승구)을 오고간 시민 3900여명 가운데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전환된 30일 오전 서울 5호선 광화문역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전환된 30일 오전 서울 5호선 광화문역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신도림역 1·2호선을 연결하는 지하 통로를 비슷한 시간 지나던 시민 800여명 중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직장인 김준희(32·여)씨는 “벗고 있다가 버스·지하철 탈 때만 마스크를 쓰는 게 다소 불편하지만, 고령자나 고위험군을 생각했을 때 마스크는 여전히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840일 만에 ‘마스크 졸업’…아직은 어색

30일 오전 7시 39분 1호선 용산행 급행 열차에 내린 승객들이 2호선 환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역사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해제됐지만, 승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근길에 올랐다. 이찬규 기자

30일 오전 7시 39분 1호선 용산행 급행 열차에 내린 승객들이 2호선 환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역사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해제됐지만, 승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근길에 올랐다. 이찬규 기자

이날부터 의료시설·대중교통과 같은 일부 시설을 뺀 대부분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졌다. 2020년 10월 13일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 이후 840일 만이다. 지하철 승강장·대합실이나 엘리베이터와 같은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신도림역·강남역·당산역 출근길에서 만난 시민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오전 7시20분쯤 신분당선 강남역 24개 승강장에서 광교 방향 열차를 기다리던 시민 210여명 가운데 마스크 미착용자는 한 명도 없었다. 7시40분부터 8시까지 강남역 지하를 오가던 시민 1000여명 중 ‘노 마스크’인 사람은 3~4명 정도에 불과했다. 강남역 미화원 김정림(62·여)씨는 “오전 6시부터 근무했는데, 승강장에서 마스크를 벗은 사람은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오전 7시30분 2호선과 9호선의 환승역인 당산역에서도 환승을 위한 에스컬레이터를 탄 시민 30여명 가운데 마스크를 턱밑으로 내린 이도 없었다. 40대 직장인 임모씨는 “마스크가 습관이 됐고 자녀 학교에서 조심해달라는 문자가 오기도 했다”라고 말한 뒤 걸음을 바삐 옮겼다.

마스크를 바로 벗지 못하는 데에는 주변 시선을 언급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직장인 정준혁(28)씨는 “첫날부터 벗으면 다른 사람들 눈에 띌 것 같다. 남들 다 벗으면 벗으려고 한다”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 30대 민모(여)씨도 “승강장에서 다들 쓰고 있는데 나만 벗기엔 눈치 보인다”라고 털어놨다. 대학생 한모(22)씨는 “당장 벗고 싶은데 주변에 벗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규정 헷갈려” “귀찮아” 반응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대부분 해제된 30일 오전 인천시 서구 인천지하철 2호선 서구청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출구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마스크 착용 의무가 대부분 해제된 30일 오전 인천시 서구 인천지하철 2호선 서구청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출구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들 사이에선 “규정이 헷갈린다”는 반응도 나왔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직장인 A씨(43)는 “어디는 되고 안 되는지 아직도 헷갈리고 그걸 어떻게 하나하나 챙기나. 병원 정도만 안 된다고 기억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노현수(35)씨는 “승강장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지 몰랐다. 해제 조치에 따라 회사에서는 바로 벗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대중교통 ‘탑승 중’에만 적용되다 보니 마스크를 썼었다 벗었다 해야 해 귀찮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지하철2호선 삼성역이 종착지라는 30대 김모(여)씨는 “어차피 대중교통에서 써야 하는데 환승하는 거 잠깐이고 벗기 귀찮다”라고 말했다. 지하철4호선 이수역에서 만난 김지운(35)씨는 “마을버스를 타고 와서 지하철을 타는 데 썼다 벗었다 할 새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드물게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고 있던 이들은 ‘마스크 해제’에 대한 반가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강남역 지하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던 고등학교 3학년 허모(18)군은 “마스크를 꼭 쓰지 않아도 된다는 부담감이 사라져 좋다. 이제 자유다”라며 웃었다. 역 승강장에서 만난 이윤성(27)씨는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음료를 마실 수도 있고 마스크를 벗으니 편하고 시원하다”라며 마스크 해제 조치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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