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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엔 압구정급 집값" 규제완화에 확 달라진 이 아파트 [돈 버는 아파트 완전정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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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아파트 단지 모습. 현재 정비구역 지정을 앞두고 있다. 성산시영 재건축 예비추진위원회는 올해 정비계획을 수립 하고 하반기에 조합을 꾸릴 계획이다. 황의영 기자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아파트 단지 모습. 현재 정비구역 지정을 앞두고 있다. 성산시영 재건축 예비추진위원회는 올해 정비계획을 수립 하고 하반기에 조합을 꾸릴 계획이다. 황의영 기자

“30년 전쯤 22평 매매가격이 압구정 한양1차 20평과 비슷했다면 믿겠어요?”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주민 최모(65)씨 얘기입니다. 그는 성산시영 몸값이 너무 저평가돼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과거 시세표를 확인해 보니 얼추 맞는 말이었습니다. 1990년 1월 기준 성산시영 전용면적 51㎡가 7000만원대,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1차 전용 50㎡는 7500만원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각각 8억7000만원, 24억원 선으로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최씨는 “성산시영이 재건축되면 압구정까진 아니어도 마포구에선 가장 비싼 아파트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불광천과 홍제천을 낀 역삼각형 모양의 부지에 자리 잡은 성산시영은 마포구에서 보기 드문 대단지입니다. 14층 33개 동, 3710가구 규모로 전용면적 50~59㎡(옛 21~25평형)로 구성됐습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성산시영이 투자 유망 아파트로 본격적으로 관심을 받은 건 2014년 ‘9·1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수혜 단지로 꼽히면서입니다. 이 대책의 골자는 준공 후 40년이던 재건축 가능 시기를 30년으로 줄이는 겁니다. 2016년이면 성산시영이 재건축 대상이 된다는 얘기였죠. 이 덕에 2014년 이 아파트 전용 50㎡ 매매가는 1년 만에 20%가량 올랐습니다.

현재 성산시영은 정비구역 지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성산시영 재건축 예비추진위원회는 올해 정비계획 수립을 마친 뒤 하반기에 조합을 꾸릴 계획입니다.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이 단지는 재건축 후 지상 최고 35층 30개 동, 전용면적 49~118㎡ 4823가구(임대 516가구)로 탈바꿈합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올해 조합설립 인가까지 마친다 해도 건축허가,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 인가 등 사업 절차가 줄줄이 남아 있고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상황이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인근 B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새 아파트 준공까지 최소 10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 닥친 한파도 아직 영향권에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말 성산시영 50㎡(이하 전용면적)는 7억9000만원에 팔렸습니다. 2021년 10월 거래된 최고가(11억2000만원)보다 3억원 이상 떨어진 겁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지만 올해 들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책 발표 이후 호가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습니다. 59㎡의 경우 9억원대 매물은 들어가고 현재 10억~10억5000만원에 나와 있습니다. 인근 D중개업소 관계자는 “각종 대출·세금 규제가 풀린 데다 조합원 지위 양도까지 가능해졌다”며 “실거주 의무도 없고 토지거래허가구역도 아니어서 투자 문의도 많은 편”이라고 말합니다.

재건축 투자성은 통상 아파트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지상 건축 면적 비율)이 200%를 넘으면 투자성이 낮아 재건축이 쉽지 않은데, 성산시영은 148%고 건폐율도 10%로 낮아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관건은 추가부담금입니다. 아직 조합도 설립되지 않은 재건축 초기 단계를 밟고 있는 단지인 만큼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향후 집값 추이와 정부 규제, 분양가 확정 등 각종 변수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성산시영은 그래도 소형 평형 단지라 투자금액이 비교적 적은 게 매력”이라며 “금리 영향이 덜한 올 하반기에 1차 판단을 하고 현재 가격보다 10% 정도 추가 조정된다면 매수를 고려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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