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폭행·협박 없어도 동의 여부로 강간죄 성립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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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양성 평등정책 기본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양성 평등정책 기본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양성평등 일자리 구축을 위해 기업이 직원 채용부터 퇴직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에서 남녀 성비 현황을 외부에 공개하도록 하는 ‘성별근로공시제’ 도입을 추진한다. 또 법률상 강간의 구성요건을 ‘폭행ㆍ협박’에서 ‘동의여부’로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여성가족부는 26일 이런 내용을 담은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2015년부터 시행된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3차 계획안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추진하는 정책 방안을 담았다. 이번 계획안의 주요 골자는 성별 임금 격차 해소와 돌봄 확대, 5대 폭력 근절이다.

성별 임금 격차 OECD 1위…기업 내 항목별 성비 공개

여가부에 따르면 한국의 2021년 성별 임금 격차는 31.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같은 해 실시된 제2차 양성평등 실태조사 결과에선 ‘양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국민이 뽑은 최우선 과제’로 ‘여성의 경력단절예방(28.4%)’과 ‘고용 상 성차별(27.7%)’이 꼽혔다.

이에 여가부는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성별근로공시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 공약사항이기도 한 이 제도는 기업이 채용ㆍ근로ㆍ퇴직 단계의 항목별 성비현황을 외부에 공시해 자율적으로 성비 격차를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를 들어 채용 단계에서는 서류 합격자부터 최종 합격자까지의 성비를, 근로 단계에서는 부서별ㆍ승진자ㆍ육아 휴직 사용자 성비를, 퇴직 단계에서는 해고자ㆍ조기 퇴직자ㆍ정년 은퇴자 성비를 공시하는 방안이다.

일각에선 기업 ‘자율’에 맡길 경우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윤수경 고용부 여성고용정책과장은 “기업이 성별 격차를 스스로 인지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하려는 제도”라며 “규제나 강제적인 수단보다 자율적인 공시를 통해 양성 평등한 일자리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시행안은 고용노동부가 마련해 올해 공공부문부터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육아휴직 18개월·초등늘봄학교 도입

셔터스톡.

셔터스톡.

돌봄 문화 확산을 위해선 육아 휴직 기간을 1년에서 1년 6개월로 확대한다. 초등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방과 후 오후 8시까지 운영하는 초등늘봄학교를 도입ㆍ운영을 추진한다. 맞벌이 부부 자녀돌봄 지원 강화를 위해선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시간을 연 840시간에서 960시간으로, 지원가구를 7만5000가구에서 8만5000가구로 늘리는 안을 추진한다.

공공부문, 성폭력 재발방지대책 제출 기간 3개월→1개월 

성폭력 피해 지원 및 예방 계획도 발표했다. 공공부문 성희롱ㆍ성폭력 근절을 위해 기관장 성폭력 사건 발생 시 여가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하는 재발방지대책 제출 기간을 3개월에서 1개월 단축하고 미제출 기관에는 과태료 등 제재조치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5대 폭력(권력형성범죄, 디지털성범죄, 가정폭력, 스토킹, 교제폭력) 근절을 위해 피해자 중심 제도적 기반 구축에 나선다. 정부는 성폭력 관련 법률에서 규정하는 강간 구성 요건을 ‘폭행ㆍ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성범죄 등으로 전자장치를 부착한 사람은 배달라이더나 대리기사 등 특종 업종에 근무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날 여가부는 2021년 기준 국가성평등지수를 함께 공개했다. 지난해 한국의 국가성평등지수는 75.4점으로 직전 연도 대비 0.5점 상승했다. 경제활동ㆍ의사결정ㆍ복지ㆍ보건 등 총 8개 분야를 세부적으로 보면 보건 분야(96.7점) 성평등 수준이 가장 높았으며, 의사결정 분야(38.3점)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의사결정 분야 안에서는 4급 이상 공무원 여성 비율과 국회의원 여성 비율이 가장 저조한 분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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