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시 중기로 돌아갈래” 중견기업 4분의 1이 피터팬 증후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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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5일 인천 계양구 소재 중견 기업인 와이지-원을 찾아 작업 공정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5일 인천 계양구 소재 중견 기업인 와이지-원을 찾아 작업 공정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반도체 장비 제조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가 2019년 중소기업을 졸업하면서 취업자 소득세 감면, 고용 유지 중소기업 과세특례, 사회보험료 세액공제 등 고용 관련 세제 혜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A씨는 “이러면 직원 개개인에게 줄 수 있는 봉급도 줄어든다”며 “하루아침에 이런 지원 제도가 사라지니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도 말했다. 그러면서 “사정이 이러니 다시 중소기업으로 돌아가 싶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푸념했다.

최근 10년 내 중소기업을 졸업한 국내 중견기업 4곳 중 1곳은 A씨처럼 다시 중소기업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중견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더니 응답 기업의 77%는 중소기업 졸업 후 지원 축소와 규제 강화 등 새로 적용받게 된 정책 변화를 체감한다고 답했다. 이들 중 30.7%는 “정책 혜택 수혜를 위해 중소기업으로 회귀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 비율로 산출하면 23.6%가 ‘피터팬 증후군’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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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법인 설립부터 중소기업 졸업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5년이었다. 15년 동안 기업을 키워 업그레이드했지만 막상 느끼는 혜택보다 아쉬운 점이 크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졸업 후 가장 아쉽고 부담스러운 정책 변화로는 조세 부담 증가(51.5%)가 꼽혔다.

플랜트 기자재 제조 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도 못 받고, 연구개발비 세액공제도 대폭 줄어든다”며 “이런 식으로 사라지는 혜택을 모두 합치면 기업 입장에선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4단계 누진세 구조인 법인세는 중소기업일 때 최저한세율이 7%지만 졸업한 후 3년까지는 8%, 이후 2년이 지나면 9%로 늘어난다. 통합투자 세액공제도 중소기업은 10%지만 중견기업이 되면 5%로 줄어든다. 일반 연구·인력개발비도 중소기업에는 25%까지 세액공제를 해주지만 중견기업은 8~15%만 공제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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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정책금융 축소(25.5%), 수·위탁거래 규제 등 각종 규제 부담 증가(16%), 공공조달시장 참여 제한(3.5%), 인력·판로 지원 축소(3.5%) 등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중견기업의 장점이 크다고 답하는 기업은 10곳 중 한 곳(12.6%)뿐이었다. 단점이 더 크다는 응답은 38.7%, 차이가 없다는 응답은 48.7%였다.

피터팬 증후군 극복을 위한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조세 부담 증가 폭 완화(47%)를 꼽았다. 이어 성장·생산성 중심으로 중소기업 정책의 합리적 개편(23.4%), 기업 규모별 차별 규제 개선(21.3%), 중소기업 졸업 유예기간 확대(8.3%) 순으로 답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중견기업 성장촉진 전략’에 담은 수출, 연구개발(R&D), 신사업 투자 지원 계획이 차질 없이 이뤄지면 중견기업에도 실질적인 성장 사다리가 될 것”이라며 “기업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조세 및 규제 부담 완화 또한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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