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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2025년 대만 침공, 헤드샷 훈련하라" 美 4성장군 메모 발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5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수 있으니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시가 담긴 미군 4성 장군의 메모가 최근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다음 달 5~6일)을 일주일여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지도부가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 이슈가 재점화되면서 미ㆍ중 갈등을 더 증폭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성 장군인 마이크 미니헌 미국 공군기동사령관이 작성한 메모에 "2025년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 지난 27일(현지시간)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7월 4일 미 공군 B-52 전략폭격기와 미 해군 두 개 항모전단(니미츠함, 로널드 레이건함)의 함재기 등이 남중국해에서 훈련하는 모습. 사진 미 해군

4성 장군인 마이크 미니헌 미국 공군기동사령관이 작성한 메모에 "2025년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 지난 27일(현지시간)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7월 4일 미 공군 B-52 전략폭격기와 미 해군 두 개 항모전단(니미츠함, 로널드 레이건함)의 함재기 등이 남중국해에서 훈련하는 모습. 사진 미 해군

미 NBC 방송은 27일(현지시간) 2025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적힌 마이클 미니헌 미 공군기동사령관의 메모 내용을 공개했다. 이 메모는 다음 달 1일자로 작성됐으나, 이미 예하 지휘관들에게 배포된 것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미니헌 사령관은 메모에서 “내 예상이 틀리길 바란다”며 “내 직감은 우리가 2025년에 싸우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세 번째 임기를 확보했고 지난해 10월 전쟁자문위를 구성했다”며 “2024년 대만 총통선거와 같은 해 치러지는 미 대선의 혼란스러운 상황은 중국에 대만 침공의 기회를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1년 10월 추궈정(邱國正) 대만 국방부장이 “2025년이 되면 중국이 치러야 할 비용이 낮아지면서 전면적으로 대만을 침공할 힘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그간에도 ‘2025년 대만 침공설’은 있었다. 하지만 현역 미 4성 장군이 구체적인 대응 태세를 강조하며 지시 사항을 하달한 것은 무게감이 다르다.

마이크 미니헌 미국 공군기동사령관은 예하 지휘관들에게 보낸 최근 메모에서 ″2025년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사진 미 공군

마이크 미니헌 미국 공군기동사령관은 예하 지휘관들에게 보낸 최근 메모에서 ″2025년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사진 미 공군

미니헌 사령관은 2019년 9월부터 2년간 미 인도ㆍ태평양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내는 등 중국 인민해방군 동향과 관련 정보에 밝은 인물이다. 그가 이끄는 미 공군기동사령부는 전장에 있는 미군의 보급ㆍ수송을 사실상 총괄하는 곳이다.

이와 관련, 미니헌 사령관은 메모에서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이 설정한 제1도련선(쿠릴열도-일본-대만-필리핀) 안쪽에서 승리할 수 있는 통합부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은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차단하는 이른바 ‘반접근ㆍ지역거부(A2AD)’ 전략을 펴고 있는데 중국의 핵심 이익을 반영해 설정한 권역이 제1도련선 안쪽이다.

그는 또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며 지휘관들에게 다음 달 말까지 중국과 전쟁에 대비한 주요 계획을 보고하고 비상연락망을 갱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중 무기를 소지할 수 있는 조종사들에게 “7m 표적 실사격 훈련을 실시하라”며 “(사격훈련에서) 머리를 노려라”고 적시했다.

"미군의 깊은 적대감 반영돼"

이같은 메모 내용이 알려지자 중국 내에선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전력개화(全力開火)’라는 아이디를 쓰는 중국 내 유명 밀리터리 블로거는 28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실전에서 몸통이 아닌 머리를 겨냥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이 메모는 중국에 대한 미군의 매우 깊은 ‘적대감’을 반영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이런 적대감은 미니헌만의 생각이 아니라 미군 수뇌부의 전반적인 생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국방부는 메모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견해로 중국에 대한 미 국방부의 입장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27일 성명에서 “중국은 미 국방부의 도전 과제”라면서도 “미국은 평화롭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ㆍ태평양을 보존하기 위해 동맹국 및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고만 했다.

마이크 미니헌 미국 공군기동사령관은 메모에서 2월 중 사격훈련 실시를 명령했다. 이와 관련, "머리를 겨누라"는 지시 사항까지 메모에 담겨 중국에서 큰 반발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서 한 조종사가 기관총 탄약을 확인하는 모습. 사진 미 공군

마이크 미니헌 미국 공군기동사령관은 메모에서 2월 중 사격훈련 실시를 명령했다. 이와 관련, "머리를 겨누라"는 지시 사항까지 메모에 담겨 중국에서 큰 반발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서 한 조종사가 기관총 탄약을 확인하는 모습. 사진 미 공군

이런 가운데 블링컨 국무장관은 다음 달 5~6일 방중해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과 첫 대면 회담을 갖는다. 미ㆍ중 사이에 대만 문제를 둘러싼 신경전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양국 갈등을 공개적으로 확대하긴 쉽지 않을 거란 관측도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친강 외교부장 등 중국의 새 외교라인이 강성으로 구성돼 있으나 기후변화 등 미ㆍ중이 협력할 분야에선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며 “대만 문제는 물론 무역갈등, 기술패권, 인권, 북핵 등과 관련해선 양국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갈등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해 공개석상에서 부딪히는 모습은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빈 매카시 신임 미국 하원의장은 하원 내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대표적인 대중국 강경파다. EPA=연합뉴스

케빈 매카시 신임 미국 하원의장은 하원 내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대표적인 대중국 강경파다. EPA=연합뉴스

또 다른 불씨도 있다. 오는 4월 10일 미국의 대만관계법 발표 44주년에 맞춰 케빈 매카시 신임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것이란 설이 나오기 때문이다. 매카시 의장은 취임 직후 "중국과의 경제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며 하원에 중국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했을 정도로 대중국 강경파다. 미국이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미 국내법으로 대만 관계를 설정한 대만관계법에는 미국이 대만 유사 시 개입할 근거 조항이 담겨 있다.

매카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현실화하면 지난해 8월 당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때보다 중국의 무력시위가 더 과격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강 교수는 “미국이 대만 방어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면 중국도 반응하지 않을 순 없다”며 “대만 본토를 직접 공략하진 않더라도 대만 섬 가까이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도서 지역 상륙을 가정한 대규모 훈련을 실시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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