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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니 우산 챙겨" AI가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가까운 미래[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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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2041
리카이푸‧천치우판 지음

이현 옮김

한빛비즈

두 달 전 프로토타입의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인 'ChatGPT'가 등장해 AI가 시대의 화두임을 절감하게 했다. 이 챗봇은 다양한 분야에서 정교하고 상세하며 논리적인 응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 책 『AI 2041』은 10편의 SF 단편과 기술평가를 바탕으로 앞으로 현실 기술과 상상력을 결합해 AI가 만들어나갈 미래상을 다양하게 조망한다. 구글 차이나 대표를 지낸 대만계 미국인 컴퓨터 공학박사 리카이푸(李開復)와 중국인 SF 작가 천치우판(陳楸帆)이 함께 썼다.

 영국 기업 엔니지어드 아츠가 지난해 CES에서 선보인 AI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오른쪽)와 이 회사의 모건 로우 운영이사. [AFP=연합뉴스]

영국 기업 엔니지어드 아츠가 지난해 CES에서 선보인 AI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오른쪽)와 이 회사의 모건 로우 운영이사. [AFP=연합뉴스]

리카이푸는 AI가 갑자기 등장한 과학기술이 아니라, 1950년대에 용어가 나온 이래 한 걸음씩 상상하고 연구하며 구현해온 오랜 축적의 산물이라고 강조한다. 딥러닝 기술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쌓아 2016년 이세돌 9단과 대국했던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는 이미 '고전'이다. AI는 이제는 바둑은 물론 포커와 온라인 게임에서도 인간 챔피언을 눌렀다. 외모와 말소리가 인간과 구분이 어려운 ‘AI 디지털 인간’도 줄이어 등장하고 있다.

천치우판은 “우리는 기술의 단기 효과를 과대평가하고 장기 효과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미국 미래학자 로이 아마라의 말을 인용한다. AI의 광범위한 범위와 무한한 가능성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그는 AI가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것처럼 삭막한 비인간적 기술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인간 상상력의 확장으로 인류 문명 전반에서 ‘스타워즈’‘스타트렉’‘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수준의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10편의 SF 작품은 AI가 가져올 2041년의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그리고 인간의 상황 타개 노력을 동시에 다룬다. ‘황금코끼리’에선 인도 뭄바이를 배경으로 AI 딥러닝이 가능한 ‘가네샤 보험 프로그램’과 한 가족의 갈등을 그린다. AI는 스마트 스트림으로 ‘비가 오니 우산을 챙기고 호흡기 질환에 유의하라’ ‘다니는 길에 교통사고가 났으니 피해 가라’ 등등 문자메시지로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댄다.

사람이 AI를 통제하는지, AI가 인간을 세뇌하는지 아리송하다. 문제는 이를 통해 가입자의 방대한 개인 데이터가 유출되면서 AI가 인간 사고와 가치 판단, 그리고 삶의 방향에 개입할 수 여지가 생긴다는 점이다. AI는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가입자에게 식습관 개선을 주문할 수도 있지만, 카스트 차별을 유도할 수도 있다. 지은이는 이를 기술적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라고 지적한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가 배경인 ‘가면 뒤의 신’은 AI 딥 페이크 기술로 진짜와 구분이 안 되는 가짜 동영상의 제작자 이야기다. 가짜를 만드는 사람이 있으면 이를 찾아내는 검열자가 필요하고, 악용하는 범죄자도 나오게 마련이다. 딥 페이크에다 컴퓨터 비전과 생체인식, 그리고 인공지능 보안 등 개발 중인 기술이 결합하면 20년 뒤에는 어떤 사달이 벌어질지 모른다. 인간이 결국 기술에 지배되는 ‘사이버 펑크’ 세상이 올까. 지은이는 보안 문제를 비롯한 AI의 취약성은 기술적 해법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쌍둥이 참새’는 NLP(자연언어처리) 기술로 인간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스마트 AI 교사에게 교육받는 한국인 쌍둥이를 그린다. 지은이는 GPT-3 같은 NLP 기술혁신에 주목한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AI 챗봇 ChatGPT는 이를 개선한 GPT-3.5를 바탕으로 개발됐다. NLP는 이미 우리 눈앞의 AI 기술이라는 이야기다. 지은이는 AI가 교사의 일을 많이 덜어줄 순 있겠지만, 학생의 멘토 역할을 하고, 교육 AI를 프로그래밍하는 일은 인간인 교사만이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달초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관에서 이달초 방문객들이 AI를 통해 영상을 만들어내는 터키 출신 예술가 레픽 아나돌의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AP=연합뉴스]

이달초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관에서 이달초 방문객들이 AI를 통해 영상을 만들어내는 터키 출신 예술가 레픽 아나돌의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AP=연합뉴스]

 ‘접촉 없는 사랑’에선 코로나19 팬데믹이 AI를 만나 신약개발·정밀의학·로봇수술 등 보건의료 자동화를 이끄는 상황을 다룬다. 다만 임금인상을 요구하지도 않고, 산업재해·직업병 걱정도 필요 없는 AI가 인간 일자리를 얼마나 앗아갈지는 미래의 과제로 남는다.

 도쿄가 배경인 ‘유령이 된 아이돌 스타’는 실제 아이돌의 사망 사건을 AI와 가상현실 기술로 만든 아이돌 스타 ‘유령’의 도움을 받아 추적하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가상현실‧증강현실‧혼합현실 기술이 발전하면 20년 뒤쯤엔 ‘디지털 쌍둥이’ 또는 ‘AI 아바타’라고 불리는 ‘가상의 나’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를 묻는다. 엔터테인먼트는 물론 보건의료‧스포츠‧여행‧교육‧소매업‧부동산 등 다방면에 적용할 수 있는 이 기술은 미래를 얼마나 바꿀 것인가.

 그 외에도 자율주행차, 기술의 파괴적 악용, 일자리 문제, 행복‧욕망 및 사생활 보호, 풍요와 경제생활 변화 등 AI와 관련한 과제는 생각보다 넓고 깊다. 이제 AI는 누가 누구를 따라잡고 잡히는 기술적 차원이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숱한 난제를 풀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갈 상상과 창의, 그리고 협력의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도전이기도 하다. 원제 AI 2041: Ten Visions for Our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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