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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고 소문난 땅 속 이 물질…"태아 기형 부른다" 충격 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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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마늄 성분이 태아의 신경관 결손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중국에서 발표됐다. 게르마늄은 석탄화력발전소 배기가스에 많이 들어있다. 사진은 2021년 11월 중국 허베이성 징자카우에 있는 석탄 발전소를 배경으로 작업자가 강철 파이프를 절단하는 모습이다. 허베이성은 중국 내에서도 석탄 소비가 많은 지역이다. AFP=연합뉴스

게르마늄 성분이 태아의 신경관 결손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중국에서 발표됐다. 게르마늄은 석탄화력발전소 배기가스에 많이 들어있다. 사진은 2021년 11월 중국 허베이성 징자카우에 있는 석탄 발전소를 배경으로 작업자가 강철 파이프를 절단하는 모습이다. 허베이성은 중국 내에서도 석탄 소비가 많은 지역이다. AFP=연합뉴스

산모가 임신 중에 게르마늄(Ge)에 노출된 경우 태어난 아기의 신경관 결손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신경관 결손(neural tube defects, NTDs)은 뇌에서 척추 끝까지 이어지는 중추신경을 완전히 감싸야 하는 신경관에 부분적으로 결손이 생겨 신경 손상, 학습 장애, 마비 등을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무뇌증과 척추이분증(척추가 불완전하게 닫혀 있어 척수가 노출된 상태)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지구 토양에 미량 존재하는 반(半)금속(metalloid)인 게르마늄은 면역력 강화나 항산화·항염증·항균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품질 향상을 위해 과일이나 벼 같은 농작물에 게르마늄을 투여하는 경우도 있어 이번 연구 결과를 둘러싸고 논란도 예상된다.

중국 베이징대학의 생식·아동 건강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국제 저널인 '환경 과학 기술 회보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서 "산모의 게르마늄 노출이 신경독성 효과를 유발할 수 있고, 태아의 신경관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임신 전후 자란 머리카락 분석

산모의 모발 시료 분석 방법. 산모의 모발을 채취한 다음, 임신 전후의 시기의 부분만 별도로 잘라 게르마늄 농도를 분석했다.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Letters, 2023]

산모의 모발 시료 분석 방법. 산모의 모발을 채취한 다음, 임신 전후의 시기의 부분만 별도로 잘라 게르마늄 농도를 분석했다.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Letters, 2023]

연구팀은 우선 산모의 머리카락을 잘라 게르마늄 농도를 측정해 산모의 게르마늄 노출 수준과 신생아의 NTD 사이의 잠재적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산시·허베이 성에서 NTD를 가진 아이를 낳은 산모 285명과 건강한 아기를 출산한 산모 543명의 머리카락을 확보했다.

게르마늄은 석탄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먼지에도 들어있을 수 있는데, 산시 성은 중국에서도 석탄 생산량이 많은 지역이고, 허베이 성과 더불어 석탄 소비가 많은 지역이다.

연구팀은 머리카락이 한 달에 1㎝씩 자란다는 가정에 따라 머리카락 중에서 임신하기 1개월 전부터 임신 후 2개월 사이 3개월 동안에 자란 머리카락 부분(3㎝ 길이)에서 게르마늄 농도를 측정했다.
또, 임신하기 3개월 전부터 임신 후 3개월까지 총 6개월 동안에 자란 머리카락 부분(6㎝ 길이)에서도 게르마늄 농도를 측정했다.

신경관이 닫히지 않는 문제는 주로 임신 후 21~28일 사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환경 요인의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연구팀은 모발 분석 방법을 시도한 것이다.

분석 결과, 산모 모발의 게르마늄 농도와 NTD 위험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이 확인됐다.
임신 전후 3개월 동안 자란 모발을 분석했을 때 대조군의 모발에서는 중앙값으로 1g당 61ng(나노그램, 1ng=1억분의 1g)이 검출됐고, NTD 사례 산모에서는 89.3ng이 검출됐다.
임신 전후 6개월 동안의 모발을 분석했을 때 대조군에서는 80.1ng, NTD사례에서는 82.4ng이 검출됐다.

국내 경기도 한 지역 주민 모발에서는 평균 49ng(치주염 환자는 평균 61ng)의 게르마늄이, 일본에서는 혈액투석 환자 모발에서 평균 78.3ng의 게르마늄이 검출됐다는 보고도 있다.

