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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키 상급자도 휘슬러 초보 코스에서 쩔쩔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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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캐나다여행 ② 휘슬러 스키 투어

휘슬러 산과 블랙콤 산으로 이뤄진 휘슬러 스키장은 스키어라면 누구나 가고파 하는 곳이다. 쭉쭉 뻗은 가문비나무 사이로 질주하는 스키어들의 모습. 최승표 기자

휘슬러 산과 블랙콤 산으로 이뤄진 휘슬러 스키장은 스키어라면 누구나 가고파 하는 곳이다. 쭉쭉 뻗은 가문비나무 사이로 질주하는 스키어들의 모습. 최승표 기자

휘슬러라는 이름만 들으면 가슴이 뛴다. 독일제 냄비(Fissler)가 아니라 캐나다 남서부에 있는 북미 최대 스키장을 갖춘 산악 마을(Whistler) 이야기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적설량 10.8m를 기록한 휘슬러는 스키어라면 한 번은 가보고픈 궁극의 스키 성지다. 지난 16~18일 휘슬러로 스키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인공 눈에 익숙한 한국 스키어에겐 스키장이라기보다는 광막한 우주처럼 느껴졌다. 스키를 즐긴 뒤 이어진 미식과 문화 체험도 색달랐다.

월드 클래스 스키장 

휘슬러 블랙콤 스키장의 지난 10년 연평균 강설량은 10.8m였다. 지난 17일에도 20cm 신설이 쌓여 파우더 설질을 경험할 수 있었다. 최승표 기자

휘슬러 블랙콤 스키장의 지난 10년 연평균 강설량은 10.8m였다. 지난 17일에도 20cm 신설이 쌓여 파우더 설질을 경험할 수 있었다. 최승표 기자

17일 오전 9시, 곤돌라를 기다릴 때만 해도 스키장이 이렇게 큰지 몰랐다. 해발 670m, 그러니까 강원도 평창과 비슷한 높이의 휘슬러 마을에는 진눈깨비가 뿌렸고, 산은 안개와 구름에 덮여 있었다. 휘슬러에서 17년째 스키 강사로 일한 이현정씨와 함께 곤돌라를 탔다. 해발 1850m 고지대에 오르니, 진눈깨비는 굵은 눈발로 바뀌어 있었고 구름이 발아래 깔렸다. 멀리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눈사태 예방을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리는 거예요." 심장이 쪼그라들었다.

휘슬러 산과 블랙콤 산 정상부를 잇는 픽 투 픽 곤돌라. 스키를 안 타는 관광객에게도 인기다. 최승표 기자

휘슬러 산과 블랙콤 산 정상부를 잇는 픽 투 픽 곤돌라. 스키를 안 타는 관광객에게도 인기다. 최승표 기자

한국에선 상급자 코스를 타지만, 휘슬러에선 일단 2㎞ 길이의 그린(초보) 코스를 선택했다. 이 강사가 말했다. "왜 이렇게 힘들게 타요? 여기선 한국처럼 타면 금방 힘 빠져서 못 써요." 그럴 만했다. 워낙 스키장이 큰 데다 한국처럼 기계로 눈을 다지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어서 훨씬 체력 소모가 심했다. 울퉁불퉁한 '범프'도 많아서 스키를 다루기 쉽지 않았다.

이곳 스키장의 정확한 이름은 '휘슬러 블랙콤'이다. 휘슬러 산(2181m)과 블랙콤 산(2284m) 사면에 스키장이 있다. 스키를 탈 수 있는 산 면적은 33㎢, 트레일(슬로프가 아니다)이 200개가 넘어 북미 최대 규모다. 가장 긴 트레일 길이가 11㎞나 된다. 스키를 타면서 미국 콜로라도, 캘리포니아에서 온 여행객을 많이 봤다. "그 동네에도 좋은 스키장 많지 않냐" 물으면 같은 답이 돌아왔다. "휘슬러가 진짜 월드 클래스지."

블랙콤 산 정상부에서 내려다본 드넓은 스키장의 모습. 수목한계선 위쪽이어서 나무가 없다. 최승표 기자

블랙콤 산 정상부에서 내려다본 드넓은 스키장의 모습. 수목한계선 위쪽이어서 나무가 없다. 최승표 기자

이토록 넓은 스키장을 며칠 만에 다 경험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여 풍광을 만끽하며 '월드 클래스' 설질을 느끼는 데 집중했다. 휘슬러에서 몸을 풀고 블랙콤으로 넘어갔다. 산 정상부를 잇는 '픽 투 픽 곤돌라'를 탔다. 블랙콤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글리시어 익스프레스 리프트를 타고 해발 2137m까지 올라갔다. 활강하며 마주한 풍광은 황홀했다. 정상부는 수목한계선 위쪽이어서 나무가 없는 눈 천지를 질주하는 기분이었다. 산 중턱에서는 눈 뒤집어쓴 가문비나무 사이를 휘젓는 '트리 런(tree run)'도 만끽했다. 18일에는 적설량 20㎝를 기록해 밀가루처럼 가볍고 건조한 '파우더 스노'를 경험했다. 구름 위를 미끄러지는 기분이었다.

