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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하며 더욱 주목받는 '사람 돕는 로봇', 중국서 잘 만드는 기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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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에 본 영화 중, 혁신적인 주제와 내용 때문에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작품이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에이아이)’(2001)와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영화 '바이센테니얼맨'(1999). 이 두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사람과 흡사한 외형을 갖고, 감정까지 가진 로봇이 등장한다.

왼쪽부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에이아이)’(2001)와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영화 '바이센테니얼맨'(1999)의 한 장면.

왼쪽부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에이아이)’(2001)와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영화 '바이센테니얼맨'(1999)의 한 장면.

그때만 해도 영화를 보며 ‘내가 살아 있을 때 저런 일이 생길까?’라고 생각했었다. 이 영화들이 개봉한 지 20여 년이 흐른 현재, 우리는 일상 곳곳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갖춘 로봇)'과 공존하며 살고 있다. 다행히도 영화 속 로봇들처럼 감정을 느끼는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않았지만, 사람과 유사한 형태의 로봇들은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사람을 돕는다.

🤖이런 로봇은 어디에서, 누가 만들고 있을까?

과거 정보통신(IT) 분야의 발전을 미국 실리콘밸리가 주도했다면, 현재 인공지능(AI) 분야의 발전은 중국 기업들이 이끌고 있다.

지난 1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네덜란드 정보분석기업 엘스비어(elsevier)와 함께 10년간(2012~2021년)의 AI 관련 논문을 분석한 결과, 중국이 AI 분야에서 양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미국을 따돌리고 1위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에서 발표된 AI 논문 약 13만 5000편 가운데 중국이 4만3000편을 차지하며 미국을 약 2배 앞섰다. 질적인 부분에서도 미국보다 낫다는 것이 지표로 확인됐다. 논문 피인용 수를 기준으로 상위 10%에 드는 '주목 논문' 수가 미국보다 70%가량 많은 7401편에 달한 것.

이렇듯 중국이 굴기하고 있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로봇'은 전 세계 인구 감소 추세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즈옌컨설팅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국의 전체 로봇 시장 규모는 839억 위안(약 15조 4100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사람들의 일상에 직접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서비스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은 36.07%(약 302억 위안)에 달했다. 상용화 비율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중국 내 전체 로봇 판매액 중 서비스 로봇의 비중이 2016년과 2017년 18%에 불과했으나, 2018년 21%, 2019년 27%, 2020년 31%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런 구조적 변화를 미리 예견하고 중국서 일찌감치 서비스 로봇에 뛰어든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2012년에 설립된 유비테크 로보틱스(UBTECH Robotics, 优必选科技, 이하 유비테크)다. 유비테크는 지능형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및 인공지능(AI) 기술의 글로벌 리더로 통한다. 본사는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고 전 세계에 기술연구소 5곳, 서비스 디자인랩(JMR) 1곳, 생산공장 2곳을 운영 중이다.

🤖유비테크가 잘 만드는 것은 '서비스 로봇'

유비테크는 스마트 로봇을 매개체로 산업 전반을 노동 집약형에서 기술 집약형으로, 기계화에서 디지털 및 스마트화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로봇 연구 개발에 앞장서왔다. 그 결과, 유비테크는 인간과 유사한 로봇인 휴머노이드 로봇 알파(Alpha) 시리즈를 비롯해 STEM* 교육용 로봇 지무(Jimu), 비즈니스 서비스용 로봇 ‘크루저(Cruzr)’, 스마트 순찰 및 점검 로봇 ‘에임봇(AIMBOT)’, 이족 보행 로봇 ‘워커(Walker)’ 등 굵직한 제품을 출시했다.
*STEM: 코딩의 기초가 되는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의 줄임말로 문제 해결 중심의 교육법이다.

