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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갔던 한국 무인기…튀르키예보다 10년 뒤처졌다, 이유 셋 [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방과학기술 수준조사서』에 따르면 한국의 ‘무인기(2015년→2021년)’ 분야 수준은 점수 85→82(-3), 순위 7→8위(-1)로 분석됐다. 물론, 미국(100, 1위로 가정)의 발전 속도가 빠르면 한국의 상대적 점수는 낮아질 수는 있다. 하지만, 점수와 순위가 동시에 하락한 것은 총 26개 무기체계에서 ‘무인기’가 유일하다. 따라서 군사 선진국과 비교해서 발전 속도가 뒤처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무인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가장 주목받는 무기체계가 됐다. 더욱이, 북한의 소형 무인기 도발을 통해서 국민적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핵심 분야가 다른 군사 선진국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지 미국ㆍ튀르키예의 사례를 참고해 살펴보고자 한다.

일찍 시작했고, 겉으론 문제없어 보이지만

한국이 무인기 개발을 시작한 시점은 1990년대 초이다. 1980년대 이스라엘군과 1991년 걸프전쟁의 무인기 운용 사례가 동기를 부여했던 것이다. 방법은 국외 도입과 국내 개발의 병행 추진이었다. 1999~2002년 전방 군단에 이스라엘의 ‘서처(Searcher)’ 또는 국산 ‘송골매’가 배치됐다. 세계적인 추세를 고려하더라도, 한국은 무인기를 가장 빨리 수용한 나라들 가운데 하나였다.

국산 무인기 '송골매'가 이륙하고 있다. 한번 이륙하면 4시간을 체공하며 영상정보를 수집한다. [공동취재단]

국산 무인기 '송골매'가 이륙하고 있다. 한번 이륙하면 4시간을 체공하며 영상정보를 수집한다. [공동취재단]

2010년대, 한국은 대대 단위에 ‘리모 아이(Remo-Eye)’, 사단 단위에 ‘참매’를 배치했다. 또한, 북한의 천안함ㆍ연평도 도발을 계기로 서쳐나 송골매보다 성능이 우수한 ‘헤론(Heron)’ 1세트를 이스라엘에서 도입했다. 그리고 2020년에 고고도 정찰용무인기 ‘글로벌 호크(Global Hawk)’ 4대를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바 있다.

공군에서 운용하는 중고도 정찰용무인기(MUAV), 육군의 차기 군단 정찰용무인기 개발은 2010년대 초 시작했다. 전력화 배치는 2020년대 중반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한국의 무인기 전력은 외형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3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

종합적인 발전계획의 부재

한국의 무인기 전력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종합 발전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무인기는 활용 범위가 확장(정찰ㆍ공격ㆍ전자전 등)하고, 형태도 다양(대형, 중형, 소형, 초소형 등)해지고 있다. 따라서 국방부ㆍ합참 차원의 통합적인 발전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수년 전부터 제기됐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다.

‘종합 발전계획’의 부재는 무인기 전력의 발전 과정에서 도출되는 쟁점 사항의 해결을 지연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비행체의 계열화 및 부품 표준화, 지상 작전사령부 정찰용무인기의 비행체 선정과 이에 따른 공군 비행장 사용 여부, 제대별 무인기 특성을 고려한 보안규정의 차등 적용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육군의 무인기 그레이 이글. 제너럴 애토믹

미국 육군의 무인기 그레이 이글. 제너럴 애토믹

반면, 미 국방부는 2005년부터 3~5년 주기로 통합 로드맵을 발간하고 있다. 최초의 문건이 『Unmanned Systems Integrated Roadmap, FY 2005~2030』이다.

문서에는 무인기 전력 발전에 필요한 중장기 관점의 기관별 역할 분담, 전투발전 요소별 추진방향, 계열화 및 표준화, 보안 문제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로드 맵 덕분에, 상호 연계성과 방향의 일관성 유지하면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핵심기술 확보의 지연

 또 하나의 문제점은 ‘핵심기술 확보의 지연’이다. 무인기 관련 핵심 기술은 비행체 엔진, 경량화 개발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비행 고도, 항속 시간 및 거리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럼에도, 이미 배치한 국산 무인기(송골매, 참매 등), 개발 중이거나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차기 군단 정찰용무인기와 중고도 정찰용무인기(MUAV)의 엔진은 모두 외국에서 도입한 것이다.

