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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함량이 두부의 3~5배, 유바를 넣은 맑은 채소 수프 [쿠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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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준의 건강식도 맛있어야 즐겁다 ⑯ 유바를 넣은 맑은 채소 수프

콩물에서 얻은 유바와 여러 가지 채소를 넣은 담백하고 정갈한 맛의 수프. [사진 김혜준]

콩물에서 얻은 유바와 여러 가지 채소를 넣은 담백하고 정갈한 맛의 수프. [사진 김혜준]

지난 연말은, 하반기에 몰린 일거리와 행사가 많아 평소 먹던 약도 잠시 잊을 정도로 건강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다. 바쁜 일정을 모두 해치운 다음, 2022년의 마지막 날에 미루고 미루던 건강 검진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검진 결과 혈당 수치가 올라갔다. 하지만 쓸개에 있던 담석은 크기 변화가 없었고 내장 지방도 깨끗해졌다.

이제는 익숙해진 채소 지향 식단과 단백질을 꾸준히 보충해 온 습관이 준 선물이 아니었나 싶었다. 어쨌든 나는 혈당을 내리기 위해 다시 칼을 빼 들었다. 그리고 떠오른 건 겨울 채소였다. 아마도 1주일간 출장을 다녀온 교토에서의 식사가 영향을 준 게 아니었을까. 교토에서 먹은 음식들은 겨울 채소가 가진 단맛과 풍미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조식을 먹기 위해 즐겨 찾은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그곳의 수프가 유난히 기억난다. 잘 지은 쌀밥과 곁들이는 맑은 채소 수프 한 그릇이다. 감동적인 맛이었지만, 동시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이기도 했다. 분명 진하게 뽑은 이치반다시(一番だし: ‘1번 다시’란 뜻. 가쓰오부시와 다시마를 이용해 뽑은 일식의 기본 육수)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생수 또는 니반다시(二番だし: 이치반다시보다 조금 더 연한 육수)로 추측된다.

수프에는 연근과 토란, 당근, 토마토가 들어 있었는데, 바로 앞에서 무를 강판에 갈아 국물에 더한 후 한 번 바르르 끓여 내는 게 달랐다. 국물을 내는 보통의 방법에 변주를 준 것인데, 이 방법을 사용하니 국물의 시원한 맛이 최대치로 끌어 올려지는 듯했다. 평소 먹던 돼지고기 국물을 베이스로 한 돈지루나 일본의 된장인 미소에 두부나 미역을 넣고 끓인 국물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래서인지 이 맑은 국물이 오래 머릿속에 맴돌았다. 여기에 즐겨 먹는 유바를 넣으면 안성맞춤일 것 같았다. 실제로 출장 때 사 온 마른 유바를 더해 먹으니 그 다양한 재료들의 식감이 더욱 재미있었다.

유바는 콩을 불려 여과한 콩물을 일정한 온도로 가열하면 그 위에 생겨나는 얇은 막을 말한다. 무엇보다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또 단백질 함량이 두부의 3~5배를 넘는다. 콜레스테롤이나 트랜스 지방이 없어 다이어트에 좋고, 고지혈증이나 동맥경화 예방에도 좋다. 무가 가진 영양소도 빼놓을 수 없다. 무는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고 숙취를 푸는 데도 좋다.

한국에서도 유바를 구할 수 있을지 검색하다 운 좋게 좋은 제품을 찾아냈다. 그렇지만 꼭 유바가 아니어도 된다. 요즘 마라탕을 즐겨 먹는 세대에게 익숙한 푸주도 유바와 같은 친척이다. 그것도 아니면 두부면으로 대체해도 좋다. 대신 두부면은 특유의 향이 있으니, 조리 전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한 번 데친 후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유바를 넣은 맑은 채소 수프에는 두부도 들어간다. 단단한 찌개용 두부보다는 감촉이 보드라운 연두부를 넣었다. 여기에 유바(또는 두부면), 그리고 여러 가지 겨울 채소를 함께 넣고 바르르 끓이면 된다. 그리고 미리 강판에 갈아 둔 무를 더해 시원한 맛을 더하면, 굳이 ‘마녀수프’라고 부르는 채소 수프를 오래 끓여 내어 먹을 필요가 없을 정도다.

유바와 두부가 들어가지만, 채소 수프의 하이라이트는 단맛이 가득 든 겨울 채소에 있다. 추운 날씨에 몸을 움츠리듯 단맛을 끌어안고 있는 겨울 채소는 어딘가 명징하면서도 온화한 느낌을 준다. 연근이나 토란, 그리고 지금 한창 맛이 좋은 섬초나 시금치 등을 넣고 살포시 끓여 내면 아주 훌륭한 맛이 자연스레 깃든다. 굳이 강한 양념을 넣거나, 튀기고 볶지 않아도 훨씬 맑고 고운, 새로운 맛을 만날 수 있다.

Today‘s Recipe 유바를 넣은 맑은 채소 수프

유바 채소 수프의 재료. 유바는 두부면으로 대체할 수 있다. [사진 김혜준]

유바 채소 수프의 재료. 유바는 두부면으로 대체할 수 있다. [사진 김혜준]

“맑은국에는 소금간이 더 잘 어울리지만, 깊이 있는 맛을 위해 국간장을 추천한다. 레시피에는 달래를 넣었지만, 대신 섬초를 넣어도 좋다. 한창 제철이라 달큰한 맛이 더해진다.”

재료 준비
재료(2인분): 유바면 80g(또는 두부면), 검은콩 두부 1/2모(또는 두부), 토마토 1/2개, 셀러리 1대, 무 1조각, 달래 약간, 당근 1/2개
양념: 국간장 1큰술 또는 소금 1작은술, 물 600mL

만드는 법
1. 냉동 상태의 유바면 또는 두부면은 자연해동을 한 뒤 흐르는 물에 세척한다.
2. 채소들은 깨끗이 씻은 뒤 한입 크기로 잘라 준비한다. 두부도 비슷한 크기로 자른다.
3. 무는 강판에 갈아 준비한다. 너무 곱게 갈지 않아도 된다. 남은 조각은 그대로 국물에 넣어도 된다.
4. 냄비에 물 600mL를 넣은 후 중불에 끓인다.
5. 달래를 제외한 채소들과 두부를 넣는다.
6. 갈아 놓은 무를 넣는다.
7. 국간장 또는 소금으로 간을 한다.
8. 유바면과 달래를 넣고 한 번 더 바르르 끓인 후 불을 끄고 볼에 담는다.

김혜준 cook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COOKING과 SSG는 여행의 추억을 떠오르게 만드는 요리 〈내가 사랑한 도시, 그곳의 맛〉기획전을 준비했습니다. ‘유바를 넣은 맑은 채소 수프’을 SSG에서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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