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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아아’ 말고 ‘뜨와(뜨거운 와인)’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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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소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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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와인(熱紅酒, 뱅쇼)'이 중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다. 뱅쇼가 중국 길거리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2021년 겨울이었다. 당시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해 중국에서는 과일을 넣고 끓인 와인이 인기를 끌었다. 한 잔에 15위안(한화 약 2736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사람들에게 크게 사랑받았고, 중국의 다양한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뱅쇼'의 SNS 언급량. 사진 모징시장정보

'뱅쇼'의 SNS 언급량. 사진 모징시장정보

그 영향으로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훙수(小紅書)’에서 뱅쇼 관련 게시물이 쏟아져 나왔고, 수많은 대중, 요리 블로거 및 인플루언서들이 뱅쇼 레시피를 공유했다. 작년 겨울에는 뱅쇼의 인기가 더욱 뜨거웠다. 모징(魔鏡)시장정보에 따르면 2021년 8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뱅쇼의 SNS 언급량이 8만 7100건이었는데, 2022년 8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그 언급량은 무려 10만 4700건에 달했다.

곧이어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도 관련 메뉴를 출시하면서 뱅쇼 열풍에 더욱 불을 붙였다. SNS에는 기존의 오렌지 대신 다양한 재료를 넣고 뱅쇼를 만드는 자신만의 레시피를 올리는 것이 하나의 놀이처럼 자리 잡았다.

뱅쇼 열풍에는 도시 젊은이들의 사회적 욕구와 정서적 욕구가 반영되어 있다. 추운 겨울날 친구들을 초대하여 직접 만든 술을 즐기면 바쁜 생활 속에서 잠시 긴장을 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겨울의 계절적 특성까지 즐길 수 있어 정서적 만족감이 크다.

뜨거운 맥주. 사진 샤오훙수

뜨거운 맥주. 사진 샤오훙수

작년 겨울에는 뜨거운 와인에 이어 뜨거운 맥주(熱啤酒)가 등장했다. 뜨거운 맥주는 쓰촨(四川)과 충칭(重庆)의 노점에서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맥주에 오렌지, 대추, 구기자 등을 넣고 끓인다. 맥아의 향과 건강한 재료가 섞여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내며 카타르 월드컵의 영향으로 더욱 큰 사랑을 받았다.

뜨거운 맥주는 구기자, 대추, 찹쌀 등 재료를 첨가하여 맥주의 쓴맛을 덜어내는 동시에 건강 관리에 민감한 현대인들의 니즈를 충족했다. 맥주와 보양식 재료의 조합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옌타이(烟台) 맥주에서는 산초 맛 맥주와 생강 구기자 맛 맥주를 출시한 바 있다.

술의 재발견, ‘소셜 음료’로 다시 태어나다

이 밖에도 중국 맥주는 버터 맛, 우유 맛 등 맛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해리 포터’는 오랜 세월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인기 IP로, 베이징 유니버설 스튜디오 개장은 수많은 중국 팬들이 인증샷을 남기게 했다. 그중에서도 마법 세계의 ‘국민 음료’인 버터 맥주가 중국 SNS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맛을 그대로 흉내 낸 레시피부터 이를 응용한 말차 버터 맥주 레시피까지 유행했다.

중국 음료 전문 브랜드 '익화당'이 월드컵 시즌을 맞이해 '밀크티 맥주'를 출시했다. 사진 위챗 공중계정

중국 음료 전문 브랜드 '익화당'이 월드컵 시즌을 맞이해 '밀크티 맥주'를 출시했다. 사진 위챗 공중계정

중국의 프랜차이즈 음료 브랜드 익화당(益禾堂)은 카타르 월드컵 기간 맥주에 밀크티를 더한 이색 신메뉴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중국 SNS에는 맥주에 커피를 넣어 먹는 조합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젊은 소비자는 맥주 특유의 떫은맛을 좋아하지 않고, 맥주와 다른 맛의 조합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불안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정신적인 해방감을 얻기 위해 맥주를 소비하지만, 맥주 자체의 쓴맛은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맥주 시장의 소비자 규모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서는 '술맛 없는 술을 마시고 싶은' 젊은 소비자의 모순된 심리를 만족하게 해야 한다. 맥주 제품의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저 알코올 맥주를 밀크티, 커피와 같은 음료와 조합하여 기호성을 높이는 시도를 해볼 만하다. 신장 카바스(新疆卡瓦斯)의 꿀 맥주는 이런 방식으로 젊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은 예다.

