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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정치 방역, 과학 방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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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심새롬 기자 중앙일보 기자
심새롬 중앙홀딩스 커뮤니케이션팀 기자

심새롬 중앙홀딩스 커뮤니케이션팀 기자

#1. 정치 방역 논란이 처음 크게 불거진 건 2020년 8월이다. 서울시가 광복절 대규모 집회를 신청한 단체에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집회 금지 행정명령을 내린 게 계기였다. 8·15 추진위원회, 4·15 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 자유연대 등 일부 보수 성향 단체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보는 음악회는 허가해주면서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정치 방역”이라고 반발했다. 문재인 정부가 총선 압승으로 중앙·지방·의회 권력을 석권한 직후다. 갈등이 계속되자 당시 야당이던 김종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지율만 신경 쓰는 정치 방역은 당장 중단하고 코로나 방역에 집중하기를 바란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2. 이달 30일로 예정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놓고 이번에는 윤석열 정부·여당이 정치 방역 비판에 휩싸였다. 일부 방역 신중론자들이 “‘노(no) 마스크’ 정책은 시기상조이자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앞서 여당 소속 지자체장·의원 등이 보건의료계보다 먼저 해제론을 들고나온 게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러자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이 지난 20일 본지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했는데, 정말로 잘 들어준다”며 “정치 방역을 안 하는 게 과학 방역”이라며 논란을 공개 진화했다.

‘과학 방역’의 반대말이 된 ‘정치 방역’은 이제 진영을 막론하고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판할 때 쓰는 단골 용어가 됐다.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백신 접종 등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주요 결정을 내릴 때마다 그 배경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연동됐다는 의심이 뒤따른다. 바이러스가 이념·정파를 가려가며 퍼질 리 만무한데, 국민 생명과 직결된 방역마저 정쟁 소재로 쓰이는 건 안타깝다. 중간에서 매번 “과학적 근거”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방역 당국도 국민 보기에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당연히 방역은 정치일 수 없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대에는 정치 방역 같은 역설적 용어가 사라지길 기대한다. 다만 마스크 착용, 외출 제한 등 개인의 자유를 장기간 일괄 제한하는 집단 방역이 줄어들수록 나와 내 주변을 지키는 개인 방역이 중요하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