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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두겹에도 덜덜"...中민심, 북극한파보다 더 차가운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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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전국에는 한파 특보가 내려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체감온도는 영하 24.7도(오전 6시 기준)까지 떨어졌다. 이런 혹한의 날씨에 민심을 더욱 얼어붙게 한 것은 바로 '난방비'였다. 사람들은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 "두 달 치 고지서인 줄 알았다"며 갑자기 오른 요금에 혀를 내둘렀다. 정부는 난방비 급등 요인에 대해 '2021년 하반기부터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최대 10배 이상 급등한 데 기인한다'고 말했다.

설 연휴를 전후해 한반도를 강타한 극단적 추위는 북극의 찬 공기가 러시아와 '중국'을 거쳐 한국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말, 중국 최북단 헤이룽장성에 있는 수십 여 곳의 기상 관측소는 사상 최저 기온을 기록했다. 중국 최북단 모허(漠河)시는 사흘 연속으로 영하 50도를 밑돌았다.

지난 25일 중국 안후이 성에서 한 시민이 눈 속을 걷고 있다. 로이터

지난 25일 중국 안후이 성에서 한 시민이 눈 속을 걷고 있다. 로이터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난방 대란을 겪는 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5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전역이 난방용 천연가스 부족으로 견딜 수 없는 추위를 겪고 있으며, 이는 소셜미디어(SNS)상에서 신랄한 불평으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중국 북부 허베이성에 거주 중인 식료품점의 주인 리용창(45)씨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혹한 속에서도 밤새 난방기를 켤 수 없었다. 대여섯 시간 정도 사용하면 가스가 차단됐다"며 가스 부족이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허베이성에 거주 중인 또 다른 인터뷰이는 "침대 위에 이불을 두 겹 깔고도 너무 추워서 일주일 사이 나흘은 잠에서 일찍 깼다"고 불만 섞인 목소리를 냈다.

중국의 가정에 천연가스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많은 나라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줄이고 다양한 수입처를 찾아 나섰으나 중국은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42.3% 늘렸다. 심지어 높은 가격에 수입했다. 홍콩 소재 에너지 컨설팅 기업 란타우 그룹의 천연가스 전문가 제니 장은 "올겨울 가스 도매가격은 유통업체가 가정에 부과할 수 있는 가격의 최대 3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가스 유통업체가 가스 가격 상승분을 가정에 부과하지 못하도록 보조금을 지급해 가정용 판매 가격을 제한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초 제로 코로나 정책 해제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자 대량의 PCR 검사나 의료 비용으로 대부분의 지방 정부의 예산이 고갈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지방 정부가 가스 유통업체에 지급할 보조금이 없는 상태인 것.

가스 유통업체 역시 도매가격이 높아진 데다, 보조금마저 중단되자 가정용 공급을 줄이고, 산업용, 상업용 고객에게 판매할 유인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산업용, 상업용 공급 가격은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NYT는 "중앙 정부가 각 지방 정부에 난방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난방을 제공하라고 지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의 한 강가. 사진 셔터스톡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의 한 강가. 사진 셔터스톡

베이징 둘러싼 인구 7000만의 허베이성은
가스 공급도, 예산도 없어 '엎친 데 덮친 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7년부터 '대기오염'을 이유로 석탄 보일러 대신 가스보일러를 장려했다. 특히 베이징을 둘러싸고 있는 허베이성은 석탄 연료 사용을 금지해 가스가 끊겼을 때 대체할 난방 기구도 없는 상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허베이성 내의 가스업체들이 부분적으로 민영화 된 상태다. 물론 지방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 가정용 가스 공급을 보장해주면 해결될 일이지만, 주요 수입원이었던 토지 임대권 판매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진을 겪으며 재정 상태마저 나빠졌다. 다양한 요인이 겹치며 745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지역의 겨울나기는 더욱 매서울 전망이다.

영국 금융정보업체 레피티니브의 중국 에너지 전문가 얀 친은 NYT에 "중국은 이번 겨울을 버틸 충분한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한 에너지 전문가는 NYT에 "지방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할 수만 있다면, 가스 부족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제임스타운재단의 선임 연구원이자 중국 정치 분석가인 윌리 람은 이 상황을 두고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완벽한 겨울 폭풍"이라고 말했다.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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