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네이티브 잉글리시] 빵은 이름이 아니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24호 31면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빵’이라는 단어는 콩글리시가 아니다. 빵은 라틴어 ‘panis’ 에서 파생된 포르투갈어 ‘pao’를 거쳐 일본어 ‘pan(パン)’이라는 단어에서 영향을 받아 한국에 전파됐다. 빵의 영어 단어인 ‘bread’는 독일어(Brot)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라틴어계 단어들과 큰 연관성은 없다.

사실 유럽인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에서 빵이라는 말이 사용되는 방식은 꽤 혼란스럽다. 한국어로 빵은 빵 한 덩이만을 의미하지 않고 페이스트리, 케이크, 베이글 심지어 쿠키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과제빵을 가리킬 때도 사용된다. 특정 대상의 더 구체적인 이름을 모를 때 결국 사용하게 되는 포괄적인 용어이다. 카페에서 디저트를 자주 먹는 요즘 한국의 젊은 세대는 크루아상과 뱅 오 쇼콜라 등 특정 빵의 종류를 대부분 구별할 수 있지만, 그들의 부모님 세대는 카페나 베이커리에서 보는 모든 제과제빵 종류를 빵이라고 부를 가능성이 크다. 빵이라는 단어를 포괄적으로 사용하는 게 본질적으로 잘못된 건 아니다. 다만 모든 제과제빵을 구분하지 않고 단순히 빵이라고 부르는 사실이 약간 실망스러울 뿐이다.

영국과 유럽 제과점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제과제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중 실제 빵이라고 불리는 종류는 단 하나뿐이다. 샌드위치를 만들 때 쓰이거나 식사가 끝날 때쯤 소스를 적시기 위해 곁들여지는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밀가루 반죽을 구운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일반 빵은 다른 제과제빵류와 만드는 방법에서부터 차이를 보인다. 일반 빵에는 반죽을 부풀리는 데 효모가 사용되는 반면, 케이크에는 베이킹파우더가 사용된다. 크루아상이나 뱅 오 쇼콜라와 같은 페이스트리류는 여러 겹의 페이스트리로 만들어졌다. 스콘, 파이, 롤 종류(시나몬롤 등), 타르트, 트레이에 굽는 종류(브라우니, 블론디 등), 쿠키, 영국의 비스킷 등은 또 다른 제과제빵류로 구분된다.

모든 종류의 빵 이름을 아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노력만 있으면 모든 종류를 단순히 빵으로 지칭하는 일반적인 함정을 피하는 것도 가능하다. 유럽의 한 빵집에 들어가서 빵을 달라고 하면 가게 주인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샌드위치에 쓰이는 빵 한 덩어리를 줄 것이다. 각 제과제빵류의 이름을 어느 정도 알고 원하는 것을 주문하는 것이 좋다.

빵이라는 단어는 잠시 잊고 ‘뱅 오 레이즌’이나 ‘백만장자 쇼트브레드’와 커피를 시켜보면 어떨까? 세상에 맛있는 제과제빵의 종류가 얼마나 많고 다양한지 알아보는 시간을 한번 가져 보는 것도 좋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