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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코란 화형' 러 개입했나...배후로 '푸틴 티셔츠 男' 지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스웨덴에서 벌어진 반(反) 튀르키예(터키) 시위 배후에 스웨덴 출신의 친러시아 극우 언론인이 지목되면서, 러시아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막으려고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덴마크 극우정당 '강경 노선'의 라스무스 팔루단 대표(오른쪽)이 지난 21일 스웨덴 스톡홀름 튀르키예 대사관 밖에서 열린 시위에서 이슬람 경전인 코란 사본을 태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덴마크 극우정당 '강경 노선'의 라스무스 팔루단 대표(오른쪽)이 지난 21일 스웨덴 스톡홀름 튀르키예 대사관 밖에서 열린 시위에서 이슬람 경전인 코란 사본을 태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스웨덴 온라인 매체 ‘뉘헤테르 이다그(Nyheter Idag)’ 편집장이자 친러시아 언론인으로 꼽히는 창 프릭(40)이 최근 논란이 된 반 튀르키예 시위에서 이슬람 경전인 코란 사본 화형식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화형식은 지난 21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주재 튀르키예 대사관 주변에서 열렸다. 당시 덴마크 극우정당인 ‘강경 노선’의 라스무스 팔루단 대표가 시위대 앞에 서서 코란 사본을 불태웠다. 팔루단 대표는 이와 관련 스웨덴 신문 다겐스 뉘헤테르에 “튀르키예 대사관 앞에서 코란을 불태우는 것은 프릭의 의견”이었다며 “시위 신청 수수료(320크로나·약 4만원)도 그가 지불했다”고 밝혔다.

그 외 프릭이 팔루단 대표의 스웨덴행 항공료 지급을 약속하는 등 이번 시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프릭은 “시위 신청 수수료 등 비용을 지원한 것은 맞다”고 인정하는 한편 “튀르키예에 반대하는 행동을 원했지만, 코란 화형 시위를 주도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출신의 친러시아 언론인 창 프릭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트위터 캡처

스웨덴 출신의 친러시아 언론인 창 프릭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트위터 캡처

프릭이 이번 시위 관계자로 알려지면서 러시아 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프릭은 지난 2014년 러시아 선전 채널인 RT와 일한 전력이 있다. 지난 2019년 러시아와 연계된 스웨덴의 극우 민족주의 세력에 대한 뉴욕타임스(NYT) 기사에도 프릭이 소개됐다. 프릭은 “수차례 모스크바에 갔다”면서 “러시아 대선을 참관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당시 러시아 여자친구와 사귀고 있던 프릭은 소셜미디어(SNS)에 푸틴 대통령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사진도 올렸다. 그는 NYT에 “내 진짜 상사는 푸틴”이라는 농담도 했다.

튀르키예 사람들이 지난 21일 밤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재 스웨덴 총영사관 앞에서 스웨덴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EPA=연합뉴스

튀르키예 사람들이 지난 21일 밤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재 스웨덴 총영사관 앞에서 스웨덴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번 시위에 러시아 개입 의혹이 제기되면서, 러시아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막으려고 한다는 우려가 커졌다. 튀르키예는 이번 시위를 빌미로 지난 24일 나토 가입을 추진 중인 스웨덴·핀란드와 3자 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이와 관련해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26일 “스웨덴 정부가 이 비열한 시위를 허용함으로써 범죄에 가담했다”면서 “현재 나토 관련 대화를 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70여년간 고수해온 군사적 비동맹주의를 폐기하고 지난해 5월 나토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나토 가입은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결정되는데, 현재 30개 회원국 중 튀르키예와 헝가리만 최종 동의를 유보한 상태다.

특히 튀르키예는 자국이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 신병 처리 문제를 두고 스웨덴과 갈등을 빚고 있다. 그 와중에 코란 화형식까지 일어나면서 튀르키예의 반발이 거세졌고,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스톡홀름 대학 튀르키예 연구소의 폴 레빈 소장은 텔레그래프에 “이번 시위에 러시아 세력이 개입했다는 증거가 충분하진 않지만, 의심스러운 상황은 맞다”라면서 “나토가 러시아 국경을 향해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으면,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사람은 바로 푸틴 대통령”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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