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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커플’ 덕에 도쿄 집값 껑충…버블기 뛰어넘어 ‘억션’도 재등장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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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4호 09면

“도쿄 도심에 신축 집이 없어요. 집 구하는 사람들은 많고요. 그러다 보니 집이 하나 나오면 경쟁이 심합니다.”

일본 도쿄 신주쿠의 한 부동산 회사 관계자는 27일 일본의 부동산 시장이 최근 크게 달라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변화의 중심은 도쿄를 중심으로 한 도심의 신축 맨션. 한국으로 치면 아파트와 같은 신축 맨션 가격이 무서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가 지난 26일 발표한 도쿄 23구 맨션의 평균 가격은 8236만엔(약 7억8000만원).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7286만엔)보다 1000만엔가량 올랐다. 도쿄 집값이 오른 건 2년 연속으로 일본 언론들은 집값이 폭등했던 1980년대 후반의 ‘버블기’를 넘어서는 사상 최고치라고 전했다.

집값 오름세에 고가의 집을 뜻하는 ‘억션’이란 말도 재등장했다. 억션은 1억엔(약 9억4700만원)과 맨션의 합성어로, 버블이 꺼지면서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최근 다시 회자되기 시작했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수도권에서 판매된 신축 맨션 2만9569채 중 8.4%(2491채)가 1억엔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주택 가격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도쿄 등 수도권의 중고 맨션 집값은 전년보다 13.2%나 올랐다. 임대 시장도 마찬가지다. 일본 부동산 회사의 한 관계자는 “1년 전만 해도 신주쿠에서 한 달에 35만엔 하던 곳이 최근엔 50만엔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일본의 신축 맨션 시장은 ‘파워 커플’이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파워 커플은 소비력이 있는 부부를 지칭하는 말로 부부 합산 평균 연봉이 1000만엔(약 9470만원)에서 1500만엔(약 1억4200만원)인 재력 있는 커플을 뜻한다. 한 달 소비 지출액이 일본 전체 평균의 2.5배에 달하는 이들이 신축 맨션을 선호하면서 최근의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도쿄올림픽 선수촌으로 사용되다 대규모 맨션으로 재건축한 ‘하루미 플래그’의 경우 최고 1억엔이 넘지만 높은 인기 속에 지난해 1200채가 거의 다 팔렸다.

도쿄의 집값은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르게 될까. 아사히신문은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 전망을 인용해 엔저로 인한 외국인 투자 증가와 일본 내 신축 주택 공급 부족 등이 맞물리면서 한동안 집값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워 커플과 같은 고소득층과 코로나 대책 완화 이후 다시 일본을 찾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이 점점 더 일본 주택 시장에 쏠리고 있는 것도 집값 상승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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