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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명령에 '급여 1750만원' 토해낼 교직원…소송 길 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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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교육청. 뉴스1

강원도교육청. 뉴스1

교육청이 학교재단에 교직원 월급을 환수하라고 했을 때, 실제 손해를 입는 사람이 교직원이라면 교직원 개인도 소송을 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강원도교육청은 2020년 8월 관내 사립 중·고교가 기간제 행정·사무 직원 등을 정규직으로 임용할 때 경력을 너무 후하게 인정해 호봉을 정했다며 “최근 5년 범위 내에서 급여를 돌려받으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자 춘천 등 강원도 지역 5개 학교 직원 김모씨 등 8명은 1인당 적게는 370만원에서 많게는 1750만원 정도를 반납할 처지에 놓였다. 이들은 교육청을 상대로 급여환수 명령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문제는 교육청이 명령한 주체가 교직원들이 아니라 학교법인 이사장과 학교장들이었다는 점이다. 1심과 2심은 이런 이유로 김씨 등의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却下)는 소송의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보고, 내용을 들여다 볼 것도 없이 소송을 끝내는 것이다.

춘천지방법원. 사진 춘천지방법원

춘천지방법원. 사진 춘천지방법원

1심인 춘천지법 행정1부는 2021년 9월 “이 사건 각 명령의 상대방은 교직원이 아니라 학교법인 이사장과 학교장”이라며 “교직원이 소를 제기하는 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행정1부의 판단도 같았다. 지난해 8월 “소를 각하한 1심은 정당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12일 “김씨 등이 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낼 자격이 있다”며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교육청의 명령은 권고에 그치지 않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학교법인에 보조금 지급 중단이라는 조치까지 예정하고 있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행정처분”이라며 “이 명령으로 인해 원고들은 급여가 실질적으로 삭감되거나 이미 지급된 급여를 반환해야 하는 손해를 입게 되므로, 원고들은 이 명령을 다툴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봤다.

1심의 “실제로 이사장과 학교장이 급여환수 및 호봉 재획정 조치를 하기 전까지는 원고들의 권리나 법률상 이익에 대해 침해가 발생했다고 할 수 없다”고 한 것과 대비된다. 1심은 “교육청의 명령이 곧바로 원고들의 법률상 이익을 개별적·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뉴스1

서울 서초동 대법원. 뉴스1

원고들을 대리한 이명웅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정년까지 근무하는 교직원들에게 호봉 재획정 조치는 누적해서 큰 불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며 “실질적으로 당사자가 소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익을 침해당할 수 있는 제3자의 원고적격이 꾸준히 인정돼 왔으며 판례를 통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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