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춘추전국시대] “새롭게, 선명하게” MZ세대 공략해 대성공…더현대서울 백화점 공식 새로 썼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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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4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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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놀이터’ 더현대서울 내부의 팝업스토어, 포토존엔 셀카 사진을 찍는 2030세대로 붐빈다. 최영재 기자

‘MZ놀이터’ 더현대서울 내부의 팝업스토어, 포토존엔 셀카 사진을 찍는 2030세대로 붐빈다. 최영재 기자

“더 꾸며진 게 없을까 하고 또 왔다.”

여의도 더현대서울을 재방문했다는 김나연(19)씨는 놀이기구를 찾듯 남자친구와 인증샷 장소를 물색하느라 걸음이 바빴다. 옆의 강다예(19)씨는 친구들이 장난치는 바람에 트리 전경 찍기에 실패했다. 강씨는 애써 웃음을 참으며 “부산 용호동에서 왔는데,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으로 전시 보러 왔다 들렀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더현대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는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의 마을을 그대로 갖다놓은 듯했다. 포토존엔 엄마와 아이, 커플 등 대여섯 순번을 기다릴 정도로 줄을 섰다. 정모씨(16)는 “첫 방문인데, 5층에 이쁜 데가 있다 해서 학교 마치고 바로 왔다”고 말했다. 과연 ‘MZ(1980~2000년대 출생)성지’, ‘MZ놀이터’였다.

‘에루샤’ 3대 명품 없는 유일한 백화점

‘MZ놀이터’ 더현대서울 내부의 팝업스토어, 포토존엔 셀카 사진을 찍는 2030세대로 붐빈다. 최영재 기자

‘MZ놀이터’ 더현대서울 내부의 팝업스토어, 포토존엔 셀카 사진을 찍는 2030세대로 붐빈다. 최영재 기자

2주 뒤 다시 찾은 더현대서울엔 여전히 2030세대가 붐볐다. 약속한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너나할 것 없이 핸드폰을 들고 인증샷 찍기에 한창였다. 5층은 그새 봄이 찾아온 듯 녹음으로 변해 있었다. 김영은(29)씨는 ‘인생네컷’ 포토프린터가 설치된 작은 식물원 안에서 ‘나만의 공간’인마냥 포즈를 취했다. 김씨는 “지방에서 올라 왔는데 기념사진도 남기고 뿌듯하다”며 미소 지었다. 이날(17일)은 되레 지하 2층에 인파가 더 몰렸다. 아이돌 ‘몬스타엑스’ 팝업스토어가 열려 입장 대기줄이 늘어섰다. 3년째 팬이라는 김우령(23)씨는 “춘천에서 이거 보려고 올라 왔다. 첫날에 오픈런을 했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들어갈 수 있었다”며 친구와 양손 한아름 MD상품(굿즈)을 들고 앞을 떠날 줄 몰랐다. 각 층마다 가지각색을 연출하고 있는 더현대서울엔 기존 백화점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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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문을 연 더현대서울은 ‘여의도’라는 서울 중심지와 다소 떨어진 입지와 3대 명품 브랜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없는 유일한 백화점으로 시작해 지난해 매출 신장률 43.3%를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매출 신장률 1~3위는 대전 신세계아트앤사이언스가 159.4%(8646억7600만원)로 1위를 차지했고, 롯데동탄이 90%(4475억원), 더현대서울이 43.3%(9509억300만원)를 기록하면서 그 뒤를 이었다. 이중 더현대서울은 다른 두 지점이 개점한 2021년 8월보다 앞선 2월에 개점한 것을 감안했을 때 2022년 매출 신장률 1위라고 봐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더현대서울 관계자는 “아예 ‘MZ세대 공략’을 결과값으로 정해놓고 추진했던 게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더현대서울이 새로 쓴 백화점 공식은 뭘까.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새로웠고, 선명했다”라고 표현했다. 구매력이 약해 타겟으로 삼지 않던 2030세대를 선명한 타겟으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자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도 이에 주목했다. 이 연구위원은 “새 공식은 ‘타겟을 좁히고 커버리지는 넓히기’다”라고 평했다. MZ세대로 타겟층을 한정하되 영향 범위를 전국, 글로벌 상권으로 확장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로 인한 커뮤니케이션, 공간, 광고 모든 영역에서의 변화가 폭발적 성공을 이뤄 유통 트렌드를 뒤흔들어 놨다”고 말했다. 기존 ‘압구정의 VIP 4050세대 타겟’이라는 백화점 공식을 깨고, MZ세대를 주축으로 유통 트렌드는 180도 바뀌고 있다.

2030세대 구매보다 즐기는데 더 관심

‘MZ놀이터’ 더현대서울 내부의 팝업스토어, 포토존엔 셀카 사진을 찍는 2030세대로 붐빈다. 최영재 기자

‘MZ놀이터’ 더현대서울 내부의 팝업스토어, 포토존엔 셀카 사진을 찍는 2030세대로 붐빈다. 최영재 기자

유통업계에서는 4명의 가족 단위로 대량의 상품을 쌓아놓고 파는 ‘창고형 매장’의 한계에 주목하고 있다. 넓은 주차장을 갖춘 대형마트에서 부부가 생필품과 일주일치 식료품을 카트에 담는 형태의 쇼핑문화에 MZ세대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물건은 온라인으로 주문해 다음날 새벽에 받으면 그만이다. 이들은  먹고, 마시고, 즐기다가 온라인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독특하고 새로운 제품을 경험하는 공간을 원한다. 이마트, 코스트코 대신 이케아, 스타필드 같은 복합문화시설을 찾는 이유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주 타겟층이 MZ세대가 되면서 1인 가구가 많은 2030세대와는 거리가 먼 대량 물품 판매점의 형태보다 시각적으로 즐기는, 놀이를 위한 공간 조성이 유통 트렌드로 대두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화점 역시 이같은 추세에 맞춰 탈바꿈 중이다.

