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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폭등에 배곯는 영국, 일부 학생들 쿠키 한봉지로 점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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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41년 만에 최악의 물가 급등을 보인 영국에서 저소득층 수백만 명이 생활비 부족으로 웜뱅크(warm bank, 난방 제공 공공장소)와 푸드뱅크(무료 급식소)를 전전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웹사이트 웜웰컴스페이스에 따르면 영국 전역에서 4121곳의 웜뱅크가 문을 열었다. 도서관·교회·커뮤니티센터 등에서 난방을 제공하는 웜뱅크는 지방 의회 예산이나 민간단체, 기업의 후원으로 운영된다.

영국 동부 링컨의 한 교회에 마련된 웜뱅크 운영자 케이 셜록은 “매일 40~50명이 찾아온다”며 “올겨울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북아일랜드 크럼린의 웜뱅크 커뮤니티 허브 책임자 시오반 머피는 “이곳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난방과 식사 중 뭘 선택할지 고민하는 걸 자주 본다”고 했다.

영국은 지난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년 만에 최고치인 11.1%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10.5%에 달했다. 가정용 전기·가스 요금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며 ‘연료 빈곤층’이 크게 늘었다. 영국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가스·전기 요금은 전년 대비 각각 129%, 66% 올랐다.

저소득층이 지불하는 난방비는 최대 8배가 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저소득층은 “힘없는 사람들이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너무 불공평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영국이 난방비에 이어 집세까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르며 저소득층뿐 아니라 정규직 근로자까지 식료품비가 모자라 푸드뱅크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보도했다. 영국 전역에 푸드뱅크를 운영 중인 트러스셀 트러스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신규 이용자가 30만 명 늘었고, 현재 푸드뱅크 이용자 5명 중 1명이 직장인이라고 밝혔다.

굶는 어린이도 크게 늘었다. 해크니 푸드뱅크는 지난달 런던에서 647명의 어린이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330명)의 두 배 수준이다. 일부 학교에선 모든 학생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고, 일부 빈민가 학교에선 학생은 물론 학부모에게도 아침에 토스트를 나눠주고 있다. 런던의 극빈층 지역 학교 10곳의 관리 책임자인 크리스탈라 자밀은 NYT에 “일부 학생은 전날 부모가 푸드뱅크에서 얻어온 쿠키 한 봉지를 도시락으로 싸 온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돈이 없어 끼니를 거른 사람의 비율은 11%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5%)의 두 배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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