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이용악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우에
느릿느릿 밤새워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큿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이용악시전집』 (문학과지성사 2018)
작품에 등장하는 백무선은 양강도 백암에서부터 함경북도 무산을 잇는 철길입니다. 광물 자원의 수송을 위해 일제가 놓았는데 겨울에는 영하 40도 넘게 기온이 떨어지고 5월 말이 될 때까지도 눈이 녹지 않아 공기(工期)가 길어졌다고 전해집니다. 이런 기후 탓에 함경도의 전통 가옥은 특이한 형태를 보입니다. ㄱ자나 ㄴ자 혹은 ㅁ자 형태의 다른 지역과 달리 밭 전(田)자에 가까운 모양의 겹집. 방과 방이 직접 연결되어 있고 정주간이라 불리는 부엌은 물론 외양간까지 모두 한 건물 안에 있는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품어 냉혹한 시간에 맞서는 일. 이러한 지혜가 간절해지는 오늘입니다.
※시 전문은 joongang.co.kr/sunday
박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