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설 명절을 앞두고 코로나19 자가검사 키트에서 ‘두 줄’을 확인한 회사원 유모(26)씨는 “정신이 아찔했다”고 한다. 지난해 3월 코로나에 한 번 걸린 그에게 두 번째 감염이었기 때문이다. 유씨는 열이 펄펄 났지만 이틀만 쉰 뒤 “아프지 않다”고 거짓말하고 재택근무를 했다. 그는 “첫번째 쉴 땐 다들 확진되던 시기라 부담이 덜했는데, 두 번이나 되니까 다른 팀원들에게 일을 넘기는 게 너무 눈치가 보이더라”고 말했다.
5명 중 1명은 재감염자…“두 번 쉬기 눈치보여”

코로나19 재감염 비율이 20%대를 넘어섰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월 둘째 주 확진자 가운데 코로나19 재감염 추정되는 비율이 21.48%로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뉴스1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2~3번 감염된 사례가 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두세 차례 휴가를 쓰기가 부담돼 ‘눈칫밥’을 먹는 사례가 늘고 있다. 25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월 둘째 주 주간 확진자 중 재감염 추정사례 비율은 21.48%로 집계됐다. 재감염 비율이 20%대에 진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프면 쉬기’가 가능했던 1차 감염 때와 달리 재감염자들은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다”라는 반응이다. 유치원교사 김모(27)씨는 지난해 4월에 이어 지난해 11월 코로나19에 재감염됐다. 김씨는 “그간 ‘재감염 1호만 안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확진된 걸 안 순간 하늘이 노랬다”며 “일주일 동안 동료가 수업을 보결해줘야 하고 아이들도 검사를 해야 해서 민폐 끼치는 느낌”이라고 했다.

2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접수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재감염 판정을 받은 회사원 김모(33)씨는 “코로나일 줄 알았더라면 병원에 가지 않았을 텐데 괜히 갔다 싶었다. 동료들과 팀원들에게 죄송하단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두 번 감염이다 보니 몸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처럼 보일까 봐 그게 가장 걱정됐다”고 했다. 김모씨는 ‘마냥 쉰다’고 생각할게 걱정돼 자발적으로 연차를 소진한 뒤 사흘만에 재택으로 복귀했다.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2번 쉬니 눈치가 보인다. 기프티콘이라도 돌려야 할지 고민”이라는 등 재감염된 직장인들의 고민이 올라왔다.
인력 공백 속에서 팀을 운영해야 하는 부서장들의 고민도 크다. 팀장을 맡고 있는 안모(52)씨는 “말단 직원이면 그래도 괜찮지만 에이스급 팀원이 확진된 경우엔 일정 전체가 틀어져 매번 ‘멘붕’”이라며 “아픈 날에는 연차를 쓰되 최대한 재택근무 시스템을 활용하게 하고 다른 팀원들에게 업무를 분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경우 ‘아프면 쉬기’를 권고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 감염으로 결근을 하더라도 회사에 유급휴가를 부여할 의무가 없는 탓에, 쉬지 않고 출근을 강행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 3번째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한 황모(30)씨가 대표적 사례다. 황씨는 “확진 사실을 회사에 알렸지만 2번째 확진 때부터는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회사에 나갔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지난해 8월 공개한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에 확진된 적 있는 직장인 가운데 4.8%는 직장에 출근해 일했다고 응답했다. ‘일을 대신 맡아줄 사람이 없어서’(56.2%),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29.8%) 등이 출근 사유 1,2위를 차지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재확진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방대본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설 연휴에 이동량과 접촉이 증가하기 때문에 그 영향이 확진자 수에 어느 정도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26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전일보다 1만 5558명 늘어 3만 5096명이 됐다. 30일에는 실내 마스크 착용의무가 부분 해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