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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더 앞당겨진 국민연금 고갈...그땐 '소득 26%' 보험료 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현재 915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이 2040년 1755조원으로 늘어나고 이듬해부터 매년 수지 적자를 기록하면서 2055년 고갈된다. 기금 고갈시점인 2055년 국민연금 가입자는 월소득의 26.1%를 연금 보험료로 내야 한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27일 오전 회의를 열어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잠정치를 확정한 후 이날 오후 공개했다. 국민연금은 2003년부터 5년마다 연금의 재정을 향후 70년 뒤까지 추계하고, 이를 토대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한다. 재정추계는 현 제도를 유지하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지 전망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절차이다. 국민연금 건강검진으로 불린다.

전병목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결과를 발표하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병목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결과를 발표하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재정계산은 2018년 4차에 이은 제5차 재정계산이다. 지난해 8월 재정추계전문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 재정계산위원회가 구성ㆍ운영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국회 연금개혁 특위 산하 민간 자문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두 달 앞당겨 재정추계 잠정치를 발표했다.

재정추계 잠정치는 재정추계전문위원회에서 인구 변화, 경제 및 제도변수 등을 고려해 급여 지출과 적립기금 변화 추이 등을 우선적으로 산출한 것이다. 최종 재정추계 결과는 3월에 발표된다. 재정추계전문위원회 관계자는 “기금 고갈 시기 등 주요 지표는 잠정치와 최종 결과 간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추계에선 국민연금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변수인 인구구조ㆍ경제전망 모두 지난 4차 추계에 비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어떻게 추계했나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통계청의 2021년 장래인구추계의 중위(중간수준) 가정을 재정계산에 적용했다.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3명에서 2024년 최저 수준인 0.70명까지 하락한 이후 반등해 2030년 0.96명, 2046년 1.21명으로 완만하게 회복할 것으로 봤다. 위원회 측은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는 근거로 코로나19로 미뤘던 혼인이 일상회복에 따라 늘어나고, 출생아가 70만명대인 2차 베이비붐 에코 세대(1990년대생)가 초산 평균 연령대인 30대에 접어든다는 점 등을 들었다. 다만 출산율이 기대처럼 반등하더라도 4차 추계에 적용한 출산율 전망(2023년 1.27명, 2030년 1.32명, 2040년 1.38명)보다 낮다. 반면 기대수명은 4차 추계 전망보다 약 1세 늘었다. 2023년 84.3세에서 2070년 91.2세로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렇게 저출산ㆍ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실질경제성장률ㆍ임금상승률도 4차보다 낮을 것으로 나왔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기금 고갈시기 2년 당겨져

국민연금 가입자는 지난 2021년 2235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번 잠정치 추계에 따르면 올해 2199만명인 가입자 수는 70년 뒤인 2093년 861만명으로 쪼그라든다. 근로가능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다. 반면 노령연금 수급자는 올해 527만명에서 2060년 1569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하고, 2093년 1030만명으로 줄어든다. 제도 부양비(가입자 수 대비 노령연금 수급자 수)는 올해 24%에서 2080년 143.1%로 뛴다.

국민연금은 앞으로 20여년간 지출보다 수입이 많은 구조가 유지된다. 수급자보다 가입자가 많아서다. 하지만 연금 제도가 무르익으면서 수급자가 늘게 되고 지출이 점점 늘어난다. 2041년 지출이 수입(보험료 수입+기금운용수익)을 넘어서 수지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적립기금은 수지적자가 발생하기 직전인 2040년 최고 1755조원에 이르고, 이후 급속히 감소해 15년만인 2055년 완전히 소진된다. 기금 고갈 시기는 2018년 4차 재정계산 때(2057년)보다 2년 당겨졌다.

16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시민이 민원실로 향하는 모습. 뉴스1.

16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시민이 민원실로 향하는 모습. 뉴스1.

2055년 기금이 고갈 된 뒤의 부과방식 비용률(쌓아둔 기금 없이 매년 보험료를 거둬 수급자에 노연령금을 지출할때 필요한 보험료율)은 26.1%에 달한다. 32년 뒤 근로자는 월 소득의 4분의 1을 연금 보험료로 내야한다는 얘기다. 부과방식 비용률은 2060년 29.8%, 2080년 34.9%까지 올랐다가 2093년엔 29.7%로 떨어진다.

미래세대 부담 더 커졌다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재정안정화를 위한 5가지 재정목표를 가정하고 각각 재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보험료율을 분석했다. 추계기간 말인 2093년을 기준으로 적립배율(해당연도 총지출 대비 연초 적립금)을 1배, 2배, 5배 유지하는 경우와 수지적자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경우, 20년간(2074~2093년) 일정한 적립배율을 유지하는 경우 등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분석 결과 재정목표 시나리오별로 필요보험료율은 17~24% 수준으로 제시됐다. 현재 9%인 보험료율을 최소 2배로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 연방사회보장연금(OASDI), 일본 후생연금처럼 ‘70년 뒤 적립배율 1배’를 유지하려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2025년 17.86%로 올려야 한다. 2035년 올릴 경우 20.73%로 올려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연금개혁이 늦어지면서 4차 추계(2018년) 대비 필요보험료율이 약 1.66~1.85%포인트 증가했다”라며 "이는 연금개혁이 늦어질수록, 미래 청년세대의 부담이 커지는 것을 의미하며,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시사한다"라고 밝혔다.

전병목 재정추계전문위원장은 이번 잠정치에 대해 “국민연금 개혁을 미룬 결과 미래세대가 부담해야할 ‘연기 비용’이 5년 전보다 늘어났고, 이는 갈수록 더 불어날 수 밖에 없다는 걸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전 위원장은 “연금 제도는 세대간 부양 제도인데, 현 세대는 자기가 받을 연금 50%만 자기가 준비하고 나머지는 미래 세대에 동의도 받지 않고 ‘너가 내라’고 떠넘기는 것이라 이대로는 제도 유지가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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