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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철새론’ 포문 열자…안철수 “단일화로 정권교체됐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튿날인 26일, 사실상 당권 경쟁의 양강 구도를 형성하게 된 김기현·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신경전은 더욱 거세어졌다.

김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의원은 다음 대선에 나가겠다고 공개 행보를 하고 있다. (과거) 대선에 나간다는 분들이 사천(私薦)이나 낙하산 공천을 하는 사례가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전날 “공천 공포정치를 하고 있는 건 김 의원”이라고 비판하자 반박한 것이다. 김 의원은 안 의원이 내세우는 ‘수도권 대표론’에 대해선 “수도권에서 제 지지율이 더 높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는데 뭘 근거로 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부터 “영원한 당원”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김 의원 측은 “‘철새’ 안철수 의원과의 선명한 대비를 이루기 위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인천경영포럼 강연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 출신인 자신을 향해 김 의원이 ‘철새 정치’라고 한 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과) 단일화해서 정권교체를 한 것도 잘못이냐”고 반박했다. 오후엔 마포갑 당협 당원 간담회에 참석해 “공천 파동이 일어나는 이유를 공부해 보니 간단하다. 원내대표나 당 대표 선거에 나온 사람들은 봐줄 사람이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 “영남에서 (당 대표가) 자기 친구를 꽂으면 할 수 없이 당선된다”며 “그 모습을 보고 실망한 수도권이 전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 출신으로 지역구는 울산 남을로 영남이다.

‘컷오프’(예비경선) 변수도 주목받고 있다. 컷오프를 뚫고 본경선에 오른 군소 후보가 누구인지에 따라 양강 후보의 득실 계산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상현 의원,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조경태 의원 등도 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안 의원 입장에선 같은 ‘수도권 대표론’을 표방하고 있는 윤 의원의 성적이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윤 의원이 본경선에 올라 안 의원과 함께 김 의원을 상대로 협공을 펴면 안 의원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얘기다. 여권에선 “김기현 의원 입장에선 황교안 전 대표가 본선에 오르는 게 껄끄러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황 전 대표의 지지층이 기독교·영남권·50대 이상인 것을 고려하면 김 의원 지지층과 일정 부분 겹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경선에서 표가 나뉘는 효과가 발생해 김 의원의 과반 득표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컷오프 숫자도 주목받는 변수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본경선에 오를 후보 숫자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과거엔 보통 4~5명이었다.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는 여전히 주요 변수로 남아있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유 전 의원과의 통화에서 “니는 우찌 생각하노(너는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당내에선 “유 전 의원의 출마 의지가 상당하다는 뜻이다”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준석 전 대표도 이날 “(유 전 의원이) 상식대로라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에 한 유승민계 인사는 “나 전 의원이 친윤계 집단 린치에 무릎을 꿇지 않았나. 이런 깽판에 구태여 들어갈 필요가 없다”며 유 전 의원이 불출마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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