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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화끈하게 내린 테슬라 “주문 폭주”…전기차 치킨게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일론 머스크(左), 정의선(右)

일론 머스크(左), 정의선(右)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테슬라 디스카운트’가 휘몰아치고 있다. 경쟁 업체가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들면 치킨게임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테슬라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가격을 6.4~19.7% 낮춘다고 발표했다. 할인폭이 가장 큰 모델Y(롱레인지 4륜)의 경우 6만5990달러에서 5만2990달러(약 6500만원)로 내렸다. 한 번에 1만3000달러(약 1600만원) 저렴해진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 보조금 7500달러를 제하면 소비자 가격은 4만5490달러(약 5600만원)로 낮아진다. 모델3(퍼포먼스)도 6만2990→5만3990달러(약 6700만원)로 원화 기준 1000만원 넘게 인하됐다.

이번 테슬라의 가격 인하는 경기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이란 평가다. 이후 주문은 급증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5일 “이달 들어 회사 역사상 가장 강력한 주문이 몰려들고 있다. 현재 생산 속도의 두 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환호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27일(현지시간) 177.90달러로 장을 마쳤다. 주간 기준으로 33% 상승해 2013년 5월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양산차 기업은 긴장하고 있다. 생산과 판매가 분리된 미 시장에서 양산차 기업이 차량 판매가를 실시간으로 변경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동안 판매를 담당하는 딜러는 판매량이 저조할 경우 할인폭을 늘려 소비자 부담을 덜어줬다. 생산자가 가격을 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테슬라의 가격 인하가 자동차 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기차 치킨게임의 서막이 될 수도 있다. 시장에선 향후 2~3년간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가 시작한 온라인 판매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면, 이제는 가격 경쟁이 2라운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중국 업체가 저가 모델을 앞세워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테슬라가 가격 인하 전략을 장기적으로 가져갈 경우 양산차 업계에 가격 인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문제는 체력이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 여력은 충분하다. 테슬라는 지난해 매출 814억 달러(약 100조5300억원), 순이익 126억 달러(약 15조5600억원)로 순이익률이 15.4%였다. 현대차나 일본 도요타 등을 수익성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현대차의 순이익률은 5.6%였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에서 적극적으로 자동차 리스(Lease) 시장 공략에 나선다. 미국·캐나다 등 북미에서 조립되거나 북미산 핵심 광물이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된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2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미국 시장에서 기본 전략은 ‘리스로 최대한 버틴 뒤, 현지 생산을 앞당긴다’이다. 최근 보조금 지급 대상에 리스 차량이 포함된 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6일 현대차 서강현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올해는 리스 프로그램을 활용한 차량 판매 비중을 적극 확대할 계획”이라며 “현재 5% 미만의 리스 비중을 30% 이상 수준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 역시 30% 이상으로 리스 판매를 늘려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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