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전쟁 준비 안 돼 있다” 경고한 美 싱크탱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차이나랩

차이나랩’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미군의 총수는 1200만 명에 달했다. 종전으로 대규모 병력이 불필요해지자 미 정부는 적극적으로 감축에 나섰고 1949년엔 주한 미군도 모두 철수했다.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할 당시 미군 수는 146만 명으로 줄어있었다. 베테랑들은 전역했고 전투 경험 없는 신출내기 병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전쟁 초기 미군의 고전은 이런 수적 열세도 큰 원인이 됐다. 이후 미국은 급하게 병력 확충에 나섰다. 인천상륙작전 승리는 돌아온 2차 대전의 백전노장들이 이끌었다. 미국 외 15개국이 파병한 유엔군 병력도 큰 역할을 했다.

1991년 소련 해체로 냉전이 종식되면서 미군 전력 증강의 가장 큰 유인이 사라졌다.

1945년 3월 16일, 독일 어린이들이 미군의 탱크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1945년 3월 16일, 독일 어린이들이 미군의 탱크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지에서 국지전을 벌였지만 미국 방위산업계는 자국보다 해외 무기 수출로 생산력을 유지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 미군의 전력이 유사시 충분한 기간 동안 전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부족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미국의 대표적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3일 ‘전시 환경에서 텅 빈 무기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이 급한 대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려 했으나 재고 자체가 얼마 되지 않았고 갑작스럽게 무기를 대량 생산할 여력도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CSIS는 몇 가지 무기를 예로 들었다. 재블린 대전차미사일의 경우 미국이 지난해 8월까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물량이 7년 치 생산량에 해당했다. 스팅어 지대공미사일은 지난 20년간 미국이 해외에 수출한 물량에 버금간다고 추산했다. 또 이달까지 155㎜ 곡사포와 포탄 107만4000발을 제공했지만 포탄 물량이 부족해지자 105㎜ 곡사포와 포탄으로 대체 지원했다.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일부 무기에 대해서만 방위 산업체와 추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CSIS는 우크라이나 사례는 문제의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했다. 대만해협에서 중국과의 전쟁처럼 인도·태평양 등에서 일어날 수 있는 미래 전쟁에 대비하는 게 더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중국과의 경쟁 심화와 러시아·이란·북한의 계속되는 위협까지 미군은 최소 하나 또는 두 개의 대규모 전쟁을 치를 준비가 돼야 한다”며 “강력한 방위산업과 충분한 무기·탄약 재고가 중국의 행동을 억제하는 데 대단히 중요하지만, 미국은 전쟁을 치를 준비가 되지 않았고 따라서 억제력도 감소했다”는 것이다.

CSIS는 중국의 대만 침공으로 인한 미·중 전쟁을 상정했다. 자체적으로 시행한 시뮬레이션 결과 미군은 개전 3주 안에 5000발 이상의 장거리 미사일을 소모했다. 특히 중국의 방공망 밖에서 함정을 타격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한 장거리 지대함 미사일(LRASM)은 일주일 만에 모두 소진됐다. LRASM을 생산하는 데 거의 2년이 걸리지만 2023 회계연도 미 국방예산은 88발 구매에 필요한 예산만을 배정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중국이 언제 대만을 침공할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무기 생산을 늘리는데 필요한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생산 확대가 너무 늦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사진 셔터스톡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중국이 언제 대만을 침공할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무기 생산을 늘리는데 필요한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생산 확대가 너무 늦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사진 셔터스톡

CSIS는 중국이 언제 대만을 침공할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무기 생산을 늘리는데 필요한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생산 확대가 너무 늦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은 탄약 생산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최첨단 무기 장비를 미국보다 5∼6배 빠른 속도로 확보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 해군전쟁대학의 샘 탠그레디 교수 역시 논문을 통해 중국 해군의 전함 건조 수가 미국을 앞질렀고 점점 격차를 벌리고 있다며 이런 양적 차이가 전쟁 시 우위를 점하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CSIS는 동맹국의 전력을 강화해 미 동맹 연합 전력을 향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영국 등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산 무기에 크게 의존하지만 그들의 무기 재고가 충분치 않다며 대외군사판매(FMS),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같은 무기 거래 규칙을 간소화할 것을 제안했다. 그럼으로써 동맹국 전력 강화와 미 국내 방위산업의 생산력 증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미국이 일본·호주와 SM-6 요격미사일 부품,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함께 생산하는 사례를 언급하면서 주요 동맹국과 무기를 공동 생산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얼라이 쇼어링(ally-shoring)’도 권고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벌어졌을 때 미국의 중요한 지원군이 된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통해 자위대에 반격 능력을 부여했다.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미국)’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했을 때 적국을 공격할 수 있도록 했고, 향후 5년간 방위비 총액을 25조9000억엔에서 43조엔(약 406조원)으로 늘리면서 증가분 17조엔을 미사일, 탄약 등 공격 무기 확보에 쓸 예정이다.

미국은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당초 미국은 2019년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한 후 2700㎞ 이상인 극초음속 미사일(LRHW) 등을 중국에 대항해 조만간 남중국해에 배치할 계획이었으나 일본의 군사 전략 변경으로 이 계획을 보류했다. 유사시 직면할 수 있는 무기 재고난을 일본이 덜어주게 된 셈이다.

미국의 방산업계는 한국 방위산업의 해외 수출 증가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의 안보 경쟁을 대전략으로 세운 미 정부 입장에선 한국 방위산업의 생산력 증대와 기술 향상이 환영할 일일 것이다.

이충형 차이나랩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