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복역 중 교도소에서 같은 방 재소자를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가 항소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제1-3형사부는 26일 동료 재소자를 폭행해 훔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사형을 선고했다. 신진호 기자
대전고법 제1-3형사부(이흥주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구속기소된 A(28)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사형을 선고했다. 살인 방조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같은 방 동료 B(29)씨와 C(21)씨에게는 각각 징역 12년,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13일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사형을, B씨와 C씨에게는 각각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A씨가 상고를 포기하거나 대법원이 항소심 재판부의 선고를 그대로 유지하면 2014년 대구에서 발생한 ‘여자친구 부모 잔혹 살인사건’으로 기소돼 2015년 사형을 확정받은 장모(당시 31세)씨 이후 첫 사례가 된다.
재판부 "뚜렷한 이유 없이 스트레스 해소 위해 범행"
재판부는 “피고인 A씨는 강도살인죄를 저지르고 2년 만에 교화시설은 교도소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범행을 주도했다”며 “수용 중 다른 재소자를 수차례 폭행한 사실을 보면 교화 가능성이 높을지 의문이 들며 이를 고려해 재판부가 일치된 의견으로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과 달리 3명 모두 작위에 의한 살인을 했다고 판단했다”며 “B씨와 C씨가 단순히 망을 보고 폭력 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있다면 피해자 생명을 보호해야 할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사망에 이르게 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성립한다”고 강조했다.
대전고법 제1-3형사부는 26일 동료 재소자를 폭행해 훔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사형을 선고했다. 사진은 1심 재판부인 대전지법 공주지원 전경. 신진호 기자
재판부는 “B씨와 C씨의 진술은 범행을 사실대로 진술하는 취지가 아닌 A씨에게 죄책을 몰아가는 취지이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며 “A씨는 범행에 대해 단계적으로 더 자백하는 과정에서 진술이 바뀌었다고 판단해 믿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둔기와 주먹으로 계속 폭행…의식 잃어도 방치
A씨는 2021년 10월 중순부터 12월 21일까지 충남 공주교도소에서 같은 방을 사용하는 피해자 D씨(당시 42세)를 수차례 때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방을 사용하던 동료 재소자 B씨와 C씨는 폭행 과정에서 D씨가 정신을 잃자 번갈아 가며 망을 보거나 대책을 세우기 위해 쓰러진 D씨에게 이불을 덮고 마스크를 씌우는 등 A씨와 함께 폭행하고 살인을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1주 전부터 A씨는 직접 만든 둔기와 주먹으로 여러 차례 폭행하고 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고인 C씨는 뜨거운 물이 들어 있는 페트병을 D씨 머리 위에 올려놓아 화상을 입게 하기도 했다.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A씨가 D씨를 폭행하거나 괴롭힌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 당일인 2021년 12월 21일에는 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은 D씨를 1시간 넘게 방치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 모두 D씨가 쓰러진 뒤 오랜 시간 방치된 것을 사망의 가장 큰 원인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10월 13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경기 여주 소망교도소를 방문해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2019년 12월 26일 오후 10시20분쯤 충남 계룡시 한 도로에서 금을 거래하자며 만난 40대 남성을 둔기로 수차례 때려 살해하고 금(100돈)과 차량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무기수 20대, 4년 전 살려달라는 피해자 둔기로 살해
당시 1심 재판부는 강도살인과 통화위조 등 혐의로 A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피해자를 둔기로 내려치는 등 범행의 내용과 수법이 잔혹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A씨 상고를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