교육용 로봇 '지무(Jimu)'(왼)와 이족 보행 로봇 '워커(Walker)'. 사진 유비테크 공식홈페이지

교육용 로봇 '지무(Jimu)'(왼)와 이족 보행 로봇 '워커(Walker)'. 사진 유비테크 공식홈페이지

유비테크는 설립 이후 총 10억 달러(약 1조 2185억 원)의 자금을 조달받으며 로봇 업계에서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특히 2018년에는 시리즈C 펀딩 라운드에서 텐센트 등으로부터 8억 2000만 달러의 자금을 투자 받아 화제가 된 바있다. 우리 돈으로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유비테크는 당시 AI 기술 분야에서 역대급 규모의 투자에 힘입어 로봇 제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물은 세계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중국의 설 특집 TV프로그램 '춘완(春晚)'에서 여러 차례 소개됐다.

유비테크의 로봇들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2017년 제외) 춘완에 등장해, 중국인들에게 자국산 로봇이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 증명했다. 2016년에는 540대의 알파 로봇 공연, 2018년에는 24대의 지무 로봇이 함께 공연을 펼쳤으며, 2019년에는 6대의 워커 로봇과 100명의 무용수가, 2021년에는 대형 4족 로봇인 퉈황뉴(拓荒牛)가 등장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대형 4족 로봇인 퉈황뉴(拓荒牛). 사진 유비테크

대형 4족 로봇인 퉈황뉴(拓荒牛). 사진 유비테크

지난 2일에 방영된 중국 CCTV의 특별 프로그램 밍폔(名片)에도 유비테크의 판다 로봇 '유유(优悠, YOUYOU)'가 등장했다. 유유는 진행자 두 사람과 재담을 나눌 정도로 자연스럽고, 높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중국 CCTV의 특별 프로그램 밍폔(名片)에 등장한 유비테크의 판다 로봇 '유유(优悠, YOUYOU)'. 사진 CCTV캡처

중국 CCTV의 특별 프로그램 밍폔(名片)에 등장한 유비테크의 판다 로봇 '유유(优悠, YOUYOU)'. 사진 CCTV캡처

유유는 음성 합성, 컴퓨터 비전, 지능형 의사결정, 모션 제어 기능을 탑재해 표정을 짓거나 유머를 구사할 수 있으며 함께 가위바위보를 할 정도로 뛰어난 상호작용 능력을 보여줬다. 특히 딥러닝 기법을 사용해 개별 단어와 단어의 어조와 리듬을 유연하게 조정하며 인간적이면서도 사실적인 대화 분위기를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대부분의 중국인이 보는 매체를 통한 제품 및 기업 홍보는 비즈니스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일조했다. 안팎으로 노력한 결과, 2021년 중국 최대 금융 그룹인 중궈핑안(中國平安)은 유비테크의 기업 가치를 12조 원으로 평가했으며, 2022년 글로벌 유니콘 기업 리스트에는 186위(2022년 6월 30일 기준)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로봇 산업, 2022 베이징올림픽 이후 더욱 각광

지난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은 역대 올림픽 중 지능형 로봇이 가장 많이 투입된 올림픽이었다. 스키를 타면서 경기장을 순찰하는 ‘스키 로봇’, 접종 정보를 확인하고 마스크 착용 안내를 돕는 ‘방역 안내 로봇’, 시설을 소독하는 ‘소독 로봇’, 쓰레기를 수거하는 ‘분리수거 로봇’, 수중 성화 봉송을 도운 ‘수륙양용 로봇’, 식당 내 비대면 서빙을 수행한 ‘공중 서빙 레일’ 등 역할도 분야도 다양했다. 올림픽을 기점으로 로봇에 대한 관심과 편의성은 더욱 부각됐다.

유비테크의 제품군은 크게 B2B(기업 대 기업)와 B2C(기업 대 소비자)로 나뉜다. B2C 제품군에서는 스마트홈 보안 로봇, 레스토랑 서비스 로봇의 수요가 많고 B2B 제품군에서는 의료 로봇, 보안 로봇의 수요가 많다.

