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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여행 중 대마 피운 남편…집에서 직접 재배한 아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검찰이 공개한 피의자의 마약 범죄 현장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자녀 글씨로 경고문을 붙인 방문, 방 안 재배 장비, 거실에 걸어놓은 대마 줄기, 적발된 대마. [사진 서울중앙지검]

검찰이 공개한 피의자의 마약 범죄 현장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자녀 글씨로 경고문을 붙인 방문, 방 안 재배 장비, 거실에 걸어놓은 대마 줄기, 적발된 대마. [사진 서울중앙지검]

검찰이 대마를 흡연하거나 재유통한 재벌가 3세, 연예인, 전 고위공직자 자녀 등 마약사범 17명을 기소했다. 이들 대부분은 해외 유학 중 마약에 손을 댔고, 귀국한 뒤에도 끊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 신준호)는 지난해 9월부터 4개월여간 수사를 통해 20명을 입건한 뒤 10명을 구속기소 하고, 7명은 불구속기소 했다고 26일 밝혔다. 미국·동남아 등 해외로 도주한 3명은 지명수배됐다.

기소된 17명 중에는 남양유업 창업주의 손자 홍모(40)씨, 고려제강 창업주의 손자 홍모(39)씨, 효성그룹 창업주의 손자 조모(39)씨, JB금융지주 전 회장 사위 임모(38)씨, 전직 경찰청장 아들 김모(45)씨, 3인조 그룹 가수 멤버인 미국 국적의 안모(40)씨 등이 포함됐다.

한일합섬 창업주 손자 김모(43)씨는 대마를 두 차례 판 혐의를 받던 중 미국으로 출국해 지명수배됐다. 검찰 관계자는 “대부분 유학생 출신”이라며 “서로 아는 관계라 그들만의 카르텔 안에서 대마를 사고팔며 흡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성년 자녀와 함께 사는 집에서 대마초를 직접 재배하거나, 임신 중인 아내와 태교 여행을 떠나 대마를 흡연한 경우도 있었다. 하우스 장르 가수인 안씨는 방안에 대마 재배 텐트와 장비를 설치해두고 자급자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문에는 미성년 자녀 글씨로 ‘수리 중! 들어가지 마세요’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또 검찰이 마약사범들로부터 압수한 물건 중엔 액상 형태의 대마 카트리지가 다량으로 나왔다. 검찰은 “액상 형태는 기존 가루 형태보다 10배가량 환각성과 중독성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마약 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을 유지하려는 의도도 감지된다. 이번에 기소된 마약사범들은 지난해 9월 경찰이 대마 재배 등 혐의로 알선책 김모(39)씨를 구속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 수사하면서 드러났다. 검찰은 “경찰이 김씨 집에서 대마 장비를 발견하고도 압수하지 않았고, 마약류 감정 의뢰도 없이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선 뒤 국제우편물과 문자메시지, 입출금 내역 등을 추적해 김씨의 알선으로 대마를 유통·흡연한 연루자들을 적발했다는 것이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과 지난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이 시행된 이후 검찰은 500만원 이상의 마약류 밀수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가 가능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개정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직접수사 가능성을 남겨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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