대표적 예가 더현대서울이다.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공간 혁신’이다. 김난도 교수는 “MZ세대는 정체성 욕구가 유난히 강해 이들의 페르소나에 동질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 혁신이 핵심이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17일 더현대서울 1층엔 기존 백화점의 명품 브랜드로 가득찬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프랑스 명품구두 브랜드 ‘크리스찬 루부탱’ 대형 팝업전시관이 한가운데서 진행 중이었다. 아시아 최초로 진행된 이 팝업은 인스타그램에 ‘#크리스찬루부탱’으로 3만8000건이 올라와 있다. 업체 관계자는 “토요일에만 1만1000명 정도 왔다”며 “3040세대가 주 고객층인데 1020세대도 사진 찍으러 많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포토프린터에서 뽑은 ‘인생네컷’ 사진. 최영재 기자

포토프린터에서 뽑은 ‘인생네컷’ 사진. 최영재 기자

이수진 연구위원은 “팝업을 연다고 알린 적도 없는데 어떻게 다들 알고 찾아온다”며 “MZ세대에게 팝업스토어는 다채로움과 한정시행이라는 점이 매력 요인이고, 이를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게 그들이 소통하는 법”이라고 짚었다. 더현대서울은 지난해 상반기만 150개의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다. 특히 지하 2층 ‘크레이티브 그라운드’를 아예 팝업 전문관으로 대형 공간을 비워놓는 과감한 전략을 취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요새는 브랜드 입김이 강해 우리가 ‘을’일 정도”라며 “그만큼 트렌드 강자들이 들어오는거라 ‘윈-윈’ 전략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MZ세대가 더현대서울에서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은 지하 1층(23.1%), 지하 2층(15.4%), 6층(10.5%)으로, 주고객층은 30대(37.6%)다. 백화점 신흥강자들 역시 ‘MZ놀이터’ 조성에 뛰어드는 이유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에선 지하 1층 ‘스모어마켓’의 인생네컷 부스나 포토존을 살린 팝업스토어 ‘노.닷.프라이즈(노점상)’가 최근 눈길을 끌고 있다. 롯데동탄 관계자는 “신혼부부, 가족이 많은 신도시 특성을 살린 게 특징으로, 구매고객 평균 나이는 30대”라고 말했다. 1년 새 매출 8000억원 달성, 지난해 충청권 백화점 1위를 하며 지각변동을 일으킨 대전 신세계아트앤사이언스 역시 체험시설이 매출의 45%를 차지한다. 과학관 ‘넥스페리움’, 지하 1층 4200t의 ‘대전 엑스포 아쿠아리움’, 6층 ‘스포츠몬스터’가 대표 시설이다. 지난 주말 스포츠몬스터를 방문한 오혜린(24)씨는 “전부터 가보고 싶었는데 인기가 너무 많아 예약하고 갔다. 시간 제한이 2시간이라 아쉬웠다”며 “볼거리, 먹을거리도 많아 반려견과 자주 놀러 간다”고 말했다.

더현대서울 1층의 크리스찬루부탱 팝업스토어 전경. 최영재 기자

더현대서울 1층의 크리스찬루부탱 팝업스토어 전경. 최영재 기자

게다가 더현대서울의 새 공식은 ‘공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게 반전이다. 시간까지 디자인했다. 김난도 교수는 “‘온라인+오프라인’을 결합한 리테일테크로 시간을 번 전략”이라며 “확보된 시간으로 자신만의 공간 활용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 무인매장인 더현대서울 언커먼스토어(6층)가 그 예다. 현대백화점 앱페이를 통해 퇴장 시 들고나온 물건이 자동결제돼 시간을 단축시켰다. 대구에서 방문한 전성모(36)씨는 “내부 직원이 없어 부담 없이 살펴볼 수 있고, 계산한다고 줄 설 필요도 없어 좋았다”며 “재밌는 콘텐트가 있으면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롯데동탄의 하고(Hago) 디자이너 편집샵인 ‘#16’도 비슷하다. 쇼핑 전용 앱으로 의류 태그를 스캔한 뒤 매장에서 결제하면 자동 배송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새 공식이 백화점 매출로 이어지기에 충분하다고 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에루샤처럼 다 아는 브랜드보다 숨어 있는 괜찮은 브랜드를 찾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공략했다”며 “메타버스 등 온라인에서 채울 수 없는 오프라인의 ‘경험 가치’를 MZ세대를 포함 모든 소비자가 중요시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진 연구위원은 “MZ세대의 SNS 소통을 통한 홍보효과, 확장성은 1명, 한 지역의 구매력 이상의 효과가 있고, 그렇기에 유통업계에서 주요 소비층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최근 ‘경기침체’, ‘오프라인+온라인 채널’ 변수를 타고 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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