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석유류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석유제품은 전체 원유 수입액의 절반 이상을 다시 해외에 판매하면서, 자동차와 석유화학을 제치고 반도체와 더불어 ‘수출 빅2’에 올랐다.
29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대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71.2% 증가한 570억3700만 달러(약 73조74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종전 최대치인 2012년(533억 달러)을 웃도는 역대 최대 규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글로벌 유가가 오르면서 수출 단가가 상승한 것이 수출액 증가로 이어졌다. 정유 업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동률을 최대(79.4%)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제품 생산 및 수출로 적극 대응한 것도 수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수익성도 좋아졌다. 지난해 석유제품의 수출 단가는 배럴당 121.1달러로 전년 대비해 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석유제품 수출 단가에서 원유 수입 단가를 뺀 수출 채산성은 배럴당 18.5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수출 물량의 경우 12.1% 증가한 4억7100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31번 가득 채울 수 있는 물량이다.
제품별로는 경유가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6.3%로 가장 높았다. 이어 휘발유(19.4%), 항공유(18.0%), 나프타(4.9%) 순이었다. 수출액 증가율로는 항공유(130.8%)가 가장 높았는데, 코로나19 이후 항공 수요가 회복되면서 대(對)미국 수출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업계의 원유 수입액이 954억5000만 달러(약 117조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와 이를 다시 석유제품으로 수출해 60%가량을 회수한 셈이다. 업계는 국내 사용량을 제외하고도 2012년부터 매년 원유 수입액의 절반 이상을 수출로 회수해왔는데, 지난해 그 비율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 국가는 2021년 58개국에서 지난해 64개국으로 늘었다. 국가별 수출액 기준으로는 호주(18.3%), 싱가포르(12.1%), 미국(8.3%), 중국(7.9%), 일본(7.7%)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수출액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국가 주요 수출 품목 중 2위를 기록하며 2021년보다 3계단 뛰어올랐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올해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석유제품 수출 규제 확대와 중국 방역 완화에 따른 수요 증가 등 석유제품 수출을 둘러싼 긍정 여건과 부정 여건이 섞여 있다”며 “우수한 국내 업계의 정제 역량을 기반으로 고부가 제품 수출과 수출 지역 다변화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