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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기소됐다…뇌전증 병역면탈, 브로커 2억 환수키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남부지검 병역면탈 합동수사팀(팀장 박은혜 형사5부장)이 26일 허위로 뇌전증 진단서를 받아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을 면제·감면받도록 한 혐의(병역법 위반 등)로 ‘병역 브로커’ 김모(38)씨를 구속기소했다. 지난해 12월 21일 또 다른 병역브로커 구모(47)씨를 비슷한 혐의로 구속기소한 데 이은 두 번째 기소다.

검찰은 또 김씨로부터 상담을 받고 뇌전증 환자로 위장해 실제 병역을 면제·감면받은 면탈자 15명, 이들의 병역면탈 행위를 곁에서 적극적으로 도운 부모·지인 6명 등 총 21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지난해 12월 5일 병무청과 합동수사팀을 꾸린 뒤 병역면탈자를 기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혐의를 인정한 브로커 김씨 관련 면탈자에 대해선 특별한 가중 사유가 없는 경우 불구속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브로커 구씨 관련 면탈자 중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온 고모씨 형제 2명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남부지검이 허위 뇌전증 진단을 알선하고 2억원이 넘는 돈을 수수한 혐의로 병역브로커 김모(37)씨를 수수한 혐의를 받는 병역 브로커 김 모씨가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김 씨는 병역 면탈 의뢰자들을 상대로 가짜 뇌전증 진단을 받도록 알선하고, 협박성 제안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수수해 병역법을 위반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3.1.9/뉴스1

서울남부지검이 허위 뇌전증 진단을 알선하고 2억원이 넘는 돈을 수수한 혐의로 병역브로커 김모(37)씨를 수수한 혐의를 받는 병역 브로커 김 모씨가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김 씨는 병역 면탈 의뢰자들을 상대로 가짜 뇌전증 진단을 받도록 알선하고, 협박성 제안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수수해 병역법을 위반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3.1.9/뉴스1

브로커 김씨는 ▶인터넷 병역상담 카페를 개설해 병역의무자를 유인하고 ▶자필로 ‘뇌전증 5급 미판성시 보수 전액 환불’을 기재한 계약을 체결한 뒤 ▶의료기관에 거짓 뇌전증 증상을 설명할 맞춤형 시나리오를 병역면탈자에 제공하는 한편 ▶병역면탈자의 가족이나 지인이 119에 허위로 신고하거나 목격자로 진술토록 사주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씨가 제공한 시나리오를 통해 병역면탈자가 의료기관 종사자를 속인 것으로 봤다. 이를 통해 허위로 발급받은 진단서·진료기록 등을 병무청에 제출하고, 진료기록을 남기기 위해 병역면탈자가 지속적으로 허위 진료를 받도록 하거나 혈액검사 직전 뇌전증 약을 복용하게끔 하는 등 전 과정을 치밀하게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면탈자로부터 수수한 금액은 총 2억610만원에 달한다.

검찰은 브로커 김씨에게 병역법 위반 외에 위계공무집행방해와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행사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병역면탈 사건에서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행사 혐의가 적용된 건 이번이 첫 사례다. 검찰 관계자는 “질병과 병역의무 이행에 관한 병무기록은 취업 등 사회생활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공(共)기록이므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하도록 하는 건 병역면탈에 못지않은 중한 범죄로서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불실기재죄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범죄수익 환수 대상으로, 검찰은 전날(25일) 김씨가 수수한 2억610만원을 추징보전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기소된 병역면탈자 사이에는 공중보건의, 프로게이머 코치, 골프선수 등 20~30대 전문직 남성이 포함됐다. 이들은 이미 보충역 판정을 받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이거나 현역 판정을 받고 입영을 연기하던 이들로, 병역처분을 받은 이후 병무청에 병역처분 변경 신청을 낸 뒤 허위 뇌전증 진단서와 진료기록을 제출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을 곁에서 도운 가족·지인에 대해선 고심 끝에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을 공범으로 기소한 데 대해 “단순 방조를 넘어 직접 브로커와 계약을 체결하고 대가를 지급하면서 허위 목격자·보호자 행세를 하는 등 사실상 범행을 주도했다” 며 “공정한 병역의무 실천을 정착시키기 위해선 병역의무자 본인뿐 아니라 주변인에 대해서도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병역기피에 활용된 뇌전증은 뇌 구조, 대사성 질환, 감영 등 다영한 원인에 따른 질병이다. 병역 브로커·면탈자들은 가짜 뇌전증 환자 행세를 하는 경우 자기공명장치(MRI)·뇌파 검사를 통해서도 실제 환자 여부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브로커 구씨·김씨를 통해 병역을 면탈한 다른 피의자들에 대해서도 여죄를 캔 뒤 추가 기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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