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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권성동 정면반박…'비동의 간음죄' 9시간 만에 접은 여가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성가족부가 법률상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폭행ㆍ협박’에서 ‘동의여부’로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법무부가 반대하고 나서자 9시간만에 철회했다.

여가부는 26일 오전 11시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브리핑에서 법무부와 함께 형법상 강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해 비동의 간음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폭행과 협박이 없더라도 동의 없이 성관계가 이뤄졌다면 강간죄로 처벌하겠다는 얘기다.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등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등 브리핑을 하고 있다.

브리핑 당시 "강간 구성 요건을 폭행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기로 한 배경과 법무부와 이를 논의한 과정을 밝혀달라"는 기자 질문이 나왔으나 배석한 법무부 담당 과장(김윤전 법무부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은 반박도, 설명도 하지 않았다. 대신 답변자로 나선 김종미 여가부 여성정책국장은 "기본계획상 과제들을 일차적으로 연구용역을 통해서 발굴했고 이후에 여러 차례 관계부처와 협의 과정을 거쳤다. 상세한 추진계획에 대해서는 향후 마련될 시행계획 등에서 포함될 예정이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법무부는 기자단에 "비동의 간음죄 개정 계획이 없다"는 공지를 통해 여가부 발표를 정면 반박했다. 법무부는 "여가부의 비동의 간음죄 신설 논의와 관련해, '성범죄의 근본 체계에 관한 문제이므로 사회 각층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반대 취지의 신중검토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여가부가 기자단에 보낸 공지 문자

여가부가 기자단에 보낸 공지 문자

이날 오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법(비동의간음죄 처벌)이 도입되면 합의한 관계였음에도 이후 상대방의 의사에 따라 무고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동의 여부를 무엇으로 확증할 수 있나"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무엇보다 비동의 간음죄는 성관계 시 '예', '아니오'라는 의사표시도 제대로 못 하는 미성숙한 존재로 성인남녀를 평가절하한다"며 "이와 같은 일부 정치인의 왜곡된 훈육 의식이야말로 남녀갈등을 과열시킨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공약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라고 여가부를 비판했다.

법무부와 여권 비판이 이어지자 여가부는 이날 오후 8시께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발표 내용을 전면철회했다. 여가부는 "제3차 기본계획에 포함된 비동의 간음죄 개정 검토와 관련해 정부는 개정계획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이어 "이 과제는 2015년 제1차 양성평등 기본계획부터 포함돼 논의돼온 과제로, 윤석열 정부에서 새롭게 검토되거나 추진되는 과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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