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 “구글, 광고 독점” 또 소송…알파벳 주가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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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구글의 독점적 지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법무부가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구글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며 반(反)독점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2020년 구글이 검색엔진 시장의 경쟁을 저해했다며 법무부가 첫 소송을 낸 이후 두 번째 ‘행동’에 나선 것이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부 장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구글은 지난 15년 동안 반독점법 위반과 경쟁방해 행위를 계속해왔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구글이 시장을 통제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더 높은 품질의 서비스와 프라이버시 보호 혜택을 받지 못하고, 광고주들은 낮은 품질과 높은 가격으로 피해를 봤다”면서다. 플로리다 등 8개 주 정부도 함께 소장을 제출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법무부는 구글이 시장을 독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문제 삼았다. 구글은 2007년 온라인 광고회사 더블클릭을 인수해 광고 전달 서버를 구축하고, 온라인 광고판매소 애드 익스체인지(AdX)를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시장 지배력을 키워왔다. 인터넷에서 광고하려면 구글의 시스템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고 새로운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할 수도 없다. 미 CNBC에 따르면 구글의 한 임원조차 “골드만삭스나 시티은행이 미국 증권거래소를 소유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공정한 환경 조성을 위해 이 거대한 테크 기업의 광고 기술을 해체해달라”며 AdX를 포함한 광고 플랫폼을 매각하라고 요구했다. 구글의 글로벌 광고 수익은 2021년 기준 2090억 달러(약 257조9000억원)로 회사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은 2786억 달러(343조 4000억원) 규모.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을 구글이 가져간다.

법무부의 이번 소송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빅테크 규제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1980년대 미국 유선 전화사업을 80%가량 독점하고 있던 벨 텔레콤(AT&T) 해체 이후 주요 기업의 해체를 요구한 몇 안 되는 사례”라고 짚었다. AT&T는 84년 반독점법 위반으로 7개 업체로 강제 분할됐다.

구글은 성명을 통해 “법무부가 무리한 주장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경쟁이 치열한 디지털 광고 기술 부문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려내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법무부의 소송 제기 후 모회사인 알파벳의 주가는 급락했다. 25일(현지시간) 알파벳은 전날보다 2.54% 하락한 95.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정부도 거대 플랫폼의 시장지배력 남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디지털 광고 시장은 네이버·카카오 ‘양대산맥’이 주도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네·카가 국내 디지털 광고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도 신규 광고 상품을 앞세워 실적 견인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발표한 ‘디지털 플랫폼 발전방안’에는 플랫폼 사업자의 과도한 광고비 책정 등 부당행위를 검토하기 위한 제도 개정 계획이 포함돼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플랫폼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거대 플랫폼의 건전한 성장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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