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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개시 연령부터 늦춰야” “감세 등 당근도 제시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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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4호 05면

[개혁 시급한 국민연금] 청년층 반응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2055년 국민연금이 고갈되고 그땐 월급의 30% 가까이를 보험료로 내야 할지 모른다.’

이런 시나리오의 당사자인 청년층은 기금 고갈 시점에 보험료를 붓고 있거나 연금을 타게 될 사람이다. 이들은 27일 공개된 재정추계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20~40대 8명의 목소리를 들어 봤다.

우선 부과방식 비용률(보험료율)이 26.1%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에 거부감이 컸다. 이는 기금 소진 후 적립금 없이 그해 보험료를 걷어 그해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전환할 때 필요한 보험료를 말한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40) 최고위원은 “임금의 9%를 내다가 4분의 1을 내라는 건데 청년들이 감당 가능할까”라고 반문하며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세가 25%여도 저항이 큰데 연금만 25% 납부하란 것이니, 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인턴으로 일하는 강소연(24·여)씨도 “연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청년 반발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예찬(35)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 후보(청년재단 이사장)는 “상상이 잘 안 되는 수치”라며 “조세 저항 이상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했다. 직장인 정순열(36)씨는 “돈 벌어야 할 사람이 돈 내야 한다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보험료가 오르면 당장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게 문제”라며 “크게 보면 저출산 문제도 맞물려 있는데 한창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30년 뒤 받을 거니까 더 내라 하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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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게 시급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강소연씨는 “급격히 변화하는 인구 구조에 맞춰 나가야 하며 안정적으로 운용돼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개혁을 해야 하고 이번 정부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소현(24·여)씨는 “주변 친구들만 해도 국가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갈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건호(34)씨는 “(보험료를) 인상하면서 최대한 고갈시점을 뒤로 늦추는 걸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면서 시간을 벌어 정말 소득의 30% 이상을 보험료로 내는 상황이 오기 전에 대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송가연(40·여·사업준비 중)씨는 “이 속도로 가면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이는데 못 본 척 해선 안 되고 빨리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부 개혁 방안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평균수명과 일하는 나이가 높아진 점을 근거로 “수급 개시 연령부터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단 이렇게 하고 차츰 보험료를 인상해 조금씩 부담을 늘리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강소연씨도 “고갈 우려는 내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많은 데서 기인한다”며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수급 개시 연령을 먼저 올려야 한다”고 했다. 직장인 송시영(31)씨는 “요새 60대와 예전 60대가 다르다”며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춰야 하지 않나. 그 나이대 분들이 반발하겠지만 상호 양해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송가연씨는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건 노인 빈곤율을 고려했을 때 쉽지 않다”며 “소득대체율도 낮은 편이라 보험료 인상이 그나마 나을 것”이라고 했다. 보험료를 인상한다면 “상응하는 세금 감면 등의 인센티브(혜택)를 당근으로 제시해야 한다”(정순열), “인상 시 청년 세대가 향후 받게 될 구체적인 연금 액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강소연)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30년 뒤의 일에 과민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청년들은 이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순열씨는 “많은 가정을 갖고 있지만 결국 예정된 미래”라며 “다가오는 해일이 있는데 쳐다보지 말라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지적하면서 “(개혁 논의는) 환경을 지금부터 보존하자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 논의 과정에서 귀담아 들을 만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장예찬 후보는 “정부 산하 공식 논의 기구에 청년, 미래 세대를 선별해 위원으로 넣을 것”을 제안했다. 정순열씨는 “취업을 안 한 분들은 체감이 잘 안 될 것이고, 50대는 곧 연금을 받아야 할 분들이라 입장이 다르다”며 “20~30대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40~60대 얘기를 들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건호씨는 “나는 근로자 입장에서만 생각하게 되는데, 어떻게 보면 직장 있는 특정 계층만의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 있다”며 사각지대에 놓인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등을 아우르는 제도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를 활용하는 등 청년 세대 트렌드에 걸맞은 홍보 전략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강소연씨는 “연금 문제는 맞닥뜨려야 하지만, 받아들이기 싫은 무거운 주제일 수 있다”라며 “인기 유튜버 등과 콘텐트를 협업해 청년들이 안정적인 미래를 그려 갈 수 있게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송가연씨는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제대로 보여 줘야 신뢰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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