 한국의 엔진 국산화 노력은 2020년대가 돼서야 시작되었다. 튀르키예보다 약 10년 정도 늦은 시점이다. 저속 중형 무인기를 위한 ‘디젤 왕복(피스톤) 엔진’, 고속 스텔스 무인기 및 무인 전투기(UCAV)에 필요한 ‘터보팬 엔진’ 개발이 거의 동시에 착수됐다. 하지만, 엔진 개발이 완료되는 시점은 2025~2026년, 스텔스 무인기나 무인 전투기에 장착하는 것은 2030년대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는 방위사업청에서 담당하는 ‘기술기획’ 업무가 미흡했음을 의미한다.

튀르키예의 스텔스 무인기 키질레마. 바이락타르

튀르키예의 스텔스 무인기 키질레마. 바이락타르

반면, 튀르키예는 국영기업(TAI)이 자회사(TEI)를 통해 국산 엔진을 개발하고, 민간기업(Baykar)도 이를 같이 사용한다. TAI의 ANKA 시리즈 무인기뿐만 아니라, 세계적 베스트 셀러인 TB-2의 업그레이드(Upgrade) 함재기 버전인 TB-3도 자국산 엔진(PD-170)을 장착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성능이 향상된 엔진(PD-222)을 진화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미국ㆍ이스라엘 등 무인기 선진국들의 수출금지가 오히려 독자개발의 동기를 부여했고, 이를 통해 도약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22년 12월 14일, 첫 비행에 성공한 튀르키예의 스텔스 무인전투기(일명, Kizilelma)는 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한 엔진(AI-25TLT)을 장착하고 있다. 2019년, TB-2를 우크라이나에 수출하면서 국제 공동개발에 필요한 협력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생산 단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복잡하고 경직된 사업절차  

한국의 방위사업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욱이, 하나의 단계가 끝나야 다음 단계가 시작되는 ‘순차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그 결과, 차기 군단 정찰용 무인기의 경우 2000년대 중반에 전력소요가 결정됐지만, 약 15년 이상이 경과한 현재까지도 개발이 진행 중이다.

2008년 개발에 성공한 초소형 터보제트엔진 MTJ-150. 국방일보

2008년 개발에 성공한 초소형 터보제트엔진 MTJ-150. 국방일보

시험평가 제도의 경직성도 신속한 사업추진을 어렵게 하고 있다. 미세한 쟁점만 발생해도 기준 충족 여부로만 평가할 수밖에 없다. 방위사업의 핵심요소인 일정ㆍ비용ㆍ성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감사원의 반복적인 감사도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현재, 차기 군단 정찰용무인기의 시험평가 결과 판정이 늦어지는 것도 이러한 제도적 한계 때문으로 알려졌다.

반면, 튀르키예의 무인기 사업절차는 ‘동시 병행적’으로 진행됐다. TB-2 무인기는 2014년 4월 초도 비행, 12월 수락 시험, 2015년부터 부대 운용이 시작됐다. 최대한 빨리 배치하여, 현장에서 개선사항을 도출하고, 환류(Feedback)를 통해 진화적으로 성능을 향상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친필 서명이 부착된 무인기가 추락하는 사건도 있었지만, 사업은 계획대로 신속하게 진행됐다.

시스템적 관점의 점검 및 보완 필요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속, 전(前) 무인기체계개발단장 이정석 수석연구원은 “(가혹한 평가라는 전제하에) 우리가 튀르키예보다 10년 먼저 시작했지만, 10년 이상 뒤처졌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러한 결과는 종합적인 발전계획의 부재, 핵심 기술의 확보 지연, 복잡하고 경직된 사업절차 등이 장기간 누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인기 분야의 시행착오는 우리 스스로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문제점을 냉철하게 짚어보고, 시스템적 관점의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AI) 기술의 국방 분야 적용 과정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시행착오를 예방하고 줄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방과학기술 수준조사서=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2년마다 산학연 협업으로 국방과학기술의 수준과 순위를 정량적으로 분석한다. 대상은 군사 선진국 16개 국가, 주요 무기체계 26개 분야다. 가장 최근인 2021년 기준으로 미국을 100(1위)으로 가정하면 한국의 전체 국방과학기술 수준은 79이고, 세계 9위로 평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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