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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살 때, 개인은 '삼전'도 팔았다… 5조 넘게 매수한 이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새해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외국인은 '바이 코리아'에 나섰지만 개인 투자자는 증시에서 발을 빼고 채권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달에만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에서만 7조원 넘는 물량을 던졌고, 외국인 투자자가 이를 거의 받아냈다. 주식 시장을 떠난 개인은 같은 기간 채권을 5조원 넘게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15.37포인트(0.62%) 오른 2,484.02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15.37포인트(0.62%) 오른 2,484.02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 27일 2484.02로 마감하며 지난 3일보다 11.96% 상승했다. 월간 상승률 기준으로 2020년 11월(14.3%) 이후 2년 만의 최고 기록이다. 연초 한국 증시의 '반짝 랠리(상승장)'를 주도한 건 외국인 투자자다.

외국인 올해 들어 6조원 넘게 순매수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3~27일 코스피 종목을 6조824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지난 10일(-22억원)을 제외하곤 연일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엔 삼성전자(2조5712억원)·SK하이닉스(6133억원) 등 반도체 종목이 1·2위를 차지했고, 신한지주(2631억원)·하나금융지주(2165억원) 등 금융주가 뒤를 이었다. LG화학(1818억원)·삼성SDI(1276억원) 등 이차 전지 관련주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마무리 기대와 함께 달러화 약세에 따른 미국 외 자산에 대한 선호도 증가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집중 매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종목을 집중 매수했다. 서상영 미래에셋 미디어콘텐츠 본부장은 "상반기에 반도체 재고가 소진되면서, 하반기부턴 재고 축적 기간에 들어가 D램 가격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반도체는 대표적인 경기 민감 업종이기 때문에 주가가 바닥일 때 사 두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달 들어 지난 27일까지 16.4% 상승했는데, 이를 개인 투자자는 차익실현의 기회로 여기고 주식을 팔았지만 외국인은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고 사들였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잠정 실적을 발표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의 현판의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잠정 실적을 발표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의 현판의 모습. 연합뉴스

중국 경기 부양 기대감으로 인한 달러 약세도 국내 증시의 매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 27일 기준 원화 가치는 달러당 1231.3원으로 지난 3일보다 39.7원 올랐다. 지난해 최저 수준으로 미끄러졌던 9월 28일(1달러=1439.9원)과 비교하면 원화가치는 14.5% 상승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수 경기 회복 기대가 위안화 강세로 이어지고, 이는 원화 강세로 연결된다"며 "위안화 가치가 중국의 부동산 규제 이전으로 회복될 경우 원화 가치는 '1달러=1150원' 수준까지 갈 수 있을 전망이고, 그에 따라 외국인의 추가 순매수 여력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7조 매도한 개인, 채권 '사자'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쓸어담는 반면 개인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는 모습이다. 지난 3~27일 개인투자자는 코스피 종목 7조2239억원어치 순매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2조4822억원)와 SK하이닉스(7263억원), 신한지주(2895억원), 기아(2836억원), 현대차(2564억원) 등을 팔아치웠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증시에 대한 냉랭한 분위기와 달리 개인투자자는 채권에는 러브콜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에만 5조원 넘는 순매수 중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5대 증권사(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NH투자증권)가 개인에게 판매한 리테일 채권 규모만 5조76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액(3조242억원)보다 67.9% 증가했다.

채권 금리가 뛴 데다 은행권 예금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개인의 채권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금리가 연 1% 수준이어서 채권투자 유인이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연 3~6% 수준의 금리를 주는 국·공채와 회사채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고, 경기 악화 속 섣불리 금리를 내리면 다 잡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중앙은행이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 힘든 상황이라 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회사채 등은 경기 상황과 개별 신용등급에 크게 영향을 받는 만큼 발행 주체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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