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주택 청년 전세대출금 사기 일당으로부터 압수한 증거물. 사진 인천경찰청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청년 전세대출금 명목으로 총 83억원을 편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대출 사기 일당 151명을 붙잡아 이 가운데 총책 A씨와 대출 브로커 등 14명을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들은 2021년 10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수도권과 경주, 대구, 대전, 광주 등지에서 대출금 83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총책 A씨는 우선 집값과 전세금의 차이가 거의 없는 이른바 ‘깡통전세’ 주택 83채를 매입했다. 기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채무를 승계하는 식으로 집을 살 수 있어 사실상 공짜 매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주택을 매입한 A씨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허위 임차인을 모집했다. 수도권과 대전, 경주 등 전국 각지의 브로커들로부터 허위 임차인을 알선받았다. 이후 미리 섭외해 놓은 공인중개사를 통해 허위 이중 전세계약서 등을 작성했다. 임차인들은 허위 전세계약서 등을 이용해 위장 전입신고 후 건당 각 1억원의 청년 전세대출금을 신청했다. 살지도 않는 집에 전세를 산다고 가짜계약서를 꾸며 건당 1억원씩 총 83억원의 청년 전세자금을 대출받았다는 게 경찰 조사 결과다.
이들은 대출이 실행된 뒤 역할 비중에 따라 대출 브로커, 허위 임대인, 허위 임차인 등이 수익금을 나눠 가졌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허위 세입자 등 119명도 A씨 등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중개·알선하지 않은 허위 전세계약서를 작성해 주고 건당 20만~40만원의 수수료를 받은 혐의(행정사법 위반)로 공인중개사 18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인천경찰청 전경. 사진 인천경찰청
이번에 악용된 제도는 무주택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정부가 시행 중인 무주택 청년 전세대출이다. 19세 이상∼33세 이하 시민이라면 누구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최대 대출액은 1억원이며 대출금 전액을 보증해준다. 검거된 대출 브로커들은 이를 취급하는 시중은행에서 형식적인 서류 심사만으로 쉽게 대출을 해주는 허점을 노렸다.
경찰은 수사 결과를 금융위원회, 한국주택금융공사, 국토부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대출금 회수를 의뢰했다. 또 추가로 불법 대출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파악하고, 실행이 예정된 대출금 42억원을 지급 중단토록 관계 당국에 요청했다. 경찰은 이들의 추가 범행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