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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미국 GDP 평가…'연착륙 기대' vs '소비 침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번지고 있다. 뉴욕증시도 일제히 상승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 중추인 소비 둔화로 경기가 다시 가라앉을 수 있다는 반론도 함께 나온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7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2022년 4분기 GDP 증가율(전분기 대비)은 연율 기준 2.9% 상승했다. 3분기(3.2%)에 이어 2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이다. 지난해 전체로는 2.1% 증가했다.

예상치 상회한 성장에 “연착륙 가능성”

시장에선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4분기 GDP 성장률이 전문가 예상치(2.6~2.8%)를 모두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빅테크 해고 대란에도 미국 고용시장이 여전히 탄탄한 모습을 유지한 것도 연착륙 기대감을 힘을 실었다. 이날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5~2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 대비 6000건 감소한 18만 6000건을 기록하면서 예상치(20만 5000건)을 크게 밑돌았다. 감소폭은 지난해 4월 이후 최저다.

씨티인덱스의 파와드 라자크자다 애널리스트는 “경제가 둔화되고 있지만 동시에 예상보다 많은 수치가 경기 침체 우려를 완화하고 있다”며 “이것이 골디락스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골디락스란 너무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최적의 경제 상황을 의미한다.

이날 뉴욕증시도 기대감을 등에 업고 일제히 상승했다. 다우지수는 전장 대비 0.61% 오른 3만 3949.41로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10%)와 나스닥 지수(1.76%) 모두 상승 마감했다. 특히 지난해 큰 낙폭을 보였던 테슬라 주가는 10.97%나 급등했고, 마이크로소프트(3.07%)와 앤디비아(2.48%)도 상승세를 보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성장 동력’ 소비가 주춤…“숫자는 착시”

하지만 견고한 숫자는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는 비관적 전망도 적지 않다. 미국 경제 활동의 68%를 차지하는 소비 관련 지표가 기대보다 좋지 않게 나왔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3분기보다 성장률이 둔화했고, 미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동력인 소비가 둔화했다”며 경제 둔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실제로 세부 지표를 뜯어보면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개인 소비지출은 2.1% 성장하면서 전망치(2.9%)를 크게 하회했다. 미국의 기저 수요를 보여주는 지표인 ‘국내 민간구매자에 대한 실질 최종판매’는 0.2% 증가에 그쳤다. 투자은행(IB) 스티펠니콜라우스의 린지 피에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가 시장에서 행복하고 건강하지 않으면 더 강력한 성장은 고사하고 긍정적인 성장을 유지할 것조차 기대할 수 없다”며 “경기 침체를 향해 비틀거리며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미국 소비가 되살아나지 않으면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헤드라인 숫자(4분기 GDP 증가율, 2.9%)를 보면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보고 있는 것은 문제 징후와 성장동력의 상실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Fed 움직임 주목…이른 피벗 가능성?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일각에선 미국 소비가 침체되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보다 이른 피벗(Pivot·정책 선회)을 결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Fed는 수차례에 걸쳐 ‘올해 금리 인하는 없다’는 의견을 재확인했지만,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 어쩔 수 없이 통화 긴축을 멈출 것이란 주장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EY 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하반기에 금리 인하 가능성이 뚜렷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 주 예정된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기준금리 인상폭은 0.25%포인트가 유력하지만, 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강성 매파(통화 긴축)로 분류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0.5%포인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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