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英 총리, '세금 미납' 여당 의장 해임 초강수

중앙일보

입력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9일(현지시간) 과거 거액의 세금 미납 의혹이 제기된 나딤 자하위 보수당 의장을 전격 해임했다.

수낵 총리는 이날 자하위 의장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독립적인 조사 결과 내각 강령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는 게 명백하다"며 "집권 여당 의장직을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임기를 시작하면서 내가 이끄는 정부는 모든 수준에서 청렴하고, 전문적이며, 책임감을 느끼겠다고 약속했다"고도 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수낵 총리는 자하위 의장에게 사임을 권해 체면을 지켜주기보다 해임이란 초강수를 뒀다. 이는 지난해 불명예 퇴진한 두 전임 총리들과 선을 긋고, 고물가에 허덕이는 국민을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자하위 의장은 2000년 설립한 여론조사회사 유고브와 관련한 거액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가 지난해 뒤늦게 국세청에 벌금과 함께 세금을 지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BBC 방송은 자하위 의장과 국세청 사이에 불거진 분쟁은 지난해 7∼9월에 해결됐으며, 벌금과 세금은 총 480만 파운드(73억 원)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자하위 의장은 당시 세금을 적게 내려는 의도가 없었으며, 세무 당국 역시 자신이 세금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부주의했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나딤 자하위 영국 보수당 의장. AP=연합뉴스

나딤 자하위 영국 보수당 의장. AP=연합뉴스

자하위 의장은 보리스 존슨 전 총리와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이끌었던 보수당 정부에서 재무부 장관 등을 지냈다. 존슨 전 총리는 성 비위 의원을 감싼 '거짓말 논란' 등으로 지난해 7월 사임했고, 트러스 전 총리는 설익은 감세 정책으로 같은 해 10월 물러났다.

자하위 의장은 이라크 난민 출신으로 영국 정부 요직에 올라 눈길을 끈 인물이다. 그는 해임 서한에 대한 답변서에서 "영국 정부에서 일한 것은 일생의 특권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세금 논란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야당은 수낵 총리가 자하위 의장을 둘러싼 세금 미납 의혹이 나왔을 때 즉각 경질했어야 했다며 이번 조치가 늦었다고 주장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