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이 당 대표 경선에 불출마하면서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가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마지막 변수로 떠올랐다.
유 전 의원은 26일에도 잠행을 이어갔다. 당내에서 “당내 반윤(反尹) 표심이 고스란히 유 전 의원의 몫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1일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토론회 일정을 마지막으로 공개 행보를 멈춰섰다.
다만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김웅 의원은 최근 유 전 의원과의 통화에서 “니는 우찌 생각하노(너는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유 전 의원의 출마 의지가 상당하다는 징후다. 등판할 타이밍을 보고 있는 것”란 해석도 나왔다. 이준석 전 대표도 이날 “(유 전 의원이) 상식대로라면 (전당대회에)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결국 불출마할 것이란 관측도 적잖다. 당원투표 100%로 전당대회 규칙을 개정하면서, 당심에서 비토 여론이 높은 유 전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유승민계 인사는 “나 전 의원이 친윤계 집단 린치에 무릎을 꿇지 않았나”며 “이런 깽판에 구태여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후보 등록일은 2월 2~3일이다.
양강 구도를 형성한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이날 신경전이 거셌다. 안 의원은 이날 인천경영포럼 강연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신을 향한 김 의원의 ‘철새 정치’ 비판을 “(윤석열 대통령과 )단일화를 해서 정권교체를 한 것도 잘못이냐”며 “당원분들 보시기에 옳지 않은 말씀”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김 의원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저는 철새 정치를 하거나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는 정치인생을 살지 않았다”며 안 의원의 여러차례 당적 변경을 공격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이날 “저는 제가 이 당 저 당 기웃거리지 않았다고 했을 뿐인데, (안 의원이) 왜 그렇게 마음을 쓰시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맞받았다.
김 의원은 또한 “영원한 당원”을 자신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나 전 의원이 전날 “‘영원한 당원’의 사명을 다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한 데에서 착안한 문구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영원한 당원’이란 말은 ‘철새’ 안철수 의원과의 선명한 대비를 이루기 위한 말”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또한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의원은 다음 대선을 나가겠다고 공개 행보하고 계시는데 대선에 나간다는 분들한테 공천 과정에서 사천이나 낙하산 공천을 하는 사례가 많이 있었다”며 “오히려 (당내에는) 그런 두려움이 더 많다고 저는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을 향한 러브콜도 이어졌다. 김 의원은 나 전 의원을 ‘영원한 동지’라며 “뿌리를 같이 하는 사람끼리 서로 마음을 맞추기가 좋을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나 전 의원이) 어느 정도 마음도 좀 가라앉으실 때 한번 뵈려고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김무성 전 의원 등 전·현직 의원 40여명이 회원인 당내 모임인 ‘마포포럼’에 참석했다. 반면에 안 의원은 이날 오전 인천경영포럼에서 강연 뒤, 오후에는 서울 마포갑 당협 당원 간담회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