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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노리는 모디 심기 건드렸다, 구속된 대학생들이 본 '문제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도에서 나렌드라 모디(72) 총리를 비판하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대학생들이 경찰에 구속돼 논란이 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지난주 공개된 영국 BBC의 '인도: 모디 문제(India: The Modi Question)'를 시청하는 이들을 구금하고 있다. 또 SNS에서 해당 영상을 공유하거나 스트리밍하는 행위도 차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월 19일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월 19일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내년 총선에서 3선을 노리는 모디 총리에게 자신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다큐멘터리 상영은 불편할 것"이라고 짚었다.

정부가 시청 금지 카드를 꺼내자 인도 학생 연맹은 "다큐멘터리 시청과 공유 금지에 대한 저항으로 인도의 모든 주에서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겠다"고 맞섰다.

인도 대학생 단체가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관련된 BBC 다큐멘터리를 상영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최루탄과 폭동 진압 장비를 갖춘 수십 명의 경찰이 캠퍼스에 들어와 학생들을 잡아갔다. 학생들이 1월 25일 인도 뉴델리의 자미아 밀리아 이슬라미아 대학 정문을 경비하는 보안 요원들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 대학생 단체가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관련된 BBC 다큐멘터리를 상영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최루탄과 폭동 진압 장비를 갖춘 수십 명의 경찰이 캠퍼스에 들어와 학생들을 잡아갔다. 학생들이 1월 25일 인도 뉴델리의 자미아 밀리아 이슬라미아 대학 정문을 경비하는 보안 요원들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재 인도 전역에선 '문제작'이 된 다큐멘터리를 트는 상영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이 관련자를 잡아가거나 정전이 되는 등 '방해 공작'도 잇따르고 있다.

25일 자미아 밀리아 이슬라미아 대학에선 상영을 앞둔 캠퍼스에 경찰력이 동원돼 대학생 13명이 연행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슬라미아대 측은 "학생들이 소란을 피웠고, 공연 허가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자와할랄 네루 대학교에선 우익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상영을 추진한 학생들에게 벽돌을 던지는 일이 있었다. 이 학교 학생 리더인 아이셰 고쉬는 "큰 화면으로 상영하기 30분 전 갑자기 정전이 돼 휴대전화와 노트북으로 다큐멘터리를 보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다큐멘터리가 상영될 경우 관련자들을 징계하겠다고 경고했다.

인도 경찰이 1월 25일 뉴델리에 있는 자미아 밀리아 이슬라미아 대학 밖에서 인도 학생 연맹 활동가를 연행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 경찰이 1월 25일 뉴델리에 있는 자미아 밀리아 이슬라미아 대학 밖에서 인도 학생 연맹 활동가를 연행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4일 인도 남부 케랄라주의 대학 캠퍼스에서는 상영 후 시위가 발생했고, 북부 찬디가르의 한 대학에서는 상영이 되다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에서 정권에 불리한 다큐멘터리를 본다는 이유로 대학생들을 구속하는 사태에 정치권도 반응했다. 데릭 오브라이언 인도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야당은 다큐멘터리 금지에 맞서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BBC의 한 시간짜리 다큐멘터리엔 모디 총리가 얼마나 소수자(무슬림)들을 혐오하는지 잘 나온다"고 전했다.

트위터에는 인도 전역에서 BBC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인증샷이 올라왔다. 사진은 22일 하이데라바드 대학교에서 상영회를 연 학생들의 모습. 사진 트위터 캡처

트위터에는 인도 전역에서 BBC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인증샷이 올라왔다. 사진은 22일 하이데라바드 대학교에서 상영회를 연 학생들의 모습. 사진 트위터 캡처

해당 영상은 2002년 인도 구자라트 주(州)에서 벌어졌던 힌두교도와 무슬림 간 유혈 충돌 사태를 다뤘다. 당시 힌두교 순례객을 태운 열차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범행을 무슬림이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힌두교도들이 무슬림에 보복 공격을 가하는 일이 벌어졌다. 충돌로 최소 1000명이 사망했으며 사망자 대부분은 무슬림이었다.

당시 구자라트 주(州)의 총리가 바로 모디였다. 이 공격으로 15만 명 넘게 대피하고 많은 여성이 강간을 당하는 등 치안이 붕괴하자 그에 대한 비난도 거셌다.

모디는 이와 관련, 폭동을 막을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았다. 일부 정치인들은 독실한 힌두교도인 모디가 일부러 상황을 방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다큐멘터리에는 당시 목격자와 관련자 진술 내용이 담겼다. BBC 측은 "여러 목격자와 전문가들을 인터뷰했으며 모디 총리가 속한 당 사람들의 반응을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다뤘다"고 전했다.

2002년 유혈충돌 사태와 관련해, 2012년 인도 대법원에서 모디 총리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죄를 납득하지 못한 관련자들이 법원에 청원 신청을 했지만 지난해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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