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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비번공유는 사랑이라더니”…변심한 넷플릭스, 구독공유 시장엔 기회?

중앙일보

입력

넷플릭스 행사장에 설치된 넷플릭스 기업 로고. [뉴스1]

넷플릭스 행사장에 설치된 넷플릭스 기업 로고. [뉴스1]

3월 말부터 국내에서도 넷플릭스 계정 공유에 대한 추가 과금(이하 공유 요금제)이 실시된다. 실적 반전 카드를 고민하던 넷플릭스가 일부 국가에서만 선보인 공유 요금제를 확대 적용하기로 한 것. 2억 3000만명이 보는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의 변심이 미칠 영향을 따져봤다.

무슨 일이야

넷플릭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공개한 주주서한에서 “1분기 말에 계정 공유 유료화를 대대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가족이 아닌 제3자와 계정 공유시 1인당 2~3달러를 추가 과금하겠다는 것. 공유 요금제는 지난해 3월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에 먼저 선보였다. 계정 소유자의 IP 주소, 계정 활동 등으로 동거 가족과 제3자를 구분하는 방식. 한국에서도 3월말 쯤 이 요금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게 왜 중요해

구독서비스가 확산하며 콘텐트 이용자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계정 공유에 대한 추가 과금은 구독피로를 가중시킬 수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국내 유료 OTT 이용자의 3분의 2(60.7%)가 2개 이상의 서비스를 이용 중.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 절반 이상(59%)이 계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컨슈머인사이트). 콘텐트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공유 요금제를 도입해 가입자 증가 효과를 볼 경우 다른 OTT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약일까 독일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넷플릭스는 전체 가입자 2억3000여명 가운데 약 절반은 가족, 친구 등과 계정을 공유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른바 ‘무칭(mooching, 빌붙기)’ 현상. 그간 넷플릭스는 ‘사랑은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것(Love is sharing a password)’이라고 홍보하며 계정 공유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왔지만, 수익성 악화에 입장을 선회했다. 넷플릭스는 최근 주주서한에서 “계정 공유를 유료화하면 일부 가입자는 구독을 취소할 수 있다”면서도 “기존에 계정을 빌려 쓰던 가구가 이번에 자체 계정을 만들면 전체 계정 수가 늘고 수익도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득보다 실 많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ISDI 조사에선 국내 넷플릭스 가입자의 42.5%가 “계정 공유 과금 시 서비스를 해지하겠다”고 답했으며,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계정을 공유하겠다”는 가입자는 24.2%에 그쳤다. 강준석 KISDI 연구위원은 “이용자들에겐 계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서비스 이용의 주요 요인이었다”며 “넷플릭스가 공유 요금제를 적용해도 매출이 늘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해지가 늘어 광고 등 관련 매출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OTT는 어때

훌루, 디즈니플러스, ESPN 등의 OTT 서비스를 운영하는 디즈니는 현재 광고형 요금제에 주력한다. 광고를 보는 대신 구독료가 저렴한 요금제다. 앞서 훌루는 넷플릭스보다 먼저 광고형 요금제를 선보이며 업계 변화를 이끌었고,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광고를 도입하며 광고가 붙지 않는 기존 요금제 가격을 3달러 인상했다.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 국내 OTT 업계는 넷플릭스의 공유 요금제를 관망 중이다. 국내 OTT 업체 관계자는 “OTT 복수 가입자가 상당한데, 계정 공유를 차단하거나 과금할 경우 구독 해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이탈자가 토종 OTT로 유입될 수 있다는 약간의 기대감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유중개 플랫폼, 뜰까 질까

국내에서도 OTT 계정을 공유하는 구독공유 중개 플랫폼이 활성화되는 추세다. [사진 피클플러스]

국내에서도 OTT 계정을 공유하는 구독공유 중개 플랫폼이 활성화되는 추세다. [사진 피클플러스]

구독경제가 활성화하며 전 세계적으로 OTT 구독공유 ‘중개 플랫폼도 확산하고 있다. OTT 계정을 공유할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요금을 정산해주는 대신 수수료를 받는다. 국내에도 피클플러스, 링키드, 위즈니 등이 영업 중이다. 지난해 OTT 이용권을 하루 500원에 제공하다 송사에 휘말리며 관련 사업을 중단한 페이센스의 경우 회사가 계정을 사서 회원들에게 나눠 파는 방식이라, 중개 플랫폼과는 성격이 다르다,

◦ 공유 요금제, 오히려 호재?: 구독공유 중개 플랫폼들은 넷플릭스의 공유 요금제를 호재로 본다. 20대 1인가구를 중심으로 1개 회선용 저가요금제보다 4개 회선이 동시접속할 수 있는 고가요금제를 공유하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넷플릭스 등 대부분의 OTT의 고가요금제는 FHD(해상도 1080p)보다 해상도가 4배 높은 4K 고화질 콘텐트를 볼 수 있다. 이용자 20만 명 이상인 피클플러스의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계정공유를 금지하는 게 아니라 유료 멤버십을 추가하는 것”이라며 “추가 비용만큼 공유자들이 나눠내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체인 링키드 역시 “공유 요금제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 기존에 가족, 친지와 계정을 나눠쓰던 이용자까지 구독공유 중개 플랫폼으로 넘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참에 퇴출’ 나설수도: 하지만 OTT 업계의 묵인 속에 운영되온 구독공유 중개 플랫폼에 언제 철퇴가 가해질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간 OTT 업체들은 구독공유 중개 플랫폼에 약관 위반 요소가 있다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상황. 가입자 이탈률을 낮춰 이용자 저변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플랫폼이 매출에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한다면 입장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계정 공유의 문제점으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지적해왔기 때문에 보안을 이유로 운영을 제지하고 나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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