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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입주 못하고, 팔지도 못한다"...3년만 분양보증 날벼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구 달서구 장기동 인터불고 라비다 공사현장. 6개월 이상 공사가 멈춰 분양보증사고로 처리됐다. 대구=백경서 기자

대구 달서구 장기동 인터불고 라비다 공사현장. 6개월 이상 공사가 멈춰 분양보증사고로 처리됐다. 대구=백경서 기자

지난 26일 오후 대구 달서구 장기동 주상복합 아파트 ‘인터불고 라비다’건설 현장. 아파트 외부 골격은 대부분 완성된 상태였으나, 공사는 멈춰 있었다. 입구에는 ‘보증사고에 따른 안내문’이 붙었다. 안내문에는 “인터불고 라비다 사업장 시행사인 준금산업개발은 1월 5일 자로 주택분양보증사고 처리됐다”고 쓰여 있었다.

분양보증은 시행사나 시공사가 부도나 파산 등 이유로 분양을 완료하지 못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 계약자에게 계약금·중도금 등을 환급하는 제도다. 현행법상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분양하는 사업자는 분양보증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HUG는 이달 초 주상복합아파트 인터불고 라비다 사업장(148가구, 상가 37세대)에 대한 분양보증사고 처분을 결정했다. 사고 금액은 아파트 408억원, 상가 249억원 등 657억원이다.

대구 달서구 장기동 인터불고 라비다 공사현장. 6개월 이상 공사가 멈춰 분양보증사고로 처리됐다. 대구=백경서 기자

대구 달서구 장기동 인터불고 라비다 공사현장. 6개월 이상 공사가 멈춰 분양보증사고로 처리됐다. 대구=백경서 기자

계약자들 “팔지도 못해” 분통

아파트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시행사가 자금난을 겪어 공사가 계속 지연되다가 결국엔 분양보증사고가 난 것 같다”며 “지난해 말까지도 공사하는 소리가 조금씩 들렸는데, 지금은 아예 중단됐다”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 상가를 분양받은 한 계약자는 “공사가 지연되니 팔지도 못하고 기다리기만 했다. 결국 사달이 났다”며 답답해했다.

이 아파트는 2017년 10월 입주자 모집 공고 당시 2021년 4월 입주가 목표였다. 하지만 시행사인 준금산업개발이 시공사인 인터불고 건설에 공사비를 제대로 입금하지 못하는 등 자금난 이유로 공사가 지연됐다. 이달 기준 아파트 공정률은 93.8%다.

HUG는 인터불고 라비다 사업장 시행사 지위를 넘겨받게 됐다. HUG 관계자는 “입주예정자들이 HUG에 보증 이행 신청을 했고, 최근 6개월 공사가 중단돼 분양보증사고로 판단했다”며 “원래 계약금·중도금 등을 환급해주지만 이번에는 공정률을 80% 넘겨 새 시공사를 구해 공사를 완료한 뒤 입주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입주예정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해 중순부터는 시행사가 은행에 중도금 대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입주예정자들이 이자를 대납해오고 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입주예정자는 “당장 입찰에 나설 건설사가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제때 입주도 못하고, 이자까지 내야하니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 장기동 인터불고 라비다 공사현장. 6개월 이상 공사가 멈춰 분양보증사고로 처리됐다. 대구=백경서 기자

대구 달서구 장기동 인터불고 라비다 공사현장. 6개월 이상 공사가 멈춰 분양보증사고로 처리됐다. 대구=백경서 기자

HUG에 따르면 분양보증사고는 전국적으로 3년 만에 처음으로 대구에서 터졌다. 2018년 1건, 2019년 1건 수준이었으나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자금난을 겪는 시행사가 증가하면서 8건으로 늘었다. 2021년 이후 분양 시장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사고 사업장이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 “자금난 겪는 영세 건설업체 관리해야”

전문가들은 “최근 공사비 증가로, 지방 영세 건설업체의 부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학회 이사는 “분양보증사고는 미분양으로 건설업체 자금 회전이 막히거나 공사비 증가 등 자금난으로 건설업체가 부도가 나면 발생한다”며 “최근 2년 새 원자재비와 인건비 증가로 공사비가 20~25% 정도 늘었는데 지방 영세 건설사는 오른 공사비를 감당 못 해 분양보증 사고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이사는 “분양보증사고 증가는 HUG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고, 입주예정자 처지에서도 불안함이 증가해 부동산 경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공사비 증가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영세 건설업체를 관리하는 등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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