신경관 결손 위험 1.91배

게르마늄 농도 수준에 따른 신경관 결손 위험도. 가로축은 머리카락에서 측정한 게르마늄 노출 수준. ㅣ1은 농도 순위 25% 이하, L2는 25~50%, L3는 50~75%, L4는 75% 이상.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Letters, 2023]

게르마늄 농도 수준에 따른 신경관 결손 위험도. 가로축은 머리카락에서 측정한 게르마늄 노출 수준. ㅣ1은 농도 순위 25% 이하, L2는 25~50%, L3는 50~75%, L4는 75% 이상.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Letters, 2023]

연구팀은 NTD 산모를 각각 대조군의 게르마늄 중앙값 수치를 기준으로 이보다 높은 경우와 낮은 경우로 양분했고, 이들 사이에 교차비(위험도)를 산출했다.

분석 결과, 임신 전후 3개월 동안 높은 농도에 노출된 산모는 낮은 산모에 노출된 경우보다 NTD 위험이 1.91배로 나타났다. 임신 전후 6개월 동안에는 높은 농도에 노출된 산모의 NTD 위험은 1.42배였다.

연구팀은 "척추이분증은 임신 전후 3개월과 6개월 기간 모두에서, 무뇌증은 임신 전후 3개월 동안에 게르마늄 노출 농도와 NTD 위험 사이에 연관성이 발견됐다"며 "전반적으로 이번 연구를 통해 모발에서 게르마늄 농도가 높을수록 NTD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실제로 게르마늄 섭취가 모발 게르마늄 농도와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쥐 실험을 진행했다.

쥐 24마리에게 8주 동안 게르마늄을 먹인 결과, 섭취량과 쥐 털의 게르마늄 농도 사이에서도 연관성이 뚜렷했다.

"산화스트레스·고열 일으킨 탓"

금속과 비금속 중간 성격을 지닌 반금속인 게르마늄은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며, 이산화게르마늄은 페트병 제조의 촉매로도 사용된다. [위키피디아]

금속과 비금속 중간 성격을 지닌 반금속인 게르마늄은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며, 이산화게르마늄은 페트병 제조의 촉매로도 사용된다. [위키피디아]

연구팀은 또 게르마늄이 산모에게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지도 조사했다.

건강한 신생아를 출산한 352명의 임산부로부터 채취한 혈액에서  8-OHdG(8-hydroxy-2 deoxyguanosine) 성분을 분석했다.
산화 스트레스 지표 성분인 8-OHdG는 인체의 DNA 손상을 나타내는 지표다.

산화 스트레스는 필수 배아 유전자인 Pax-3의 발현을 조절하는데, 신경관의 닫힘을 막아 NTD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산모의 혈청과 혈액 세포 모두에서 8-OHdG와 게르마늄 농도 사이에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게르마늄이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함을 확인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임신 전후 3개월 동안 발열·독감 증상을 보인 산모는 증상이 없었던 산모보다 더 높은 농도의 게르마늄에 노출된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태아가 발달하는 기간에 산모가 고열에 노출되면 정상적인 세포 사멸 순서가 중단돼 발달 기형, 배아 사망 및 유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독감이나 발열이 게르마늄 노출과 NTD 위험을 매개하는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산모의 게르마늄 노출이 NTD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데, 이것이 임신 초기의 열이나 독감, 산화 스트레스 손상과 관련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신경관 결손은 전 세계적으로 출생 1000명당 1~10명이 발생하는데, 2015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약 26만 건이 발생했다.

"유기 게르마늄은 유익" 연구도

유기 게르마늄은 건강 보조식품으로도 판매되기도 한다.

유기 게르마늄은 건강 보조식품으로도 판매되기도 한다.

하지만, 연구팀이 게르마늄이 NTD 위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게르마늄의 화학적 형태를 확인하지는 않았다. 연구팀도 이런 한계를 인정했다.

무기 형태의 게르마늄은 인체에 해로울 수 있지만, 유기화합물 형태의 게르마늄은 항산화 등의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실제로 2008년 한국환경농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을 비롯해 국내 논문에서는 "무기 게르마늄은 장기 복용한 환자에서 빈혈, 신기능 장해, 신경병증과 근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탄소를 함유한 유기 게르마늄은 항종양 효과, 항돌연변이 효과, 면역 강화 작용 등 다양한 약리작용을 가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10여 년 전까지 게르마늄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으나, 최근에는 다소 주춤한 편이다.

게르마늄과 관련된 국내 연구 사례들

게르마늄과 관련된 국내 연구 사례들

결국 베이징대학 연구팀도 언급한 것처럼 섭취하는 게르마늄의 화학적 형태에 따른 건강 영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파악하기 위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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