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대 독립언론 메두자 불법화...反푸틴 입막음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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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부가 26일(현지시간) 자국 최대 독립언론인 메두자(Meduza)를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를 들어 불법단체로 지정했다. 전날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인권단체 모스크바헬싱키그룹(MHG)에 해산 결정을 내린 지 하루만으로, 전쟁이 장기화하며 높아지는 반(反)푸틴 목소리를 막는 데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러시아 정부가 26일 불법단체로 지정한 독립언론 메두자. 이들은 '러시아는 우리가 진실을 알리길 원하지 않지만 크렘린이 이기게 두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가 26일 불법단체로 지정한 독립언론 메두자. 이들은 '러시아는 우리가 진실을 알리길 원하지 않지만 크렘린이 이기게 두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메두자를 '바람직하지 않은 단체'로 지정하면서 메두자 측이 자진 해산하지 않으면 러시아 내에서 이 언론사의 취재에 협조하거나 기사 링크를 공유하는 이들을 최대 징역 6년형에 처하겠다고 경고했다. 후원금을 보내는 등 메두자의 입장에 지지 표명을 하는 이들도 역시 처벌한단 방침이다.

메두자는 반정부 성향의 러시아 언론인들이 2014년 발트해 연안 유럽국 라트비아에 세운 온라인 뉴스 매체다. 독자가 1500만 명에 이르는 러시아 내 최대 독립언론사로, 우크라이나 침공의 참상을 객관적으로 알려온 중요한 언론이라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러시아 내에선 원칙적으로 메두자 사이트에 접근할 수 없지만, 가상사설망(VPN) 등을 통하면 접속이 가능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언론 탄압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언론 탄압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메두자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FT는 "메두자의 기자들은 러시아 내에 '대규모 취재원 네트워크'를 두고 뉴스를 전해왔는데, 이 네트워크 활용이 힘들어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해 3월 초 반정부 성향의 뉴스 채널 TV레인(TV Rain)과 라디오 방송국 에코오브모스크바(Echo of Moscow) 등이 폐쇄된 데 이어 러시아 언론계에 또 다른 충격이란 분석이다.

메두자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제 우리는 고향에서의 활동이 완전히 금지됐고, 두렵기도 하지만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운 운영 방법을 찾아 보도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TV레인과 에코오브모스크바 역시 네덜란드와 독일에 각각 자리를 잡고 인터넷 등을 통해 반정부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반정부 언론 탄압은 전쟁 이후 더욱 거세지고 있다. FT는 "지난해 3월 거짓 정보 유포에 대해 최대 15년형을 내리는 '검열법'을 통과시킨 이후 전쟁 여론을 통제하려는 크렘린의 강박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검열법 제정 이후 기소당한 이만 130여 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 법 제정 이후 언론인 수백명이 러시아를 떠났다고도 전했다.

앞서 지난 25일에는 1976년 설립돼 러시아의 인권 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리며 이 나라의 '마지막 인권 보루'로 불렸던 MHG가 해산 통보를 받았다. 모스크바 내에서만 활동해야 하는 지역단체가 법령에 따르지 않고 러시아 내 다른 지역에서 각종 행사를 진행했다는 게 이유다. MHG는 항소한단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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