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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긴 1500%? 대체 얼마야? '천차만별 성과급' 0% 직원의 한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의 현판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의 현판의 모습. 연합뉴스

전자와 정유·석유화학 기업을 중심으로 지난해 성과급 규모를 확정 지었다. 업종별로도 희비가 엇갈리지만, 같은 회사에서도 사업부서에 따라 ‘보너스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DS(반도체)부문 소속 임직원에게 31일 연봉의 50%를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OPI는 연간 실적이 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에서 개인 연봉의 최고 50%를 지급하는 제도다. 매년 1월 말 지급되는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성과급으로 가장 액수가 크다. DS부문은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등 모든 부서 임직원에 해당한다.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다.

주로 세트 제품을 맡은 DX(디바이스경험)부문은 사업부별로 지급률이 차이가 난다. MX(모바일)사업부 37%, 네트워크사업부 27%, TV 사업을 담당하는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24%, 생활가전사업부·의료기기사업부는 7%가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MX·VD사업부 50%, 네트워크사업부 42% 등에 비해선 축소된 규모다.

LG전자도 지난 27일 사업본부별로 설명회를 열어 성과급 지급률을 공지했다. 전장사업을 맡는 VS사업본부가 월 기본급의 550%로 가장 많았다. 2013년 별도 사업부로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 격려금 또는 위로금 성격의 보너스를 받아왔지만, 성과에 따른 보상을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VS사업본부는 지난해 169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특히 지난해 매출 8조6496억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면서 ‘미래 사업’으로서 입지를 키웠다.

지난해 초 최대 710%의 성과급을 받았던 HE사업본부는 TV 수요 부진 등의 여파로 이번에는 100~130%로 얇아졌다. B2B 사업을 담당하는 BS사업본부는 기본급의 100∼250%를 받는다. 이번 경영성과급은 내달 3일 지급할 예정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고유가와 정제마진 초강세가 이어진 덕분에 호실적을 거둔 정유 업계에서는 성과급 잔치가 벌어졌다. GS칼텍스는 지난 27일 작년 경영실적 달성에 대한 성과급으로 기본 연봉의 50%를 지급했다. 지난해 지급된 성과급과 동일한 수준이다. GS칼텍스의 지난해 1∼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조30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6%가량 증가했다.

현대오일뱅크도 기본급 1000% 수준의 성과급을 모든 임직원에 지급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아직 성과급 규모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비슷한 수준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기본급 1000% 성과급을 지급했다.

가스 업계에서는 1500% 성과급을 받은 곳도 나왔다. LS그룹 계열사인 액화석유가스(LPG) 유통업체인 E1은 지난해 말 기본급 대비 1500%를 성과급으로 풀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1948억원 영업이익을 올린 이 회사는 14년 만에 최대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칼텍스 본사 앞에서 재벌 정유사의 폭리를 규탄하고, 정부에 '횡재세'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칼텍스 본사 앞에서 재벌 정유사의 폭리를 규탄하고, 정부에 '횡재세'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석유화학 업체들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는다.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케미칼부문이 700%, 큐셀부문은 408%를 받는다. 금호석유화학은 400%, 금호폴리켐은 600%를 받는다.

다만 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성과급을 전혀 받지 못하는 회사에선 이들에 대한 부러움 섞인 반응이 나온다. 대기업 계열 A소재 기업은 2021년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며 특별성과급까지 지급했지만, 지난해에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분위기가 냉랭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불과 1년 새 극과 극 체험을 하는 듯하다. 요즘은 성과급 이야기가 들리면 한숨만 나올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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