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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딸 살해한 엄마…법원 선처하자 검찰은 항소 포기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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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간 돌보던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60대 A씨가 25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38년간 돌보던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60대 A씨가 25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뇌병변 장애인 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60대 친모에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지 않고 선처하자 검찰도 이례적으로 항소를 포기했다. 38년간 중증 장애인 딸을 돌본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인천지검은 최근 살인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A(64·여)씨의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은 "장기간 힘들게 장애인 딸을 돌봤고 간병 과정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은 점 등을 고려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A씨 사건의 항소 기간은 지난 26일까지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피고인이 장기간 피해자를 간병했고, 피해자가 정신적·신체적으로 고통받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생명권 박탈이라는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면서도 "피고인 자신도 심신이 약해져 대안적 사고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전문의 감정이 있었고 피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 역시 제한적이었다. 유사 판결이나 판례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항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법원도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이 국가나 사회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롯이 자신들의 책임만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번 사건도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며 선처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23일 오후 4시30분쯤 인천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30대 딸 B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살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범행 후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6시간 뒤 아파트를 찾아온 아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뇌 병변 1급 중증 장애인이던 B씨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불편했으며 사건 발생 몇 개월 전에는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간병 생활을 하던 A씨는 생계를 위해 다른 지역을 돌며 일하는 남편과 떨어져 지냈고,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는 딸을 대소변까지 받아 가며 돌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법정에서 "그때 당시에는 제가 버틸 힘이 없었다"며 "'내가 죽으면 딸은 누가 돌보나.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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