중국 MZ 세대가 술 끓이는 이유

사진 샤오훙수

사진 샤오훙수

겨울 시즌 중국 SNS에서는 뜨거운 와인, 뜨거운 맥주 등을 난로에서 끓이는 사진을 자주 볼 수 있으며, 사용자의 70% 이상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술을 끓이는 것은 술의 쓴맛을 줄이고 풍미를 향상할 뿐만 아니라 따뜻한 느낌을 주면서 정서적 만족감까지 충족한다.

중국에서는 '쉬코노미(SHEconomy,여성이 경제 주체로 활발한 소비 활동을 벌이는 경제 상황)'의 성장과 함께 여성이 주류 소비의 중요한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트렌디하고 개성화된 저 알코올 주류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류 제품은 과일주와 스파클링 와인이다.

‘술 끓이기'는 주류에 대한 여성 소비자의 기호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동안 맥주의 쓴맛은 중국 여성 소비층에 선호되지 않았다. 맥주를 가열하여 쓴맛을 줄이고 과일 등 재료를 첨가해 전체적인 맛을 풍부하게 함으로써 보다 넓은 여성 소비층에 다가갈 수 있다.

맛 개선 외에도 '술 끓이기'는 소셜라이징과 분위기 즐기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활동이다. 이는 젊은 층의 두 가지 주요 특징이기도 하다. 젊은 층은 직접 참여하고 만들고 공유하는 것에 열광하는데, 이들에게 뜨거운 맥주를 만드는 과정과 다양한 재료의 창의적인 조합은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온다. 특히 직접 만든 맛있는 맥주 한 잔은 더 큰 감정적 가치를 부여한다.

SNS에서 보이는 라이프스타일은 '분위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 동안 겨울 트렌드인 뜨거운 와인, 뜨거운 맥주, 그리고 최근 유행하는 난로에서 삶은 차는 모두 겨울의 '따뜻하고 힐링 되는' 이미지를 포함한다. 음료와 장소는 모두 '감정 소비'이자 현대인이 삶과 사회를 즐기는 도구다. 친구 서너 명이 시간과 공간을 함께하며 마음속의 고민을 들어주는 과정에서 술은 감정 해소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주류 브랜드는 젊은 층의 참여 욕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뜨거운 와인 밀키트를 출시하여 소비자가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또한 SNS 마케팅으로 겨울 분위기, 겨울철 놀 거리 등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내면 더 많은 잠재적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저 알코올’, ‘저칼로리’, 건강 챙기는 술 뜬다

중국 주류 시장에서 큰 발전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소비층이 바로 젊은 여성이다. 건강에 대한 젊은 여성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하기 위해서 주류 시장은 성분을 업그레이드하고 저지방, 저칼로리 등 건강한 맥주를 선보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저칼로리 맥주를 새로운 아이템으로 볼 수는 없다. 하얼빈 맥주는 저당 저칼로리 맥주를, 일본 기린 맥주는 무설탕 무알코올 맥주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 소비자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저칼로리와 맛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젊은이들의 술-중국 주류 혁신 연구 보고서(年輕人的酒—中國酒類品類創新研究報告)'. 사진 리스

‘젊은이들의 술-중국 주류 혁신 연구 보고서(年輕人的酒—中國酒類品類創新研究報告)'. 사진 리스

리스(RIES, 浬斯戰略定位咨詢)에서 발표한 ‘젊은이들의 술-중국 주류 혁신 연구 보고서(年輕人的酒—中國酒類品類創新研究報告)'에 따르면, 중국의 잠재적인 젊은 음주 인구는 약 4억 9000만 명이고, 이들의 음주 시장 규모는 4000억 위안(한화 약 72조 840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아직 이들을 정확히 타게팅하는 제품은 많지 않다.

현재 중국의 젊은 주류 소비자들은 다양한 맛, 창의적인 레시피, 건강에 대해 니즈를 갖고 있다. 중국 주류시장은 이들을 만족하게 하기 위해 주류 브랜드는 밀크티, 커피 등 음료 시장의 발전 사례를 참고하여 신선하고 재미있는 조합을 시도하고, 저지방 저칼로리 등 건강한 제품을 만들어 지속적인 소비를 이끌 전망이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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