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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북 떨어지고 밥도 태웠다…고철신세 된 43t 초대형 가마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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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괴산군이 2005년 만든 초대형 가마솥. 중앙포토

충북 괴산군이 2005년 만든 초대형 가마솥. 중앙포토

국내 최대 가마솥 15년째 애물단지 

무게만 43t에 달하는 충북 괴산 ‘초대형 가마솥’을 옮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15년 넘게 방치 상태에 있는 가마솥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보겠다는 취지인데 괴산 출신인 김영환 충북지사가 이전을 반대하고 나서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괴산군에 따르면 송인헌 군수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괴산읍 고추유통센터 광장에 있는 대형 가마솥을 지역 대표 관광지인 산막이옛길로 옮기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송 군수는 “주민 성금 등으로 만든 가마솥을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산막이옛길 입구 인근으로 옮기는 방안에 대해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고추유통센터에서 산막이옛길까진 6~7㎞가량 떨어져 있다. 이전비용에 최소 2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괴산 가마솥은 김문배 전 군수가 2003년 “군민 화합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제안, 제작이 시작됐다. 거푸집이 터지는 등 여덟 번의 실패 끝에 2005년 7월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지름 5.68m, 높이 2.2m, 둘레 17.8m, 두께 5㎝로 크기만 놓고 보면 국내 최대다. 가마솥을 제작하는데 들어간 주철만 43.5t에 달한다.

제작 비용으로 5억원을 썼다. 군 예산 2억7000만원에 군민들이 낸 성금 2억3000만이 더해졌다. 일부 주민은 집 안에 있던 고철을 내놓기도 했다. 괴산군은 당시 “군 전체 주민 4만 명분(현재 3만7000명) 밥을 지을 수 있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기네스북 등재도 추진했으나, 호주에 있는 질그릇보다 작은 것으로 확인돼 등재는 무산됐다.

김영환 충북지사 페이스북에 괴산 초대형 가마솥 이전 반대 입장을 썼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김영환 충북지사 페이스북에 괴산 초대형 가마솥 이전 반대 입장을 썼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김영환 “징비의 설치미술로 놔두자” 주장

군은 2006년까지 동짓날과 괴산고추축제 기간 등에 대형 가마솥을 활용했다. 동지팥죽을 끓이고 옥수수 1만개를 쪄 군민과 관광객에게 건넸다. 하지만 밥 짓기는 실패했다. 솥 내부 온도 차가 커서다. 가마솥 아래는 모두 타고 위는 설익는 ‘3층 밥’이 됐다. 이런 행사도 2007년부터는 아예 중단돼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 군은 녹이 스는 것을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기름칠하는 등 유지 관리만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괴산 청천면 출신 김영환 충북지사는 가마솥 이전 방침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2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초대형 가마솥은 그 자리에 영구보존해야 한다”고 썼다.

김 지사는 “(현재) 팥죽은 물론 쇠죽도 끓일 수 없는, 기네스북 도전실패의 가마솥은 처량한 신세로 세월을 낚고 있다”며 “예산의 거대한 낭비와 허위의식의 초라한 몰락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때 동양 최대, 세계 최초를 좋아하던 낡은 사고와 성과주의가 어떤 초라한 결과를 보여주는지 ‘징비(懲毖)의 설치미술’로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옮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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