알파 시리즈 로봇(왼), 디즈니와 협업한 IP로봇(오). 사진 유비테크 공식홈페이지

알파 시리즈 로봇(왼), 디즈니와 협업한 IP로봇(오). 사진 유비테크 공식홈페이지

1️⃣ 핵심 기술 자체 개발로 원가경쟁력 우위

유비테크는 인공지능 분야에 있어 연구 개발,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생산, 판매 및 서비스를 통합한다. 유비테크의 창업자 저우젠(周剑, 50)은 회사 설립 전인 2008년부터 로봇 핵심 기술인 서보 모터(servo motor) 연구를 시작했다. 대량 생산을 위한 자체 공장 건설에도 큰 비용을 투자했다. 2012년, 회사는 '초소형, 하이토크(Torque), 높은 정밀도'를 갖춘 서보 모터를 성공적으로 개발했고, 특허까지 받았다. 그 덕에 원가 경쟁력에 있어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유비테크는 'COO(최고사업책임자)가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양성하는 전략'을 채택해 연간 수익의 45%를 연구 개발(R&D)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산업 전방위에서 적용 가능한 '서비스 로봇' 제작 기술 보유

유비테크는 B2C 영역에서 주로 교육, 엔터테인먼트, 노인 서비스 및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을 주로 생산 및 공급하고 있다. B2B 영역에서는 소매, 의료, 은행, 호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상업용 서비스 로봇 크루저(Cruzr), 보안 순찰 로봇 아트리스(ATRIS), 대형 휴머노이드 2족 보행 서비스 로봇 워커(Walker) 공급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워커는 주방, 침실 등의 공간을 공간적 특성에 따라 인식 및 판단할 수 있으며, 음성 인터렉션을 통해 소유자의 신원을 확인한 뒤 문을 열어주거나 비서처럼 그날의 일정을 알려주기도 한다.

3️⃣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활용하는 교육 로봇 개발

유비테크가 특히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가 있다. 교육 분야다. 유비테크는 교육용 로봇 개발에 있어 B2B와 B2C, 서로 다른 제품 라인업을 형성해 분야별, 단계별로 적합하고 유용한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지무(Jimu) 시리즈의 경우 초등학교와 지역 교육기관에서 교구로 사용된다. 일전에 애플 CEO 팀 쿡이 애플스토어에서 지무 로봇으로 아이들에게 코딩 교육을 한 적도 있다. 알파미니(悟空) 시리즈는 실시간 번역 기능, 질문에 대답하는 백과사전 기능, 카메라로 사물을 인식해 설명하는 기능 등을 탑재하고 있어 중고등학교 교육 현장에서 인기다. 워커 시리즈는 대학 및 고등교육을 받는 기관에서의 교육 또는 과학 연구에 사용된다.

?2022년 9월 28일, 유비테크는 세계 최초 수소연료 휴머노이드 로봇인 ‘워커(WALKER)’를 공개했다.

?2022년 9월 28일, 유비테크는 세계 최초 수소연료 휴머노이드 로봇인 ‘워커(WALKER)’를 공개했다.

🤖로봇 산업 발전 가능성 높지만…, 기업공개(IPO)에서 우여곡절

유비테크는 지능형 로봇 분야에서 기술, 자본 등에서 우위를 점하며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증시 상장 과정은 녹록지 않아 여러 차례 고배를 마셨다. 2019년부터 커촹반(科創板) 상장을 시도했으나, 여러 악재로 불발됐다.

자본 시장은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 가능성을 매우 중시한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 개발을 통해 업계를 선도하는 AI 기업은 손실이 발생하기 쉽고 이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즉, 상장에 성공해도 신규 발행 시장에서는 반응이 뜨겁지만, 이후 세컨더리 마켓(유통 시장)에서의 반응은 만족스럽지 않은 편이다. 유비테크는 다른 AI 기업과 마찬가지로 관련 매출, 순이익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의 연구 개발 비용이 많이 드는 탓에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 1월 4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유비테크가 역외(홍콩) 신규주식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몇 년간, 본토 상장에는 어려움을 겪은 유비테크. 홍콩 증권거래소에는 상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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