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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매물은 조금씩 손바뀜…부동산시장 빙하기 끝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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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아파트 거래량이 소폭 반등하고 있지만, 본격 회복까진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29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매매 안내문. [뉴시스]

아파트 거래량이 소폭 반등하고 있지만, 본격 회복까진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29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매매 안내문. [뉴시스]

“집주인이 호가를 낮춘 급매물만 조금씩 팔려요.”(서울 마포구 공인중개사)

“거래가 성사되고 가격도 다시 오릅니다.”(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사)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책이 담긴 ‘1·3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미세하게 변화하고 있다. 매수 문의가 늘면서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도 소폭 늘고 있다. 하지만 거래가 체결되는 가격 양상은 지역별로 다르다.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과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대부분의 지역은 실거래가가 여전히 하락세다. 반면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은 조금씩 오른 값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바닥을 말하기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3 대책 이후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거래 증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지난해 10월 559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뒤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이달 거래량은 428건으로 전월(828건)의 절반을 넘었다. 신고 기한이 한 달가량 남은 점을 고려하면 12월 거래량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 많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는 지난해 12월엔 거래가 한 건도 없었지만, 이달 들어선 4건 거래됐다. 같은 기간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3→6건)과 노원구 월계동 미륭·미성·삼호3차(3→8건)도 거래가 늘었다.

집값 하락 폭도 줄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지난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31% 하락해 1·3 대책 이후 낙폭이 3주 연속 축소됐다. 이 기간 서초구(-0.33%)와 강남구(-0.56%) 등 강남 3구의 하락 폭이 비교적 작았고, 강서구(-1.9%)와 도봉구(-1.57%), 노원구(-1.39%) 등은 1~2% 하락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개별 단지별로는 분위기 차이가 크다. 강북권이나 도심권에선 이전 거래가격보다 낮은 값에 팔리는 단지가 많다. 반면 아직 규제지역으로 묶인 강남권에선 거래가격이 오른다. 지난해 10월 28억5000만원에 팔렸던 송파구 트리지움 전용 149㎡는 지난 20일 34억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매수·매도자 간 ‘눈치싸움’이 극심해 거래가 확 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가격 조정을 덜 받은 곳에서 두드러진다. 광진구 광장동 광장힐스테이트 84㎡는 2021년 10월 21억1000만원에 팔린 뒤 1년이 넘도록 거래가 없다. 현재 호가는 19억~21억원이지만, 매수 희망자는 17억 원대 매물을 찾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집주인과 집을 살 사람들이 ‘동상이몽’에 빠져 있다”며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 있지만, 상승세로의 반전이 아닌 매물 소화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청약 11개 단지 중 8곳 미달=새 아파트 분양시장은 여전히 침체 국면이다. 2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청약을 진행한 전국 11개 단지 가운데 8개 단지가 ‘미달’했다.

지난 25~26일 청약을 받은 충남 서산 해미면 ‘서산 해미 이아에듀타운’은 일반공급 80가구 모집에 3명만 신청했다.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인천석정 한신더휴’도 139가구 모집에 36명, 인천 연수구 ‘송도역 경남아너스빌’은 94가구 모집에 62명만 각각 신청했다.

청약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던 대단지 상황도 비슷하다. 경기 안양시 호계동 ‘평촌 센텀퍼스트’는 1150가구 모집에 350명만 신청했고 현대건설이 시공한 대구 동구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도 478가구 모집에 28명만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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