맛집 투어부터 북유럽식 스파까지 

휘슬러 스키장은 오후 3시가 지나면 뒤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흥이 넘친다. 곤돌라 탑승장 쪽 바에서 여흥을 즐기는 사람들. 최승표 기자

휘슬러 스키장은 오후 3시가 지나면 뒤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흥이 넘친다. 곤돌라 탑승장 쪽 바에서 여흥을 즐기는 사람들. 최승표 기자

휘슬러 스키장은 오후 3시가 마지막 리프트 탑승 시간이다. 해가 일찍 져 스키장도 일찍 닫는다. 이후의 긴 저녁 시간은 ‘아프레 스키’, 그러니까 뒤풀이를 즐긴다. 오후 3시부터 기다렸다는 듯 곤돌라 하차장 쪽 바는 전자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사람이 많았다. 한번에 다채로운 맛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름난 맛집을 순회하는 '테이스팅 투어'도 추천할 만하다.

휘슬러에서는 다양한 미식 체험도 즐길 수 있다. 테이스팅 투어에 참가한 멕시코 관광객과 테이스팅 투어 가이드(왼쪽 두번째)가 아이스크림을 시식하고 있다. 최승표 기자

휘슬러에서는 다양한 미식 체험도 즐길 수 있다. 테이스팅 투어에 참가한 멕시코 관광객과 테이스팅 투어 가이드(왼쪽 두번째)가 아이스크림을 시식하고 있다. 최승표 기자

16일 멕시코 관광객과 함께 테이스팅 투어를 즐겼다. 5000개 와인을 보유한 '베어풋 비스트로'에서 샴페인과 생굴, 크로켓을 맛봤고 25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안 식당 '콰트로'에서는 야생 버섯으로 만든 파스타를 먹었다. 와인과 궁합이 좋은 치즈와 쫀득쫀득한 아이스크림까지 3시간 30분간 호사스러운 미각 경험을 즐겼다. 가이드 크리스틴 와일딩이 귀띔해준 베이커리 '퓨어브레드'의 빵 맛도 기막혔다. 매일 아침을 여기서 해결했다.

스키를 타지 않는 사람도 즐겨 찾는 스칸디나브 스파. 북유럽식 스파 문화를 즐길 만한 곳이다. 사진 캐나다관광청

스키를 타지 않는 사람도 즐겨 찾는 스칸디나브 스파. 북유럽식 스파 문화를 즐길 만한 곳이다. 사진 캐나다관광청

스파도 빼놓을 수 없다. 마을 안쪽에 자리한 고급 호텔 대부분이 야외 수영장과 거품 나오는 욕조를 갖췄다. 스키 타면서 생긴 피로가 싹 풀린다. 제대로 스파를 즐기고 싶다면 '스칸디나브 스파'를 추천한다. 이름처럼 북유럽 분위기의 전문 스파 시설이다. 아예 하루는 스키를 포기하고 스파에서만 휴식을 만끽해도 좋겠다.

휘슬러의 신흥 명소인 '발레 루미나'. 숲을 걸으며 화려한 조명 쇼를 볼 수 있다. 사진 캐나다관광청

휘슬러의 신흥 명소인 '발레 루미나'. 숲을 걸으며 화려한 조명 쇼를 볼 수 있다. 사진 캐나다관광청

휘슬러에서는 식당이나 카페 어딜 가든 지역 화가의 작품을 쉽게 볼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작품도 판다. '휘슬러 박물관', '오데인 예술 박물관(Audain Art Museum)' 같은 곳이나 개인 갤러리를 둘러보며 문화와 예술에 푹 빠지는 시간도 좋았다. 최근에 생긴 '발레 루미나(Vallea lumina)'도 흥미롭다. 마을에서 10분 거리 숲에 조성한 '빛 테마파크'다. 새하얀 눈 천지 휘슬러와는 또 다른 오색찬란한 빛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휘슬러는 단지 스키장만 좋아서 '월드 클래스' 스키 마을이 아니었다.

여행정보

휘슬러 블랙콤은 밴쿠버 공항에서 차로 2시간 거리다. '휘슬러 커넥션' 셔틀을 타고 가면 편하다. 하루 리프트권은 192캐나다달러(약 17만원). 강습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원포인트 레슨과 함께 강사가 코스 안내도 해준다. 어른 개인 강습은 하루 999캐나다달러(약 92만원), 단체 강습은 399캐나다달러(약 36만원). 전문 여행사를 통하면 리프트권, 스키 강습, 장비 대여가 보다 저렴하다. 휘슬러 테이스팅 투어 149달러, 스칸디나브 스파 이용료 130캐나다달러, 왕복 교통을 포함한 발레 루미나 입장료 44.99캐나다달러. 자세한 정보는 캐나다관광청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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